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창사 50년, 대치동 시대 여는 현대百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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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창사 50년, 대치동 시대 여는 현대百그룹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65
  • 승인 2020.05.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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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회장, 혁신 원년 선포하며 면세점·아울렛 속속 확장

새로운 50년 향한 담대한 도전

대기업 사옥이라고 하면, 깔끔한 스마트 오피스에다가 직원 복지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상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기업 중에는 사옥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곳에서 오랜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그렇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만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 기준 재계 순위도 22위다. 그런데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옥은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내 상가였다. 맞다, 아파트 상가가 본사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역사를 뒤져봐야 한다.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1971년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 모태다. 금강개발산업은 현대그룹 계열사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던 곳이었다. 그러다 1977년 현대쇼핑센터를 열며 백화점 사업에 진출했던 것이다.

이후 한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본사 사무실은 현대건설이 건립한 서울의 청계천 세운상가였다. 그러다가 1983년 현대건설이 지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와 인연이 돼 단지 상가 내 슈퍼마켓 운영을 맡았다. 자연스레 본사를 단지 내 상가로 옮겼고, 그뒤로 그룹의 본사는 이곳이었다.

압구정은 현대백화점에게 상징적인 지역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1985년 압구정본점을 개점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게 됐다. 그리고 1986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1423억원을 달성한다. 이때부터 현대백화점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껑충 성장하게 된다.

 

GBC와 시너지 위해 일터혁신

압구정 본점은 백화점 사업의 뿌리를 내리기 최적화된 입지였다. 주력 소비층이 압구정 인근에 거주했고, 전문직 일자리도 많았다. 압구정 본점에서 뿌리를 내린 뒤 사업의 진짜 가지를 크게 넓혀 현대백화점그룹은 1988년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연다. 1997IMF 외환위기 때에도 신촌점을 열 정도로 공격적인 출점을 시도했다. 지금의 현대백화점 사명은 2000년이 되면서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에서 변경됐다. 이후 2001년 미아점, 2003년 목동점, 2010년 킨텍스점, 2011년 대구점이 오픈가도를 달렸다.

백화점 사업만 한 게 아니다. 백화점 확장을 시작으로 유통·패션·종합식품·토털 리빙·미디어·렌털·B2B·건설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안에는 TV홈쇼핑 채널도 있고, 현대그린푸드, 한섬, 리바트 등 계열사만 25개나 된다. 전체 그룹 직원수가 16000명이 넘는다. 롯데와 신세계와 함께 유통 3강 대열에 당당히 서게 된 배경도 이렇게 유통 사업의 다양화를 이룩했기에 가능했다.

이와중에도 본사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에 있었다. 그랬던 현대백화점이 드디어 창사 50년만에 대기업에 걸맞은 사옥을 갖게 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전하면서 강남 2을 열었다. 신사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지하 6층부터 지상 14층으로 이뤄졌고 연면적만 8600평이 넘는다. 10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할 사무공간과 함께 대기업의 트레이드마크인 직장 어린이집과 사내 도서관, 피트니스 등도 갖춰졌다.

새집 마련이라는 50년만의 큰 변화이지만, 그룹 본사 이전과 관련한 시끌벅적한 행사도 없었다. 모든 게 코로나19 탓이다. 하지만 재계는 현대백화점의 신사옥 이전을 단순한 본사 이전 이상으로 본다. 그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행보 때문이다.

정지선 회장은 연초부터 2020년을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경영 드라이브를 바짝 걸었다. 일단 그룹 규모의 걸맞은 사옥은 전반적인 업무가 수월해지는 시스템을 마련해 준다. 그간 뿔뿔이 흩어진 계열사간의 소통도 자연스레 이뤄진다. 더 이상 현대아파트 입주민들도 현대백화점그룹 협력사들의 잦은 방문과 주차문제로 신경을 안 쓰게 됐다.

