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염병이 세계 역사를 바꾸곤 했다. 기원전 430년 장티푸스로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전쟁에서 패했다. 3세기 로마제국이 몰락할 때 홍역, 장티푸스, 천연두가 창궐했다. 14세기 페스트가 중세 봉건질서를 붕괴시켰다. 16세기 잉카문명은 천연두에 무너졌고, 덕분에 유럽이 남미를 삼켰다.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이때마다 경제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변화의 시작은 인구 감소다. 14세기를 예로 들어보자. 불과 3년 동안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노동력이 줄자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래도 일손이 모자랐다. 일손을 구하지 못한 영주는 파산했다. 급기야 영주와 농민이 무력으로 충돌했다. 영주의 존재는 사라졌다.

그리고 인간은 기계를 쓰기 시작했다. 노동력 감소는 영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산업의 문제였다. 수작업에 의존했던 생산 방식으로 더 버틸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혁신이 뒤따랐다. 대표 사례가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금속활자다. 기계가 손을 대신하게 됐다. 스페인독감도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자동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그걸 해낸 기업만 살아남았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누가 이런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가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과거의 전염병은 인구 감소가 촉발한 경제의 변화가 전부였다. 그러나 코로나는 경제를 새로운 영역을 몰아넣고 있다. 그런데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재정 투입으로 대응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은 포스트 코로나를 얼마나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나? 재난지원금의 온기를 쬐고만 있는 느낌이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소용돌이가 우리를 집어삼키려 하는데도 말이다. 지금 추경 예산의 규모를 갖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대응안 마련 시급

생산성 향상 따라잡아야 생존

재택근무 정착방안 발등의 불

중소기업 위한 뉴딜도 모색을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출현처럼 말이다. 생산성 수요는 시장에서 발생한다. 그런 시장이 온라인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이를 쫓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우리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생산성 향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생산성 향상은 요소투입에 기초했고, 회사 내부의 영역이었다. 자본을 투입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기술인력을 고용해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다가는 온라인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생산성 수요를 쫓기 어렵다. 생산성 수요를 빨리 포착하고, 적은 비용으로 향상을 꾀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외부의 기업과 과감히 손을 잡고, 복합·융합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다음으로 새로운 근로 형태에 대비해야 한다. 처음엔 재택근무를 걱정했으나 할만하다라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넓은 사무공간은 필요 없어졌다. 그만큼 부담하는 비용은 줄어든다. 대신 구성원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산망 구축이 필요하고 여기에 꽤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인력 채용과 훈련은 물론 성과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새로운 근로 형태와 임금에 대한 노사 간 합의도 산 넘어 산이다. 비용뿐 아니라 새로운 환경 자체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지금 고민은 포스트 코로나로 모인다. 정부도 재정 투입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두 차례 걸쳐 239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어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을 준비 중이다. 3차 추경에는 한국판 뉴딜을 위한 5조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3차 추경 어디에도, 한국판 뉴딜 어디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고민을 찾기 어렵다. 그저 과거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보증을 확대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내용만 빼곡하다. 미래의 불안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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