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해쪽 여행길이 쉬워졌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던 서해 끝자락에도 하나둘 찾아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것에 발맞춰 지역마다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다. 전남 영광에도 새로 조성한 ‘백수 해안드라이브’길과 수십억을 들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 공사가 한창이다.
갯벌색을 띈 맑지 않은 바닷가지만 길게 이어지는 겨울 해안드라이브 길이 가히 환상적인 그곳. 그 길에 낙조라도 만날 수 있다면 저물어가는 한해 끝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을 듯하다.
영광은 전라남도 북서 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은 장성군, 서쪽은 서해의 칠산바다, 남쪽은 함평군, 북쪽은 전라북도 고창군에 각각 접해 있다. 노령산맥이 해안으로 뻗으면서 동쪽으로 고성산, 태청산, 장암산 등이 솟아 장성군과 경계를 이룬다. 남쪽으로는 불갑산, 모악산, 군유산 등이 솟아 함평군과 경계를 이루며 서쪽으로는 봉화령, 수리봉 등이 솟아 있다.
기후는 북서 계절풍의 영향으로 겨울철에 같은 위도상의 동해안 지역보다 냉랭하며 다른 지방에 비해 눈이 많이 온다. 갑자기 눈발이라도 만날 것을 유념해두는 것이 좋다.
영광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굴비와 ‘원자력발전소’ 그리고 불갑사와 원불교 성지 등이다. 이번 여행은 새로 난 백수 해안드라이브길의 묘미를 즐기고 법성포 뒤켠에 세워지는 거대한 기념관을 포인트로 여행을 떠나본다.
여행 시작은 법성포구쪽도 좋고 영광읍내를 택해도 된다. 드라이브길에 만나는 원불교 성지. 원불교는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영촌마을에서 태어난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 창시한 종교로 세계에 500여개의 교당과 100만 신도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대종사의 생가, 기도터인 삼밭재, 마당바위, 대각을 이룬 노루목, 제자들과 함께 바다를 막아 이룬 정관평 방언답 등이 있다.
특히 한적한 생가터 뒤켠으로 펼쳐지는 정상부분의 바위산이 눈길을 잡아 끈다. 이곳을 벗어나 5분 정도 가면 본격적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백수 해안드라이브는 길용리 원불교 성지에서 홍곡거리 해안을 끼고 장장 18km나 이어지고 있다.
인적이 뜸한 해안길에 차량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언덕위에 자리잡은 어촌 마을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잎새 진 억새꽃이 햇살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나 구불거리는 해안 도로가 위태롭지 않게 정겹다. 간간히 바닷가에 펼쳐지는 이름 모를 바위섬. 조수간만에 의해 갯벌이 드러나는 모습도 아름답고 바닷물이 출렁이는 것도 괜찮다. 운이 좋아 낙조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 최상의 여행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달려나오면 염산면이다. 염산면은 이름에서도 ‘소금 향내’가 난다. 이곳에는 아직도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이 허다하다. 관광화 되지 않은 천혜적인 자연. 그것을 관광상품으로 미리 내놓지 못한 탓에 소금 생산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신경이 예민하기만 하다. 우루루 몰려 염전 주변을 맴도는 관광객들에게 유난히 신경질을 내는 것도 한 단면이다.
염산면에서 함평으로 난 길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설도포구가 다가선다. 포구 옆에 서너집의 횟집만 들어서 있다. 이곳 천일염으로 만든 ‘백해젓’을 팔고 있다. 길을 사이에 두고 갈대 숲이 일렁인다. 규모가 커서 잠시 차를 멈추고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대중교통 : 영광읍내에서 군내버스 이용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영광나들목-영광 방향 23번 국도-영광읍-백수 방면 844번 지방도로 (3.5km)-만곡에서 우측 군도로 진입-천정저수지-백수동초등학교-원불교성지-봉남-염산면.
■먹거리&숙박 : 법성포구에 있는 일번지 식당(061-356-2268)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굴비와 참조기, 굴비장아찌는 물론이고 홍어, 삭힌 젓갈 등 상다리가 휠 정도로 많은 반찬이 차려진다. 건물도 깔끔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전라남도 지정 음식 명가다.
또 영광읍내의 진미식당(061-351-5124), 동낙식당(061-351-3363)에서는 백반을 1만원 선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숙박은 영광읍내의 신라호텔(061-353-3333)과 관광호텔 아리아(061-352-7676)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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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도래지 법성포·영광굴비
영광 법성포는 백제 불교의 최초 도래지라고 한다. 지금 법성포 뒤켠 산 중턱에는 거대한 기념관이 조성되고 있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가리킨 것으로 인도승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 영광 법성포라고 한다.
또 법성포하면 떠오르는 것이 굴비다. 고려때부터 유래돼 온 것으로 동지나 해역에서 월동한 조기가 해빙기가 되면 산란하기 위해 연평도까지 북상하는 도중 영광법성포 근해인 칠산 앞바다에서 4월10일부터 30일 사이에 산란하기 때문에 알이 들어 맛이 좋고 대량으로 잡혀 이때의 조기가 영광굴비의 참맛을 나타낸다. 영광굴비는 임금님의 수랏상에 진상되고 궁궐에서부터 영광굴비가 명물로 등장해 각광을 받게 됐다고 한다. 가마미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드라이브길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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