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터넷이 범용화된 1997년부터 사용되었던 이 용어는 석학 자크 아탈리가 2006미래의 역사에서 그 개념을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미래에는 유목민처럼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일하게 될 것이고, 이에 적응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모든 나라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2012년 차세대 산업전략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담은 산업(Industrie)4.0’노동의 디지털화를 담은 노동(Arbeiten)4.0’을 마련했다.

이는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디지털화에 따른 기존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인공지능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 교육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시대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자국 산업의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노동4.0은 또한 미래의 노동에 대한 고민을 내포한다. 노동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18세기 말 노동자단체 설립(노동1.0), 19세기 후반 대량생산과 복지국가 추구(노동2.0), 1970년대 이후 사회적 시장경제의 도입(노동3.0)으로 이어져 왔다. 노동4.0은 디지털화로 전환되는 생산구조에서 경제활동 변화와 고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직업 형태 빅 데이터와 데이터 보호 인간노동과 기계노동력 사이의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더믹으로 지구촌이 그야말로 폐렴을 앓고 있다. 특히 일자리 위기는 생각 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2분기 세계 상품거래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8.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통화기금(IMF)는 지난 24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4.9%로 추산하며 주요요인으로 소비의 급감 이동 제약 저숙련 노동시장 교역 감소 등을 꼽았다. 역성장이 일어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반드시 기회가 숨어있다.

코로나 팬더믹이 가져온 노동의 대표적인 변화는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의 본격화다. 산업화 이래 오랜 시간동안 정착돼 온 정시 출퇴근제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은 노동조건의 변화를 넘어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대면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원격근무의 도입은 불가피한 추세가 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생각 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주요 선진국에서는 재택근무가 활발히 정착되고 있다. 미국은 정보기술(ICT) 업계가 주축이 돼 재택근무 정착을 주도했고 일부 기업은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일본도 많은 대기업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원격근무(Tele work)’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4재택 근무권을 연말까지 법제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팬더믹은 우리 사회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앞당겨진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들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한편으로 원격근무 시장의 확장은 ICT 기업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가 아니라 디지털 대면시대가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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