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리 한의사의 아는 만큼 건강해집니다]
우리나라 식약공용 농산물을 활용한 식치 예방법 ② 강원도-당귀, 황기, 더덕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평균기온은 0.7,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높은 1.5상승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00년에는 전 세계 평균기온은 4.7,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5.7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약용식물 중에도 기후가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천궁, 당귀, 강활, 고본 등과 같은 고랭지 한약재가 있다. 이들은 고온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시 생산량과 품질, 그리고 재배지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강원도는 이러한 고랭지 약초를 경작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보루이다. 평창과 진부령 고개 일대가 참당귀 주산지이며 국내산 참당귀 생산량의 66%를 생산한다. 황기는 강원도 정선군에서 주로 나며 재배농가도 가장 많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경작되고 있는 약초는 더덕이다. 전체 생산량의 77%가 이곳에서 난다. 더덕의 생약명은 양유’, 사삼의 생약명은 잔대, 더덕이 사삼과 같다는 것은 맞지 않다. 서로 상이한 작물이나, 실제 구분이 어려워 일상에서는 혼용된다. 하지만 사삼이나 더덕이나 모두 초롱꽃과로, 도움을 받는 장기가 폐와 비장이기 때문에 폐를 촉촉하게 하고 기침을 치료하는 효능이 비슷하다. 평소 마른기침이 심하거나, 폐가 약한 태음인들에게는 더욱 좋은 식치 재료가 된다.

참당귀는 잎이 크고 향이 강하며, 일당귀는 잎이 작고 향이 약하다. 독특한 향으로 쌈채소로도 인기가 좋은 당귀 잎은 일당귀의 잎이다. 참당귀에는 데쿠르신, 데쿠르시놀, 노다케닌, 움벨리페론, 움벨리프레닌, 크산토톡신, 오스톨과 같은 쿠마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대부분의 미나리과 약초는 약간 매운맛을 지녀서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데, 같은 미나리과인 당귀도 적혈구의 유동성을 향상시켜 심혈관계의 순환에 기여하는 것으로 연구됐다.

성질효능으로 보면, 당귀는 보혈약이다. 보혈은 피를 더해준다는 뜻으로 피가 모자란 것은 물론, 뭉치거나 순환이 되지 않아 차가워지는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부인과의 성약(聖藥)이지만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과 같이 자궁질환이 있는 경우, 식치로 섭취하면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치는 어디까지나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후 회복기에 보조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정선의 명물인 황기찐빵으로도 유명한 황기에는 강력한 면역 강화 기능이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화학요법을 받는 암환자에게 황기를 투여하자 부작용인 백혈구와 혈소판의 감소가 억제됐고,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에도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콩과 식물인 황기의 성질효능은 보기(補氣)이다. 하지만 절대적 기허일 때만 보충제로 쓰이므로, 순환이 안 돼서 생기는 상대적 기허에는 장복이 위험하다. 이를테면 같은 수족냉증에도 소음인들의 기허증상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열이 가슴이나 얼굴로 모여 상대적으로 수족이 냉한 증상에는 다른 약재를 식치로 사용해야 한다.

황기의 놀라운 기능 중의 하나는 새살을 돋게 하고 식은땀을 수렴시키는 것이다. 이런 효능이 생기는 이유는 폐를 보해주기 때문인데, 폐는 숨 쉬는 일 외에도 마치 피부위에 옷을 입듯 눈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갑옷 역할을 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균감염이 돼 염증과 열감이 심하거나, 식은땀이 아닌 열 발산으로 인한 땀이라면 역시 맞지 않다. 강원도에 가면 기혈과 진액을 모두 보하고 올 수 있다. 더덕은 보음, 당귀는 보혈, 황기는 보기, 여기에 보양을 시켜주는 식치 재료를 만나면 음양기혈을 모두 보할 수 있다. 대표적 보양약인 복분자는 다음 편인 전라북도에서 만나보자.

 

- 최주리 한의사(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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