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산증가 지구촌 톱

슈퍼항체로 AC<애프터 코로나>시장 선점자신감

코로나19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전 세계 석학과 명사들이 한목소리로 전하는 말이다.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석학들이 바라보는 미래상은 이렇다. 먼저 삶과 일의 방식이 달라진다. 비대면 경제가 발달하고 온라인 생활이 더욱 확대된다. 이는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바다. 쿠팡의 질주, 넷플릭스의 폭증, 홈트레이닝의 인기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등도 아직 초기단계지만 근로와 학업 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음으로는 첨단산업에 대한 예언이다. 현재 진행형인 사업들이 더욱 가속화된다. 4차 산업혁명이 빨라지고, 정부는 원격진료나 가상현실, AI와 같은 신산업을 더욱 육성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다 거대한 담론 중엔 이런 주장도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고 탈세계화, 지역화(Localization)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팬데믹, 세계적인 유행병을 막기 위한 조치가 강화될 것이란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자국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간 방벽을 높일 수 있다.

 

램시마 개발, 바이오 신데렐라 등극

하지만 이와 달리 국제적인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시장이 더욱 글로벌화 될 분야도 있다. 바이오와 의약품 산업이 그 중 하나다. 벌써부터 돈 냄새가 난다.

최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한국의 갑부 서열 2위에 올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다음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집계해 발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68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서정진 회장이 74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다름으로 김정주 NXC 대표 63억 달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1억 달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43억 달러 순이다.

특히 서정진 회장의 재산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불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31169억 달러에서 5184억 달러로 증가했다. 두 달간 22% 늘었다. 311일은 WHO가 판데믹, 세계적인 유행병을 선언한 날이다.

증가한 금액만 놓고 따져보면, 전세계 헬스케어 산업의 부호 중 서정진 회장이 가장 많다. 프랑스 비오메리으(BioMerieux)의 창업자 알랭 메리으(Alain Merieux)도 공동 1위인데, 모두 코로나와 관련이 있다. 비오메리으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고,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공언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다. 작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굴지의 바이오 기업을 키워냈다. 건국대 산업공학과 출신인 서정진 회장은 학교 졸업후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1985년엔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해 기업 컨설팅을 했는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눈에 띄어 1992년 대우자동차 최연소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회사를 잃었고, 이후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서정진 회장은 2000년 대우자동차에서 함께 근무했던 임직원들과 함께 넥솔을 창업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지 못했다. 시장조사를 거듭하며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미국 바이오그룹 벡스젠과 KT&G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설립 초기엔 대형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9년엔 한서제약을 인수해 연구 개발 인프라를 다졌고, 독자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하는데 성공, 바이오 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셀트리온 창업 10년 만이다.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복제약이다. 오리지널과 동일한 효과에 더욱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램시마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70여개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도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케미컬 의약품 사업에도 박차

셀트리온은 사업 영역을 더욱 넓게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과 케미컬 의약품 시장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와 손잡고 코로나19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일약 탑티어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이 세계 어느 제약사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상태라고 자평한다. 근거가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완치된 환자에게서 얻는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감염이 전파된 시기가 빨랐고, 보건당국의 대처도 체계적이었던 만큼, 셀트리온은 항체를 먼저 확보할 수 있었다.

서정진 회장은 3월 중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빠르면 7월쯤 임상이 가능한 슈퍼항체를 발굴하겠다고 공언했다. 4월 셀트리온은 1차 항체 후보군 300개를 대상으로 1, 2차 검증을 했다. 이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항체 38개를 코로나19 치료제 항체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항체 후보군으로 세포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완료되면 먼저 동물 임상을 한 다음 인체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2021년까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또한 대량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시설에선 한달에 100만명 분의 항체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능력은 어느 정도 시장에 내보인 바 있다.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신약인 CT-P27을 개발해 임상 2b 상을 완료했고, 메르스 치료용 항체(CT-P38)도 전임상을 끝냈다. 또 램시마를 업그레이드 시킨 램시마SC는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베터로 인정받아 판매 승인을 얻었다. 바이오베터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개선한 약품으로, 복제약과 신약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케미칼의약품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려면 바이오 의약품과 케미컬 의약품의 양날개를 갖춰야 한다. 케미칼 의약품 시장은 1000조원 규모로, 세계 제약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셀트리온은 케미컬개발팀을 신설하며 시동을 걸었다. 첫번째 프로젝트는 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 테믹시스는 기존 에이즈 치료제보다 저렴하고 효과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2019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셀트리온은 항생제 복제약 리네졸리드(개발명 CT-G1)’,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패치제등을 개발하며 케미컬 의약품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다. 케미컬 프로젝트는 셀트리온 케미컬 사업본부에서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연구와 생산은 셀트리온 제약에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주가 60~80% 상승

셀트리온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에는 기대와 회의가 뒤섞여 있다. 주식 시장에선 기대치가 더 높다. 셀트리온 주가는 올초 대비 13.3% 올랐다(57일 종가 기준).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1.2%, 셀트리온제약은 81.4% 올랐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 개발한 의약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주가가 오른 데는 3사가 올해 합병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신약 개발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 과거 메르스와 사스 사태에도 굴지의 제약사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잘못된 치료제는 바이러스보다 더 위독할 수 있다. 그래서 신약 검증은 오래 걸린다.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보통 후보 백신이 전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7년이고, 성공률은 6% 정도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다. 이례적인 사태이니만큼 획기적인 기간 단축도 기대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말한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다.” 셀트리온이 그 역사에 방점을 찍으려 하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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