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류진한 계명대학교 교수

류진한 계명대학교 교수
류진한 계명대학교 교수

필자는 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21년 동안 H그룹의 하우스 에이전시(House Agency)에서 광고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일을 했다.

광고주들은 예산이 크게는 수백 억 규모에서부터 적게는 1~2억 남짓을 어렵게 모아 전문 잡지나 라디오 광고 정도라도 해 보겠다는 절박함을 가진 사람까지 다양했다. 다양한 품목과 사정을 가진 국내외 기업들에게 창의적인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들로 사회를 위한 작은 내 몫을 해 왔다.

오래 전, 인천에 있는 모 중소기업의 라디오 광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광고주 직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일이 기억이 난다. 당시 필자가 팀장으로 있던 팀은 그룹의 모든 광고 홍보물을 전담하는 업무가 기본적으로 있었고, 이와는 별도로 매 달 2~3개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일상처럼 돌아가던 시기였다.

이 중소기업의 라디오 광고 집행을 위한 프레젠테이션도 그 바쁜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나름 몇 주 동안 마케팅 분석과 전략적인 콘셉트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디오 카피 아이디어를 내고, 심혈을 기울여 세공한 몇 개의 최종안을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광고주의 팀장처럼 보이는 분이 예민한 표정으로 뼈 때리는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질문이라기보다는 본인의 불쾌한 심정의 표현이었다. “귀사처럼 큰 광고회사에서 저희같이 작은 중소기업의 광고 일에 관심이나 있으시겠어요....” “사실, 저희는 작은 광고회사와 일하는 것이 편한데...” “사장이 하라 하니까...”

효과적인 광고 캠페인과 광고 물량은 일반적으로 무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광고 매체에 할당된 광고비가 풍족하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광고효과를 기대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광고인들은 매체비가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매체비가 충분한 기업이나 브랜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만한 기업이나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맡아서 제작하고 집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한정된 업무시간 안에 광고비가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광고 서비스에 집중하는 현상이 생기고, 중소기업의 광고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팀에서 불만과 불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만의 광고 철학과 소신이 담긴 대표적인 광고 실적 하나를 보여주었다.

국내 최고 권위의 광고상인 대한민국광고대상을 수상한 모 제약회사의 탈모예방약 잡지광고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광고대상을 수상하는 광고의 대부분은 한 해 동안 상당한 광고비를 쏟은 대기업의 브랜드들이다. 그 쟁쟁한 브랜드들 틈에서 제약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이 광고물은 한 해 동안 단 1, 그것도 이름도 생소한 지방 잡지에 게재됐고, 광고비는 3편의 광고가 각 50만원씩 총 150만원에 불과했다.

 

시장상황 어려울때 더욱 위력

나눌수록 커지는 창의성의 힘

긍정 바이러스 적극 전파해야

 

한 해 동안 단 1, 그것도 지방 잡지에 게재된 광고물을 어떻게 찾았을까? 나는 우리 팀의 파트너십을 반신반의하는 광고주 팀장에게 광고주의 예산이 적다고 광고인들의 광고효과에 대한 욕심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창의적 도전과 창의성 실현에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마무리됐다. 물론, 기대 이상의 광고효과가 주는 기쁨은 당연한 열매였다.

나는 창의성의 힘을 믿는다. 창의성은 호황보다 불황에 더 밝은 빛을 낸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창의적 사고와 창의성 실천은 비단 광고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예술 분야, 과학 분야, 경영과 비즈니스와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휘된다. 지금까지, 인류의 모든 창의성은 불편함을 편리하고 편안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해 왔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길목에, 강소기업이 공기업과 협업으로 가는 길목에,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만족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한상 창의성이라는 사다리를 놓고 오르기 바란다. 창의성은 규모의 싸움이 아니다. 창의성은 비용의 싸움도 아니다. 거꾸로, 창의성은 몸집이 작을수록 민첩하고 과감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의 위치나 상황이 녹록지 않을수록 더욱 필요하고 절실하다.

가장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다. 그리고 기업의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생산해 제공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사회공헌은 없다. 비용이나 제품은 나눌수록 줄어들지만, 창의성은 나눌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는 늘어나고 규모는 증폭되는 것이 창의성 계산법이다.

지난 해, 전공서적 외에 처음으로 도전한 창의성 에세이 <로꾸거>180개의 창의적 관점 키워드를 소개한 바 있다. ‘역경을 거꾸로 하면 경력이 된다. ‘행동을 거꾸로 보면 동행이다. 지역 사투리로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어보면 다들 힘 내가 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 반대 면에 감추어진 창의적 기회와 힘을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길 바란다. 혼자 빨리 달리기보다 함께 오래 달리는 가치의 소중함을 느끼고 실천하길 바란다. 힘들수록 힘들다고 부정의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염시키기보다는 힘내고 힘나는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하는 일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회공헌임을 잊지 말고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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