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헬스케어 호실적에 팔도비빔면 빅히트

프레시 매니저로 젊은 장수기업 시험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야쿠르트를 마셔봤을 것이다. 야쿠르트라는 명칭은 유산균 발효유의 대명사가 됐다.

창업주인 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지난 1969건강사회 건설을 창립 이념으로 내세우며 한국야쿠르트유업주식회사를 설립했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1호 목장인 한독목장을 국영으로 세우고 우유를 대량 생산했었다.

그런데 우유가 소화기능 차이 때문에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속출했다. 그걸 눈여겨본 윤덕병 회장이 남아도는 우유를 한번 더 발효시킨 후 당을 첨가한 야쿠르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유에 비해 야쿠르트가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간식이 된 것이다.

이후 한국야쿠르트는 1970년 일본 야쿠르트와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한다. 유상증자로 윤 회장은 공동지분 형태로 참여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었다. 당시 한국의 기업들 대부분이 기술력이 부족해서 일본기업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 당시에는 한국야쿠르트도 어쩔 수 없었다. 마땅한 발효 기술이 없어서 기술 제휴를 통해 일본에서 발효 기술을 전수 받아야만 했다. 이 발효 기술 계약관계로 인해 지금까지도 일본의 주주인 야쿠르트혼샤가 한국야쿠르르트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한국 발효유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한 최강자다. 야쿠르트 이외에 그동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쿠퍼스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으며 긴 세월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회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판매 방식도 당시 익숙지 않던 방문판매를 선택했고, 여성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렸다. 19981만명이 넘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야쿠르트에는 최초기록이 또 있다. 1976년에는 식품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업적 중 하나다. 1996년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유산균도 개발한다. 유산균의 개발은 국산화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이다. 우리가 TV 광고에서 자주 접하는 한국형 비피더스균은 대부분 수입을 해온다. 이걸 수입 대체하면서 얻는 효과만 무려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야쿠르트가 단순한 판매·유통 전문기업이 아닌 기술기반의 회사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창업주, 전문경영인 체제 줄곧 유지

한국야쿠르트에는 전통적인 경영문화가 있다. 고 윤덕병 회장은 회사 설립부터 경영에 직접 관여해 소위 오너십을 마구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줄곧 유지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세세하게 돌보기 어려운 생산 현장이나 영업소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았다고 한다. 회사의 근간인 최전선 사업현장을 돌봤던 것이다. 그렇게 선도적인 경영체제를 이끌던 윤덕병 회장은 20196월 안타깝게 타계를 한다.

이후 잠시 공석으로 있던 회장 자리를 그의 아들인 윤호중 부회장이 지난 3월 추대되면서 이어받는다. 윤호중 회장은 2012년부터 부회장으로 활동했었다. 2012년부터 한국야쿠르트 경영에 참여한 윤호중 부회장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핵심 사업인 야쿠르트 기업경영은 전문CEO들에게 일임했다. 그 사이 윤호중 회장은 팔도, 비락 등의 식품사업과 능률교육, 에듀챌린지의 교육사업, 큐렉소의 헬스케어사업 등을 챙겼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에는 요즘 같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경영문화도 있다. 뭐냐면 창립 때부터 은둔경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창업자 윤덕병 회장도 창업후 50년 가까이 경영했고, 활동량도 많았을텐데, 막상 언론에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생전 인터뷰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외아들 윤호중 회장도 비슷하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가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나서 지난 1995년부터 한국야쿠르트를 다니며 25년 가까이 경영에 참여했다는 정도다.

경제계에 한국야쿠르트 오너들의 이야기가 별로 노출되지 않은 것도 철저하게 외부 노출을 꺼렸기에 그렇다. 그래도 한국야쿠르트는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발 빠르게 사업을 개발하고 변화에 대응해 왔다. 특히나 2000년 이후 야쿠르트 사업 중심을 탈피해 신사업에 도전을 해왔다. 외부 평가로는 윤호중 회장이 이러한 혁신을 이끌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야쿠르트의 여러 인수합병 테이블에서 협상을 리드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형태를 갖추며 사업을 키워왔다. 우선 지난 2009년 능률교육을 인수했다. 현재는 NE능률로 불린다. 회사를 인수해서도 잘 성장시켰다. NE능률은 인수 직전 매출액이 300억원대인 영어 중심 콘텐츠 회사였는데, 인수 후 10여년 지난 지금 NE능률은 지난해 기준 846억원, 영업이익 29억원짜리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중고등학생 영어 교육 위주였던 사업 영역을 수학, 2외국어(일본어·중국어) 등으로 확대했고 영유아 교육도 시도 중이다.

