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수백년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고 보니 수도 이전으로 말미암아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찬반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분명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라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이다. 우리는 이미 운송기술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실상 공간을 뛰어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행정수도가 공간적으로 어디에 위치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는 일이 목적이지 그 소재위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얘기는 여기서의 논점이 아니다. 그렇다고 새삼스레 재택근무니 원격경영이니 하는 예를 들어 디지털 시대의 공간초월 문제를 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할 기업들이 활동하는 무대로서의 공간개념을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본래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로 부존자원 및 시장의 한계를 안고 있다. 당연히 생존을 위해서는 무역을 주무기로 삼을 수 밖에 없고, 지구 전체를 기업의 활동무대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문제는 자연스러운 귀결의 하나일 뿐이다.
이제는 전 세계 기업들이 글로벌화 흐름에 편승하게 됐고, 세계 시장은 다시 포화상태가 됐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의 지혜는 무궁무진해 가상공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온갖 비즈니스를 실천한다. 가상공간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실질적인 시장참여자가 돼 각종 상품을 생산, 유통 및 소비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무대가 가상공간으로 흡수돼버렸다고 할 정도로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가는 이유도 공간개념 변화
기업의 활동무대는 이미 ‘글로벌시장 + 사이버시장’의 복합체로 넓혀졌다. 무한히 넓은 공간에서 기업활동을 전개하려면 초고속의 운송수단과 통신수단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문제는 이미 극복된 부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계약 누적액이 1조 달러가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이유를 ‘저렴한 인건비’, ‘넓은 시장’, ‘무한한 잠재력’ 등 투자여건이 좋은 곳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중국이 한국보다 기업하기 더 좋은 곳일까? 그 이유라면 차라리 미국이나 유럽으로, 아니면 일본으로 가야 옳을 것이다.
기업이 중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공간개념의 변화’일 뿐이며, 세계기업들은 넓은 활동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와 인접·연결돼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심리를 더 많이 불러일으켰을 수 있다. 즉, 다른 나라와 투자여건이 비슷하다면 중국은 오히려 투자우선순위에서 앞서 있다는 얘기다. 짧은 글이라 공간개념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만 검토해보기로 한다.

무대 넓어지면 역량 확대돼야
첫째는 기업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면 조직의 역량도 확대돼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활동무대가 확대된 만큼 조직역량이 재정비돼야 한다. 기업이 글로버(glober=global+cyber)화된 거대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기존의 역량으로만 움직인다면 경영 오류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사이버무대에서의 기업활동은 기존의 활동과는 다른 특수성을 띠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케팅 역량을 가다듬는 일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라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어서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공간개념을 초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활동과 관련한 두 번째 측면은 여전히 공간적 격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글로벌 영업망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에 대한 연수·교육 등 대면 활동을 하거나, 유통망에서 거리에 비례한 물류비 발생 현상들은 디지털 시대라 해 초월할 수 있는 공간개념이 아니다. 물류비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는 한 기업의 활동무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어서 적어도 2010년까지는 앞만 보고 달릴 것이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를 자임하는 우리로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노릇이다.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이론을 두고 볼 때 한국적 사고로는 한반도를 허브위치에 두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둔다. 이때의 공간개념은 아무래도 좋다.
가능하면 중국 전체의 땅을 한반도 ‘외부의 영토’로 생각하는 공간개념을 가져보자. 그 넓은 사이버 세상도 우리의 시장이자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생각하는데, 중국쯤이야 무슨 문제가 되랴?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mspark@mail.ho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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