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진단키트 세계시장 접수한 ‘씨젠’ 천종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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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진단키트 세계시장 접수한 ‘씨젠’ 천종윤 대표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68
  • 승인 2020.06.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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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코로나 확산 예견, 초스피드 검사키트 개발에 성공
독보적 K-바이오로 거침없이 퀀텀점프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의 K-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부터 치료제 분야까지 한국의 바이오 전문기업이 어느 때보다 상한가다. 그 중 단연 최고는 씨젠이다. 씨젠은 국내 최대 분자진단업체다. 지난 1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2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씨젠의 키트는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다. 현재 국내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물론 유럽과 이스라엘,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이 러브콜을 한다.

씨젠의 키트가 세계적인 제품인 이유는 그 진단 속도다. 이렇게 바이러스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을 때는 진단이 빨라야 한다. 검사시간을 줄이는 게 방역 당국의 핵심 고민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검사 과정이 복잡 다단했다. 검사시간이 무려 24시간 이상 걸렸다. 이때 씨젠이 해답을 제시했다. 진단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는 진단키트를 선보인 것이다.

세계 각국의 명운이 달린 코로나 검사 시간을 단축하게 한 원동력은 천종윤 씨젠 대표의 판단력에 있었다. 천 대표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선경지명을 갖고 바이러스 확산을 대비했다.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뉴스를 들은 직후였다.

그때부터 천 대표는 미래상황을 예견했다. 중국과 밀접한 교류를 하는 한국에서 감염 확진세가 가팔라질 것이라 본 것이다. 당장 1월초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주만에 말 그대로 뚝딱 씨젠의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 개발에 성공했다.

씨젠의 올플렉스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게도 절박하게 필요한 장비였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첫 연락을 받은 지 2주 만에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수 있었다. 그간 쌓아올린 기술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럼프 대통령 요청 후 세간의 화제

그러나 바이오 기업에게는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다. 만약 코로나 집단 발병이 금방 잠잠해진다면, 전용 진단키트 개발에 들어간 씨젠의 비용과 시간은 그대로 손해로 기록될 수 있다. 천 대표는 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씨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먼저 요청하지 않았어도 미리 준비를 하는 일 말이다. 그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분자진단 기업이니까 미리 준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염병 창궐 속에서 국가의 명운을 가르게 한 결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핫라인 전화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장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뉴스였다. 미국이 긴급하게 필요한 K-방역용품은 바로 씨젠의 진단키트였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직접 씨젠을 방문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진단키트 전문기업으로 인정 받는 순간이었다.

씨젠은 2000년 설립돼 2010년이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씨젠은 오랫동안 평범한 바이오 기업 중 하나였다. 수년간 적자경영에 시달렸다. 그러다 2005년 유전자 증폭 기술인 DPO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동시 다중 유전자 증폭(Multiple PCR)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금의 분자진단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렸던 것이다.

씨젠은 2007년 매출액 18억원, 200842억원, 2009131억원을 거두고 2010년 코스닥 상장 직전인 2009년에는 영업이익 46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던 씨젠이 이제 매출 1조원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중이다. 올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이 급증하면서 올 1분기 매출액 818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1분기 만에 매출은 2019년 전체 매출액의 70% 수준을 달성했다.

씨젠은 전 세계 분자진단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단 기술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검증을 빠른 시간에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한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만 증폭시켜서 질병의 다양한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 기술이 멀티플렉스 유전자 증폭 시약과 분석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이다. 씨젠이 대단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2가지 기술 덕분이다. 분자진단을 하면 검사 정확도가 경쟁사 대비 훨씬 높은 게 특징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들 국가가 인증하고 승인해 줘야 세계시장에 수출이 가능하다.

씨젠은 2018년부터는 프랑스와 이스라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단가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만큼 씨젠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유럽의 매출 비중이 201120%에서 201957%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시장도 이번 코로나19 이후 씨젠의 전략적 수출국가가 됐다. 지난 4월에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고, 최근 브라질과의 대규모 공급계약도 성사됐다. 브라질 진출로 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씨젠은 감염병 관련 검사제품의 시장 확대에 집중할 태세다. 씨젠의 핵심 제품은 전 세계 분자진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염병 검사 제품이기 때문이다. 씨젠은 호흡기 질환이나 성 감염증,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제품을 두루 갖추고 있다. 2016년에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미국 홀로직과, 2018년에는 중국 의료진단기기 벤처기업 티엔롱과 감염성질환 분자진단 시약제품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 60개국 이상에 수출을 하고 있다. 씨젠의 성장세는 최근 한국의 바이오 기업 중 가장 독보적이다. 이른 바 퀀텀 점프를 하는 중이다.

 

위기속에서 기회찾아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제 상식이 됐다. 씨젠과 같은 진단키트 생산업체에게는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크게 기대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튼실하고 미래가 유망한 기업도 처음에는 정말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195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천종윤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에 발병한 결핵으로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한 천 대표는 21살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3살이 되어서야 건국대학교 농과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천종윤 대표는 유학을 떠났다. 그때도 시련의 연속이었다. 천 대표는 미국 테네시대에서 미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하면서, 대학생 때 공부한 농학과 전혀 다른 분야라 혼란을 겪었다. 문화도 다른 낯선 국가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힘든 생활을 견뎌야 했다.

3년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교수로부터 논문의 주제가 의미 없다는 통보를 받아 처음부터 박사 과정을 다시 밟기도 했었다. 간신히 졸업후 하버드대와 UC버클리 등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다 1995년 귀국해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이화여대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씨젠을 세웠다. 씨젠을 세우고 나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2002년에 완전히 교수직을 떠나 사업에 매진했지만 적자가 계속 따라다녔다.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를 찾는 사람은 온갖 시련으로 단련된 사람이란 걸 천 대표가 입증했다. 씨젠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코리아 바이오의 위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씨젠이야말로 코로나 위기 속에 우리에게 도전의 불씨를 당기게 하는 희망 바이러스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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