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인세·소득세 감면조건 확대 등 유치전략 내달까지 마련
정책핵심인 입지규제 완화책 안 담겨 대규모 리쇼어링은 의문
기업 노동비용도 걸림돌…최저임금 동결, 원가 경쟁력 확보해야

정부가 리쇼어링’(해외공장의 국내 복귀) 촉진을 위해 국내 사업장에 증설만 해도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한 국내 유턴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하면 분양 우선권을 주고 설비투자도 지원한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대해선 규제를 풀지 않았고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노조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어 이 정도의 유인책으로 대규모 리쇼어링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웰컴 유턴기업지원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 50% 이상을 줄이고 돌아온 유턴기업에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 줬지만 이번 지원책에서는 앞으로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 감축 조건을 폐지하고 해외 사업장의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감축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 지원에서 배제된 기업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유턴 및 첨단산업 유치전략 등을 포함한 글로벌가치사슬(GVC) 혁신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정부는 유턴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하면 분양우선권을 주고, 임대전용 산업단지나 새만금 등에 맞춤형 용지를 공급한다.

유턴기업 입주 때 산단 입주업종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입지 규제도 완화한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유턴기업엔 수도권 규제 범위 내에서 부지를 우선 배정한다.

유턴기업의 입지·시설 투자와 이전비용 지원을 위한 보조금도 대폭 늘린다. 기존엔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당 100억원 한도에서 지급했고 수도권에 복귀한 기업의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를 비수도권엔 200억원으로 확대하고, 수도권엔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 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을 지원한다.

 

노동비용 생산성보다 가파른 증가

그러나 수도권 규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 입지규제의 완화책은 담기지 않았다. 현재 시행 중인 공장총량제는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하고 그 안에서만 연면적 500m²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내에서 기업들의 자유로운 투자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입지·환경 규제를 손대지 않는다면 미흡한 지원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리쇼어링에 가장 큰 걸림돌인 노동 비용도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이 연평균 2.5% 증가했지만, 일본과 독일을 비롯해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주요 10개국에서는 0.8% 감소했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유턴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해 제조원가의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단위노동비용 연평균 증가율이 2.5%로 한국과 같았고, 미국(1.2%), 브라질(0.8%)도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했다. 반면 일본(-3.8%), 독일(-2.7%), 오스트리아(-2.3%), 싱가포르(-2.0%), 인도(-1.1%), 멕시코(-0.8%), 폴란드(-0.2%)는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해 제조원가 경쟁력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중국이 한국처럼 단위노동비용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미중 무역마찰과 중국 경제침체 등 글로벌 기업의 시장확보라는 전략적 유인이 약화할 경우 이들 기업의 탈중국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는 1인당 노동비용이 노동생산성보다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0~2018년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은 연평균 5.2% 증가했지만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반면 주요 10개국의 경우 1인당 노동생산성(연평균 3.9%)1인당 노동비용 증가율(3.0%)보다 더 빠르게 향상됐다.

 

지구촌, 자국기업 유턴 총력전

리쇼어링 지원책은 각국 정부의 정책 화두다. 코로나19 이후 선진국들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의 생산공장을 불러 모으는데 모든 카드를 다 꺼내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의 유턴을 위해 법인세 감면과 250억달러(31조원)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정책 보조금 지급을 넘어서 파격적인 세금 인하와 노동 개혁, 최저임금 인하 등 전방위적인 유인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올해 말까지 중소기업에 최대 1000만달러의 무담보 대출을 해주는 급여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출 형식이지만 직원 수를 유지하고 급여, 임대료 등에 쓰면 상환 의무가 없다. 일본은 법인세율을 23.4%로 낮추고, 2435억엔의 예산을 편성해 중국을 떠나 자국 복귀를 원하는 부품·소재기업에 생산공장 이전비용의 절반을 지원하는 유턴지원책을 발표했다.

최근 독일 집권 여당인 기민당은 독일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경제 재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엔 최저임금 동결·인하, 법인세 인하, 근로시간법 개정, 사회보장세 40% 이하 유지 등이 담겼다.

이렇게 각국의 리쇼어링 경쟁은 코로나 이후 생산시설이 자국에 있는가, 없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각국이 기업을 자국으로 회귀시키기 위해 세금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펼치고 각종 입지규제도 앞다퉈 풀고 있다코로나 이후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핵심 내용을 우리 정부가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돌아올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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