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펜잘, 카우스-디올 … 명화 입은 기업매출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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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펜잘, 카우스-디올 … 명화 입은 기업매출 ‘거침없이 하이킥’
  • 중소기업뉴스
  • 승인 2020.05.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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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미술 속에서 길을 찾다] 아트 마케팅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사회·문화계 전반이 흔들리고 재정립되는 시기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당장 몇 개월 뒤의 시장 환경도 예상할 수 없는 시계제로에 빠졌다. 기존의 마케팅, 시장분석, 디자인 등의 경영전략으론 대응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과거의 성공방식을 버리고 새롭고 낯선 시선으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점검해야 한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서정아트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미술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사이트를 격주로 연재한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미술 작품은 더 이상 신성시돼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소비 자원이 됐다. 팝아트의 등장으로 예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1960년대, 작품의 대량 생산으로 인해 그 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했던 당대 분위기와는 달리 사람들의 인식은 점차 변화했고 다수의 기업들은 예술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한 지 오래다. 지난 칼럼에서 기업과 예술의 상생이 예술가들에게 주는 이점을 중심으로 현대판 메세나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연재 글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미술 작품을 활용하면 어떤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지와 더불어 예술을 소비하는 대중들의 소비 동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트와의 결합, 어떤 장점이 있나? - 제품의 차별화

유사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제품에 특정 이상의 변화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때 예술을 접목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두는 방법이 있다.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제품의 케이스에 삽입하면 특별한 디자인 없이도 한층 더 고급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오래된 명화의 경우엔 색감과 조형, 구도, 전체적인 화풍 및 아우라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의 미학적 가치를 이미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차용하기만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게다가 화가의 작고 후 70년이 넘으면 그 작가의 작품에 적용되는 저작권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어 고전 작품의 활용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값으로도 매길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지닌 고전 명화를 마케팅에 접목시키기에 앞서 다수의 기업은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오해하며 선뜻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비싸다라는 등식은 아무리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지금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화려한 장식적 요소에 감탄하며, 밀레의 이삭줍기가 대단한 작품이라는 걸 안다. 금빛을 띈 클림트의 그림은 고급스러운 색감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매료시키는 힘이 있어 아트상품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1,500억 원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상화로 알려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1 >(1907)10여 년 전 펜잘Q의 제품 케이스에 삽입돼 아트 마케팅으로 활용된 바 있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아트 마케팅을 도입한 사례로서 보수적인 한국 제약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디자인 리뉴얼 후 매출이 전년 대비 48.9%가 상승했다는 당시의 기록은 안전한 진통제를 강조하고 싶었던 기업의 취지에 맞게 클림트의 명화가 무의식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형성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카우스(Kaws)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 1974 - )는 미국 뉴욕 출신 팝 아티스트로서 피규어를 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대 예술가다. 카우스의 아트토이는 2000개의 한정 수량으로 생산돼 방탄소년단 RM과 제이홉이 수집하면서 인기를 끌었으며, 그의 시그니처 ‘X’모양의 눈은 카우스가 거액의 낙찰가에 경매되면서 더욱 입지를 다졌다.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의 하나인 캐주얼함은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하고 싶은 브랜드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카우스는 패션 브랜드 디올(Dior)과 유니클로 등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에 선다.

그의 행보는 마치 팝아트의 대가 앤디워홀(Andrew Warhola, 1928-1987)을 연상하게 한다. 60년 전 앤디워홀이 등장했을 적 미국의 미술 비평가들은 그의 예술 행위를 예술로 볼 수 없다며 심포지엄 ‘A Symposium on Pop Art’(1962)까지 열어 담론을 형성했고 그곳에서의 갑론을박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몇 년 간 팽팽한 상태를 지속했다. 하지만 과연 무엇을 예술로 보아야만 하는가라는 논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시간이 꽤 많이 흐른 지금, 자신의 예술을 상품화함으로써 명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카우스는 상업 미술이 그저 유희로서의 예술이 아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역사적 산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의 네오 팝아티스트 제프쿤스(Jeff Koons, 1955년 출생)도 루이비통, 키엘 화장품, 돔페리뇽 샴페인 등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품의 가치가 상승했다. 공장 같은 스튜디오를 세워 아이디어만 제시할 뿐 여러 명의 조수에게 제작을 모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자기 생산품(Self-Merchandising)’에 지나지 않는다는 미술 비평가들의 혹평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높은 가격에 책정되던 작품들의 경매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으로 보아 미술 시장의 가치와 미술사적 가치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판매하다

한편,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예술작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그것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기업도 있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예술 작품을 일회적인 소비재로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예술품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을 서비스로 제공받는 형태인 것이다. 거장의 판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몇몇 갤러리의 경우,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전속 작가의 작품을 아트페어에 출품하는 기존 갤러리의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미술품을 소재로 새로운 사업을 펼친다.

최근 원화가 132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던 김환기의 <우주 Universe>(1971) 에디션 판화를 전시하고,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김환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비롯한 한국 추상미술 동향에 관한 역사 등 작품에 관한 강연을 들을 기회와 더불어 그 시장을 탐구하고 향유할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리테일 목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추천받고, 배경지식 없이 작품을 소유하기만 하는 것보다 미술품 컬렉터로서 지식을 체득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컬렉터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미술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예술 산책 프로젝트의 일환인 ‘CGVx서정아트센터 예술강연의 경우 갤러리에 소속된 큐레이터가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데, 영화 속 미술과 만남을 주제로 하여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냄으로써 익숙한 명화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각색하고 활용하는지 깊이 있게 다룬다. 이는 예술과 대중 사이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서정아트센터라는 기관의 지향점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갤러리라는 공간이 할 수 있는 한정적인 범위를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오로지 전시 공간으로만 탈바꿈 시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변화를 주는 기업도 있다. 루이비통 플래그십 매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은 루이비통 메종 서울로 바뀌며 4층은 전시실이 됐는데, 올해 초 이곳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특별 전시가 열렸다. 루이비통 재단이 소장품을 공개하는 전시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중 하나로서 진행한 이 전시는 소장품을 통해 대중에게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 이상으로 루이비통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공간 곳곳에서 읽혔다.

루이비통 재단은 이와 비슷한 비중으로 작품을 소장한 브랜드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수집하고 책자를 마련했다. 한 켠에서 재생되는 영상 또한 루이비통 브랜드 자체의 역사에 방점을 뒀다. 관람을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선은 바로 1층 매장으로 이어져 매출 상승에도 자연스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과 예술의 상생은 이렇듯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지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조금씩 그 형태를 달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어떤 목적으로든 작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컬렉터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아트 마케팅을 활용하려는 기업은 예술 동향이 어떻게 흘러왔고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 글 이윤정 서정아트센터 큐레이터 / 진행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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