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문화 자리잡으며 집 꾸미기 수요 급증

홈인으로 매출 홈런승부수

코로나19는 일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뒤바꿔 놓았다. 아침이면 집을 나서 회사나 학교에 가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기본적인 생활 패턴마저 달라졌다.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며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심지어 운동까지 하고 있다. 홈오피스 홈스터디 홈트레이닝이 더이상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바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집이 달라졌다. 집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 집은 투자였다. 투자 가치만 있다면, 생활 불편을 무릅쓰고라도 집을 샀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집은 생활 그 자체다. 사는(buy) 곳이 아닌 사는(live) 곳이다.

이런 변화는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발전의 양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인구구조를 살펴 보면, 인구수는 줄고 있지만 가구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가족은 점점 더 분화되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고 있다. 주택은 가구 단위로 소비하기 때문에, 집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구가 집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은 점점 줄고 있다. 경제가 고도압축성장하던 시대엔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았고, 또 어느 정도 실현 가능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로 돌아서며, 실현이 어려워졌다. 집을 살 때까지 돈을 아끼자는 마음보단 현재 거주하는 곳을 가꾸자는 공감대가 더욱 커졌다.

 

새로운 트렌드 집방인기가도

집은 이제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집스타그램 해시태그와 인플루언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집으로 낯선 이를 초대하는 소모임도 찾아볼 수 있다.

집에 대한 관심은 방송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먹방을 잇는 새로운 트렌드로 집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주거 예능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2000년 일반 가정의 집을 개조해주는 MBC ‘러브하우스에서 시작해, 2016tvN‘렛미홈’, 2017JTBC ‘내 집이 나타났다등이 주거 예능의 맥을 이었다. 그리고 2019년엔 색다른 컨셉의 MBC ‘구해줘!홈즈가 나타나 방송가를 달구고 있다.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들이 시청자의 의뢰를 받아 조건에 맞는 집 매물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집에 대한 요구 조건은 꽤 다채롭다. 단순한 주거 공간에서 시작해 작업을 겸해야 하는 공간 등 사연마다 매회마다 다르다.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다. 이중 의복이 가장 먼저 패션 문화로 진화해 산업을 이끌었고, 다음으로 먹방의 시대가 열리며 음식 문화가 꽃을 피웠다. 지금은 주거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한샘이 이런 추세에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한샘은 가구 및 인테리어 부문에서 1등 기업이다. 1970년대 주방 가구로 시작해 1997년 인테리어 가구, 2000년대 후반 건자재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국내 종합 홈 인테리어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2017년엔 국내 가구업체 최초로 매출액 2조원을 넘기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샘은 리하우스(Rehaus)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2016년부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샘 리하우스는 집 전체를 재단장하는 사업이다. 가구를 교체하는 건 물론 욕실이나 창호 바닥재에 이르기까지 집 전체를 일관된 컨셉으로 리모델링 해준다. 집 공간의 모든 걸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스타일 패키지 상품인 셈이다. 리하우스 사업은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올해 코로나19로 의외의 바람을 탔다.

1분기 한샘 실적이 놀랍다. 1분기 매출이 4926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4425억원)에 비해 11.3% 늘었다. 증권가는 두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하나는 주택 매매가 급증한 게 한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이사와 함께 집 꾸미기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스타일패키지 VR서비스 효과

또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 공간 리모델링 건수가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파 등 거실 가구를 교체하는 수요가 늘었고,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교체하는 수요도 확대됐다. 또 집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며 주방가구 구매도 증가했다.

온라인 채널이 확대됐다. 한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던 3월 온라인몰 한샘닷컴에서 리하우스에 대한 상담 신청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한다. 한샘닷컴에선 한샘 리하우스 스타일패키지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방식의 영업방식이 효과를 보인 것이다.

한샘 측은 1분기 실적에 대해 리하우스 사업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성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리하우스 패키지 판매 갯수는 올 1분기 기준 전년 동기보다 286% 늘었다. 4월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0% 이상 판매를 이어갔다.

특히 2월 선보인 수퍼패키지가 인기를 끌었다. 수퍼는 평당 99만원 대 상품으로 기존 상품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흰색과 회색아이템을 규격화하고 대량 생산함으로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지고, 상품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1분기 영업이익은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 한샘 측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공헌 기부, 대리점 임대료 감면, 방역 지원 같은 일회성 비용 지출이 늘어 다소 감소했다고 밝혔다.

깜짝 실적을 올린 건 한샘만이 아니다. 매출액 기준 2위 업체인 현대리바트는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난 3694억원, 영업이익은 50.4% 증가한 148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늘어난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 될수록, 대형 브랜드가 더욱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구매해야 하는 온라인 구매의 특성상 품질과 사후관리를 신뢰할 수 있는 대형 업체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인테리어 스타트업인 오늘의집집닥3월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2분기는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들의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해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있는 집을 고쳐쓰는 질적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것도 예상된다. 미국에선 구글이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한다고 밝혔고, 트위터는 무기한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역할과 환경이 재택근무에 알맞고 본인이 희망한다면 영원히 그렇게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택근무와 자율근무가 확산되면 주거 공간에 대한 투자 욕구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노후 주택이 증가한 것도 또다른 배경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주택 비중이 2020년대 중반쯤 30%를 넘어선다.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0091000억 원에서 2016284000억 원, 올해 41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한샘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강승수 한샘 회장은 국내 시장 매출 10조원 달성을 중기 목표로 세웠다. 리하우스 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우리 집은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하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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