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4년 만에 글로벌시장 25% 점유
애플 ‘아이팟’과 세계무대서 맞장
혁신 정신은 벤처계 ‘위대한 유산’

한국의 잡스를 잃었다.” 지난 9일 별세한 레인콤 창립자인 양덕준 민트패스 대표에 대한 벤처업계의 애도 내용입니다. 양덕준 대표는 한국의 벤처 1세대이자, 벤처 신화의 주역이었습니다. 양덕준 대표가 벤처업계에 남긴 발자취 중 가장 큰 것은 2000년대 초반 국산 MP3플레이어인 아이리버를 출시한 일입니다. 70~80년 세대들에게는 아이리버 MP3가 있냐 없냐가 젊은 시절 한때나마 자랑거리였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19991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아이리버 전신인 레인콤을 창업하고 휴대용 MP3 재생기 사업에 뛰어든 양덕준 대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는 2008년 이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죠. 새로운 ICT 물결에 따른 부침을 온몸으로 겪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멜론이나 벅스 등 음악 사이트를 통해 음원 파일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시엔 MP3 포맷으로 압축한 디지털 음악을 플래시 메모리나 하드디스크

, CD 등에 옮겨 저장했고 휴대하면서 들었습니다. 피처폰, MP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를 각기 들고 다니던 시대였습니다.

양덕준 대표는 단순히 MP3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제조기업이 아니었습니다. MP3 음악 파일 보급에도 앞장을 섰습니다. 아이리버라(IRIVER)는 브랜드는 인터넷의 강이라는 뜻입니다. 인터넷 카페와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아이리버는 설립한지 불과 4년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70%,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한 적도 있습니다.

실적도 수직 성장했는데요. 2002년만 해도 이 회사 매출은 800억원 수준이었으나 2년 후에는 4500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이듬해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이 시절 아이팟이라는 MP3를 출시하던 아이리버의 경쟁사였을 정도입니다.

양덕준 대표의 아이리버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했다는 사실이 현재 시점에서는 조금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세월은 흘렀고, 기술은 진일보 중입니다. 아이리버가 애플의 아이폰을 왜 못 이겼는지는 굳이 상세히 논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애플은 2000년 중반부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작업을 했고, 음원을 사고파는 아이튠즈를 통해 MP3 시장을 단숨에 석권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피처폰과 MP3와 카메라 그리고 인터넷을 하나로 합친 스마트폰을 선보였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애플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아이리버도 한때 애플이 걸었던 성공의 길을 걸을 뻔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양덕준 대표는 플랫폼 사업을 통한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기 보다는 아이리버를 통해 우리 삶에서 음악이 일상에서 상당히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려준 거 같습니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무이한 마약을 음악이라고도 합니다. 2000년대 수많은 제조기업이 MP3를 출시하고, 사람들은 작은 기기로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이 만든 아이리버가 MP3의 대명사가 됐다는 건 정말 상징적인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인이 된 양덕준 대표가 남긴 벤처혁신의 유산이 후배 기업가들에게 큰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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