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 한 장 들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1등에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지만 좋은 꿈을 꾸어서 그런지 수백억 원을 타는 사람은 생긴다. 천운이다. 그러나 나라경제는 복권에 당첨되듯 어느 날 갑자기 행운이 굴러 들어오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국민이라야 경제를 성장시킨다.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지도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네편 내편이 갈려 갈등은 증폭되고 있고, 보안법 개폐와 수도이전, 과거사 청산 등등 경제와 관계없는 일로 바쁘고 시끄럽다. 경제는 수렁에 빠져 있는데 정부당국은 이것저것 한꺼번에 하겠다고 한다. 과욕이고 착각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때가 있고 우선순위가 있다. 하고싶은 일을 무리하게 할 게 아니라 해야할 일을 능력껏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우리의 경제난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학자들 80%는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최고경영자들 88%는 정부가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른 채 낙관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난은 우리 모두의 책임
최근 한국 CEO(최고경영자)포럼과 세계경영연구원의 조사결과다. 그런가 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기업가정신이 약해졌다며 문제는 기업인에게 있다고 했다.
기업가정신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발휘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는 반(反)기업정서가 깔려 있고 노사불안은 여전하다. 또 각종 규제는 어떤가.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제부총리의 지적은 과녁을 벗어난 화살 같다.
한국경제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이 4%로 떨어졌다는 진단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지속성장은 어렵다. 올해 또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게 아니다. 성장동력이 멈춰 섰고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없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값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 등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했던 일본기업들은 최근 일본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정부가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 공동화 대책을 다양하게 모색해온 결과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우리 기업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중국으로 떠났지만 중국에 투자한 국내기업의 40%가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고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서 제대로 자리잡은 기업의 수는 20% 정도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시장이 중국에 침식당하고 있는 걸 우리는 흔히 본다. 우리의 전통식품인 김치조차 중국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앞으로 4년 이내에 업종이 같은 중국기업과 우리 기업과의 기술격차는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 8월말 한국무역투자공사(KOTRA)중국지역본부가 중국에 진출한 5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9/20일자)는 한국의 기업인과 부유층이 해외이주에 앞장서는 등 한국자본의 대탈출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노(親勞)성향과 대중영합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한국경제 성장의 역사는 위기극복의 과정이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서야 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라.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기업인을 독촉할 일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에게 먹고 살 방안을 제시하며 미래세계를 창조하는 경쟁을 하라. 노동자들은 싸울 상대가 사용자가 아니라 중국 등 경쟁국의 노동자들이라는 걸 인식하라.
경제와 관계없는 일을 붙들고 시비하고 있으면 경제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모두 정신을 차려야한다. 대통령부터 국론을 모으는 중심에 서 있어야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류 동 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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