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호재에 가수 비와의 절묘한 만남 주도

짜파구리·라면·스낵시장 독주

깡이 통했다. 요즘 ‘11신드롬의 주역인 가수 비(정지훈)가 스낵 새우깡과 절묘하게 만났다. 비가 새우깡의 새 모델로 확정됐다. 혹시 깡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만 검색해도 최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깡의 열풍이 새우깡과 만났다는 이슈 중심에는 농심이 웃고 있다.

농심은 올해 대형 신드롬 열풍을 절묘하게 올라타고 비상 중이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말이다. 연초에 대세 아이템은 영화 기생충이다. 기생충을 통해 파급된 신드롬이 바로 짜파구리였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에 짜장 소스를 넣고 소고기를 넣어먹는 영화의 한 장면이 전 세계에 유행했다. 덩달아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은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2월부터 강타했던 코로나19 위기도 농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식료품 판매가 날개 돋친 듯 올라가고 있다. 요즘 농심의 각종 생산 공정라인은 연일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가수 비가 깡이라는 신드롬을 다시금 농심 앞에 하고 선물처럼 던져줬다. 이 정도면 올해 농심만큼 운세가 좋은 기업도 없는 거 같다.

 

농심 주가 석달 새 45% 껑충

과연 신드롬이 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냐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자. 어떤 경우에는 신드롬을 올라탔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까면 실적향상이 미미한 경우가 허다하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달성했다. 보나마나 이러한 실적은 역대 어닝 서프라이즈가운데 하나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101.1%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대 수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익이 매년 감소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심의 실적은 썩 좋지 않았다.

농심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자. 2017964억원에서 2018886억원, 지난해 788억원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매출도 제자리에서 답보 상태였다. 2조원대 초반에서 맴 돌았다. 그러나 올해농심은 역대 최대 매출과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농심의 실적반등과 함께 투자시장에서 몸값도 수직상승 중이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농심의 주가는 23만원대 초반대였다. 그런데 최근 3달도 안돼 주가는 45% 가량 올랐다. 올랐다가 아니라 치솟았다고 해야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전통 식료품 기업이, 거기에 덩치가 큰 코스피 상장기업이 100일만에 주가가 45% 가량 껑충껑충 올랐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현재(619일자) 농심의 주가는 36만원대를 달리고 있다.

다시 올해 2월로 시계를 돌려 농심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어떻게 출발했는지 되돌아 보자. 농심의 호실적이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라면 매출이 급증한 호재가 크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잔뜩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했던 시기다.

그 와중에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로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줬다. 농심은 마케팅에서도 귀재였다. 짜파구리가 전 세계시장에서 화제가 되자 재빨리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농심의 인기는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의 실적을 통해 살펴 볼 수도 있다. 농심의 1분기 국내 법인 매출은 수출을 포함해 1년 사이 14.2% 성장해 5199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법인은 같은 기간 25.9% 늘어난 1677억원이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국내외에 생산공장 6곳이 있다. 2월 이후 이들 공장은 거의 100% 풀가동 중이다. 짜파구리 인기도 인기지만, 기름에 튀기지 않은 신라면 건면도 인기다. 이 제품은 지난해 2월 처음 선보였다. 최근까지 누적 판매량이 7500만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농심의 라면 매출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면, 결국 집에서 해결할 간편식 수요는 계속 이어진다. 라면은 이번 짜파구리 신드롬 이후 전 세계시장에서 K-푸드로 완전히 각인됐다. 농심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2분기 해외 법인 실적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사업 성공스토리가 향후 과제

상반기까지 짜파구리가 농심의 성장엔진이었다면, 그 바통을 받는 두 번째 점화장치는 깡이다.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은 유튜브 조회 수만 1400만회를 넘어서고 있다. 하루에 한번 깡을 시청한다고 해서 ‘11이라는 신조어도 있고, 밥 먹고 깡을 본다고 해서 식후깡이란 말도 있다. ‘모닝깡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깡을 보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거다.

코로나19로 반복적으로 서로서로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깡이 부각된 것이다. 원작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미투 영상도 화제다. 이를 두고 밈 문화라고 한다. 깡을 보면서 새우깡을 먹는 것도 11깡 열성자들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새우깡이 농심의 화두다. 상반기가 라면 매출의 급상승이었다면 하반기는 농심 스낵 매출까지 급증할 조짐을 보인다. 농심은 이미 국내 스낵 시장의 최강자다. 전체 스낵시장 점유율이 30%가 넘는다. 지난해 농심은 스낵류로 매출 3727억원을 달성했다. 그 스낵류 가운데 대장격이 새우깡이다. 1971년 출시된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누적 판매량이 80억봉이다. 50년 동안 80억봉이니까. 연간 평균 16000만봉이 팔렸다. 엄청난 숫자들이다.

농심이 깡을 잡은 이유는 분명하다. 농심에는 이른 바 깡 시리즈가 있다. 새우깡에 이어 감자깡·양파깡·고구마깡이 있다. “이라는 유행어가 이렇게 절묘하게 이어지는 상품은 농심의 깡 시리즈 말고 소비재 시장에서 전무하다.

농심은 올해 웃는 일이 많다. 박준 농심 부회장이 바로 웃음꽃을 선사한 주역이다. 1981년 농심에 입사한 그는 농심의 해외시장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았다. 농심의 미국 지사장을 시작으로 국제담당 이사를 거쳐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맡아왔다. 2012년에 농심 사장에 오른 후 2016년 부회장이 됐다.

그의 이력만 봐도 부회장 취임 이후 그가 해외 시장 진출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간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라면이 본격 알려진 것은 박준 부회장이 농심 사업을 지휘하면서부터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가장 큰 소비시장을 공략했다. 그의 부회장 재임 5년은 라면 수출을 위한 혁혁한 공을 세운 시간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라면시장은? 중국이다. 여기서 농심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농심은 지난 1996년 중국에 진출했다. 2018년 중국 시장에서 농심은 약 33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의 라면시장에서 농심은 15%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브랜드로 따지면 3위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미국에 공장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2공장이다. 공장 설립 비용만 2430억원을 투자했다. 농심의 미국법인은 미국시장에서 떠오르는 식품기업이 됐다. 농심 미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917억원이다. 전년 대비 19% 증가하고 있다. 20% 가까운 성장은 제조기업에게 상당히 큰 보폭이다.

쾌속질주하는 농심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농심은 생수 사업도 한다. 생수 브랜드 백산수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선두권에서는 한참 멀다. 백산수는 한국시장에서 10% 미만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진출했는데, 성적은 별로다. 신사업으로 가정간편식 쿡탐도 론칭했지만 실적은 크게 못미친다.

물론 올 한해 라면과 스낵 두 개 성장엔진만 잘 관리해도 농심은 역대 최강의 실적을 보여줄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전통적인 사업말고 신사업에서 대박 아이템이 터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경영에서 기존 비즈니스와 신규사업을 양손에 쥐고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사례는 극히 드물긴 하다. 그럼에도 농심은 지금이 신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농심의 진짜 신드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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