한국야쿠르트가 교육사업을 한다는 사실이 낯설 수 있다. 다행히 이 회사의 성장세는 긍정적이다. 실제 NE능률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교육이 뜰 기세를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 사업을 넘어 자산운용사도 인수했다. 이 이야기는 더 낯설 수도 있다. 지난 2006년 플러스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한국야쿠르트가 금융업에 진출했다는 뉴스는 당시에는 좀 회자가 됐던 모양이다. 이밖에도 2011년에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큐렉소를 인수했다. 이외에도 한국야쿠르트는 골프장도 인수하며 그룹 외형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윤 회장은 팔도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팔도는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40.83%를 가지고 있다. 식품전문업체인 팔도는 꼬꼬면, 비빔면, 왕뚜껑, 비락식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팔도와 한국야쿠르트의 관계가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이어 야쿠르트가 능률교육, 큐렉소, 비락, 플러스자산운용 등의 계열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도입

지난해는 한국야쿠르트에 새로운 큰 변화의 물결이 있었다. 거의 반세기 국민과 함께 한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름이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로 바뀌었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파란색 포인트를 준 신규 유니폼도 등장했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알려진 한국야쿠르트에는 큰 변화다. 노란색 유니폼도 정말 수십년간 이어진 색이다. 그러다가 분홍색으로 바뀐 게 2014년이었다.

그리고 2014년이 일대 혁명의 원년이었다.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Cold&Cool)’가 도입된다. 길거리에서 종종 보는 전동카트말이다. 코코의 도입 이후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20159371억원 20169805억원, 20171314억원, 2018135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코코 1대 가격이 8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걸 회사가 구매해주고 대신 AS를 위한 약간의 이용료만 받는다고 한다. 또 사용연한이 지나면 새걸로 교체도 해준다. 프레시 매니저와 코코 그리고 한국야쿠르트의 공생관계는 더욱 돈독해 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 시대가 대세라고 한다. 이럴수록 한국야쿠르트는 신이 난다. 고객이 온라인 주문을 하면 전국에 1만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원하는 배송 시간에 맞춰 전달한다. 한국야쿠르트야 말로 구독경제 서비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친절한 메신저들을 통해서 신선간편식도 얼마든지 확산할 수 있다.

이미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브랜드 잇츠온밀키트, 샐러드 같은 HMR·CMR 제품을 배송 중이다. 또 심지어 신선계란, 두부 등 식재료까지 커버 중이다. 그래서일까? 국내 주요 인기브랜드들을 프레시 매니저 유통망으로 보급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종가집 김치, 한성 젓갈, 본죽 등을 매입해 선택의 폭을 더 다양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올해 1분기. 한국야쿠르트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더 상승했다. 전체 매출의 4.7%까지 올랐다. 전년 동기 2.2%와 비교하면 2배가 올랐던 거다.

코로나19도 한국 유산균 앞에서는 기를 못 쓰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방향타다. 윤호중 회장은 창업주가 반세기 이룩한 경영신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윤 회장은 팔도를 통해 자신의 경영능력을 맘껏 입증했다. 팔도는 치열한 국내 라면시장에서 10%대 시장점유율을 계속 지키고 있다. 실적도 좋아서 지난해는 매출액 4507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으로 쾌속 성장 중이다.

팔도에서 보여준 윤 회장의 팔팔한 에너지가 모기업인 한국야쿠르트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까? 바로 지금이 그의 능력을 입증할 타이밍이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매출액은 1689억원, 전년 1357억원과 비해 큰 상승세는 없다. 한국야쿠르트가 정체기에 빠진 것은 최대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여전히 강세이기에 그렇다. 매일유업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팔도에서 보여준 윤 회장의 저력이 50년 넘는 장수기업을 젊게 만들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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