보통 글로벌 사업을 하거나, 새로운 혁신으로 기업이 진일보할 때 수많은 임직원이 두루 일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일터 혁신을 준비하게 된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대 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했던 핵심 사업 중에 캘리포니아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인피니트 루프1’이라는 일터를 만들었던 것도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딱 그러한 타이밍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대치동 시대를 맞아서 압구정-삼성-대치라는 삼각벨트가 구축됐다. 3곳에는 면세점까지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 현대백화점이 강남에 일터 혁신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삼성동에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영향도 크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단순 업무시설을 넘는 테마시설이다. 숙박시설과 문화쇼핑몰까지 이뤄진 105층짜리 초호화 상업시설이다. 인근에 현대백화점과 같은 유통시설이 인접하는 것은 시너지 차원에서 중요한 결정이다. 정지선 회장은 대치동 시대 개막을 기점으로 새로운 50년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경영악화 따른 생존경영 준비

현대백화점그룹은 혁신이라고 외치지만, 사실 생존경영을 준비한다고 평가해도 된다. 현대백화점은 지금 이익면에서 적자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유통기업들의 공통된 악재이긴 하지만, 올 연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영업 환경은 정말 어렵다.

그나마 요즘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자금지원이 가동되고 있지만, 유통업계 중에 실질적인 효과를 받는 곳은 대형마트나 골목상권 등이다. 백화점은 유통업계 소비구조 상 가장 상위에 위치해 있다. 호경기에는 씀씀이에 대한 소비심리가 긍정적이라, 백화점이 불야성이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9억원이라고 지난 7일 전자공시로 밝혔다. 지난해 동기보다 80.2% 감소했다. 연결 기준이라 함은 현대백화점 사업 이외에 지분 등 관련 있는 계열사를 모두 살펴봤을 때를 말한다. 백화점 사업 이외에도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것이다.

연결 기준은 매출은 4496억원이었고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숫자다. 순이익은 239억원으로 64.4% 줄었다. 백화점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감소했다. 매출액도 3926억원으로 17.7% 감소했다.

그나마 면세점 사업의 적자폭이 줄었다고 한다. 영업손실은 194억원으로 전년도의 236억원보다 42억원 적자를 줄였다. 매출액의 경우 800억원으로 14.4% 증가했다고 밝혔다. 면세점 사업이 잘 된 영향은 아닌 거 같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동대문점을 새로 열었고 그 효과를 좀 본 걸로 보인다. 또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면세점에 투입되는 비용이 감소했다. 작년 대비 기저효과가 좀 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 전체에 비상경영 체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 속 몸집 키우기 역발상

비상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지금의 난국을 공격적인 행보로 뚫고 가려는 거 같다. 실제 롯데, 신세계는 올해 엄청난 위기로 인해 이것저것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회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바쁘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투자했던 금액 8000억원과 비교하면 3000억원이나 늘었다.

정지선 회장은 면세점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 지난 2016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딴 현대백화점은 201811월 강남 무역센터점을 열었고 지난 220일 동대문점인 두산타워 내에 두 번째 시내면세점을 개장했다. 또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의 요충지라 불리는 인천공항 입점 사업권도 따냈다.

정 회장은 신규 점포를 자꾸 늘리고 있다. 아울렛 매장도 주요 권역별로 확장 중이다. 오는 6월 프리미엄 아웃렛 대전점이 오픈한다. 규모도 매우 큰 편이다. 현재 개장 임박에 따른 보도자료 설명으로는 265개의 판매시설과 100실 규모의 호텔, 컨벤션, 7개관으로 구성된 영화관을 갖췄다.

하이라이트는 여의도의 파크원이다. 내년 1월이면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선다. 여기까지 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상당히 유니크하고, 도전적인 기업으로 착각할 수 있다. 실은 오랫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보수경영의 대명사였다. 롯데, 신세계가 출점 경쟁을 할 때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 업황이 어려울 때를 공격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이러한 자신감은 재무가 좋아서 그렇다. 영업이익 등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유통 3사 중에서는 가장 방어를 잘했다. 또 롯데, 신세계처럼 대형마트 사업을 안 하다 보니, 코로나19 타격도 그나마 적었다고 할 수도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50% 전후로 낮은 부채 비율을 계속 유지 중이다. 그간 보수 경영을 통해 탄탄한 자금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대치동 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만큼 담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 승부수의 결과는 곧 숫자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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