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장품 개발 A~Z까지 맞춤제공내년엔 개방시스템 출범

모든 고객이 K-뷰티 주역마중물

코로나19사태에도 K뷰티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주요 업체의 사업실적에는 경고등이 켜졌지만, 화장품 사업으로 진출하는 신규 업체들의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K뷰티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영업이익은 70% 가까이 역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소폭 성장했지만, 화장품 부문은 각 6%10% 가량 후퇴했다. 코로나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만큼, 타격도 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최근엔 패션 의류 업체들이 유독 눈에 띈다.

 

패션기업들, 잇단 뷰티사업 진출

한섬은 5월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인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은 미백 주름 탄력 등에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섬은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제품을 출시하고, 향후 색조 화장품 등으로 제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건 기존 패션사업에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타임, 마인과 같은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해, 화장품 이미지를 차별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미래를 꿈꾸는 건 한섬뿐만 아니다.

LF2018년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을 출시했고, 201910월엔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내놓았다. 코오롱 FnC20195월 사이언스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M.CURIE)’를 출시했다.

패션기업은 왜 뷰티 시장을 탐내는 걸까. 우선은 팍팍해진 현실 때문이다. 자라나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수입을 다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럴싸한 성공사례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롤모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당시 매출이 19억원이던 비디비치는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화장품 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업종간 유사성이 큰 것도 이유다. 패션과 화장품은 소비층이 유사하다. 트렌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샤넬, 디올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패션과 함께 뷰티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다. 시장 가능성도 크다. 신생 브랜드가 당장 해외에 진출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화장품 분야에선 K뷰티라는 후광을 업을 수 있다. K뷰티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만큼 아시아 지역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물론 당장 성과를 거두는 건 불가능하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성과가 더욱 미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업계는 코로나 이후 다시 열릴 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롤모델로 꼽히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비디비치의 경우에도 5년간 영업손실을 내다가 2017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수직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자의 기다림과 뚝심이 요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장품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화장품 사업은 등록제로 운영돼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다. 또 자체 생산 시설이 없어도 제품 개발과 제조가 가능하다.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OEM, ODM 인프라가 국내에 잘 구축돼 있다. 한국콜마나 코스맥스가 대표적인 ODM 업체다. K뷰티 열풍이나 화장품 사업진출 러시도 이런 기반 산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K뷰티의 숨은 공신이다.

 

30분 만에 화장품개발 생생 체험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 방식을 도입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연구 개발, 완제품 생산, 관리, 출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서비스하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 로레알, 이니스프리 등이 있고, 국내외 500여 곳의 화장품을 제작 생산하고 있다. 한국콜마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은 2만 여 종에 이른다. 이중 처방법(원재료 배합 기법)이 겹치는 건 한 건도 없다.

한국콜마는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창업자 윤동한 회장은 지난해 8월 퇴임했다. 이후 2세인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권을 잡았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공학 석사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한 바 있다. 2009년 한국콜마에 합류한 뒤 2016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윤 부회장은 최근 플랫폼 서비스 플래닛147’을 선보였다. 플래닛147은 화장품 개발에 대한 모든 것을 맞춤 제공하는 서비스다. 교육부터 내용물 제작, 용기 개발, 브랜드 기획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개발에 대한 모든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 화장품 사업에 관심이 있는 개인도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 개발을 용이하게 경험할 수 있다.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과 중소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같은 플랫폼 사업을 발 빠르게 마련한 것이다.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엔 다양한 화장품 원료와 원료를 배합해 만든 제형, 용기와 용기 재료 등이 전시돼 있다. 고객은 원하는 품목을 선택해 직접 화장품 샘플을 만들 수 있다. 통상 수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화장품 개발을 단 30분 만에 경험할 수 있다.

체험 공간과 이어지는 상담 공간에선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고객을 맞는다. 제형, 용기, 브랜딩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객의 아이디어를 진화시켜 준다. 여기선 제품 이미지를 보다 섬세하게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제품 개발 시스템(PDS: Product Development System)을 이용해 제품을 3D 이미지로 구현하고 있다.

한국 콜마는 내년 초까지 PDS시스템을 개방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모든 고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세계 어디서든 플래닛147에 접속해 자기만의 화장품을 기획하고 컨설팅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제약사업 일부 매각, 신사업 탄력

윤 부회장은 사업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사업 외에도 제약과 헬스케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분야가 기존 화장품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나 인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제품 생산과 품질관리 등에서 유사했다. 과거 윤동한 회장이 대웅제약에서 일했던 경험도 바탕이 됐다. 제약 헬스케어 사업은 2018년 윤동한 회장 시절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며 더욱 덩치를 키워다. 윤상현 부회장은 당시 대표이사로서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들어 윤 부회장은 사업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5월엔 제약 사업 일부를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퀴티에 매각했다. 의약품 생산대행(CMO) 사업을 하는 콜마파마 지분 전량과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문을약 5100억 원에 양도했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해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취지다. 이후 한국콜마는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고, 제약사업은 HK이노엔이 전담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한국콜마는 2018CJ헬스케어(HK이노엔 전신)13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차입금과 이자 비용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부채총계는 15500억원, 순차입금은 994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은 534억원으로 영업이익 117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매각으로 순차입금은 3000억원 감소 효과가 있고, 연간 130~150억 원에 이르는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여력도 얻었다. 무거운 짐을 덜고, 새 엔진을 단 한국콜마. K뷰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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