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1분기 영업익 엔씨·넷마블 추월
모바일 매출은 전년比 6배 훌쩍
수평적 회의·부서 협업 일상화
놀이터 문화로 개인능력 극대화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과 연관된 대부분의 업계는 무궁무진한 비상을 꿈꾸고 있고, 또 어떤 업체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택트, 비대면, 집콕 등 코로나는 사람들을 더욱 개인화하게 만들고, 혼자 놀게 만듭니다. 혼자 놀아도 같이 노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있습니다. 게임 분야가 그렇죠.

한국의 게임업계 소식 중 요즘 크래프톤이라는 업체가 이슈몰이 중입니다.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1분기에만 무려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99%, 영업이익이 300% 증가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3대장인 넥슨·엔씨·넷마블 가운데 엔씨(2414)와 넷마블(204)을 추월한 기록입니다.

게임업계는 물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앞서 넥슨·엔씨·넷마블이라는 업체명은 한번 쯤 들어봤을 텐데요. 크래프톤은 아주 낯선 이름일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이전 사명은 블루홀스튜디오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입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입니다. 그는 2017년부터 정부의 4차 산업혁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 출신으로 쉽게 말해 벤처 창업 시장에서는 신화적인 CEO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화려한 이력을 설명해 보면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설립하고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으로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어 2005년에는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공동창업합니다. 그리고 1년 뒤 2006년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하는데요. 당시 매각 뉴스는 벤처업계에 상당히 놀라운 소식이었죠. 벤처 아이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만들어진 겁니다.

2007년에는 크래프톤의 전 이름인 블루홀스튜디오를 만들었고 2011PC 게임 테라를 선보였죠. 이 게임은 대통령상도 받았습니다.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2017배틀그라운드로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총 쏘기(FPS) 게임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7000만장을 기록했고, 스마트폰 누적 다운로드 6억건을 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게임업계에서 입술이 닳도록 회자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효자상품이 바로 총 쏘기 게임이라는 사실 말이지요. 크래프톤의 강점은 모바일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모바일 쪽 매출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해 6배나 올라 4215억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83% 가량입니다.

장병규 의장은 어떻게 크래프톤을 알짜기업, 강소기업으로 키워내고 있는 걸까요? 흔히 말하는 구글식 효율성·직원 자율성 등이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매일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임원실도 없고 임원이나 신입이나 언제든 수평적인 회의를 합니다. 소통에 격식이 없으니, 회사 규모가 커져도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시장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거겠죠. 원래 스타트업이 초반에는 수평적 기업문화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기업이 커질수록 예전의 벤처문화를 유지하기 어려운데 말입니다.

부서간 협업도 크래프톤의 특징입니다. 서로간의 노하우를 교류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료와 협력해 새로운 아이템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크래프톤이 하나의 놀이터인 셈이죠.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와 같이 부서단위, 혹은 프로젝트 단위로 얽매이는 것 보다 회사의 여러 프로젝트 내용을 공유받고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업무를 알아서 찾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일 수밖에요.

크래프톤은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가 주식시장에 나온다면 게임업계 4대장이 될 게 뻔합니다. 장병규 의장은 지난 2018년에 IPO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언제가 될까요. 게임업계에서는 내년에 추진될 걸로 전망합니다. 게임 강국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글로벌 게임사가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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