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식품·피트니스세박자로 매출·회원수 고공비행

행복 다이어트로 살찌는 스타트업

레드오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다이어트 시장은 10조 원 대로 추정되는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거기서 돈을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어렵다. 누군가 다이어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그게 돈이 될까?’라는 회의가 먼저 밀려온다.다이어트 시장의 신흥 강자, 유니콘 기대주로 점쳐지는 스타트업 다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정범윤, 이지수 다노 공동대표는 연세대 재학 시절 경영학 수업의 팀프로젝트로 만났다.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던 정 대표에게 이 대표가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다이어트야말로 많은 여성들의 평생 과제라는 것. 이 대표 본인의 경험도 반영됐다. 이 대표는 미국 교환학생 시절 찐 몸무게를 감량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적이 있다. 자그마치 20kg을 감량했는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가 난무하는지, 또 얼마나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정 대표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시장 가능성을 직접 확인시켜주었다. 이 대표가 다이어트 노트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자, 폭발적 반응이 몰려왔다. 단기간에 10만명 구독자가 생겼다.

 

맛 없는 심콩두유, 주력상품 자리매김

20134월이었다. 시장 수요를 확인한 이들은 7월 바로 법인을 설립했다. 다이어트 노트가 줄어 다노가 됐다. 구독자들이 붙여준 애칭인데, 브랜드 네임이자 회사 이름이 됐다. 이지수 대표는 다노 언니로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됐다.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다노는 먼저 다이어트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다노를 내놓았다. 다이어트와 관련한 올바른 정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법을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게 곧 차별점이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상품 광고 제안도 거절했다. 직간접적인 상품 광고와 뒤얽히면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십상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 가장 손쉬운 수익원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식품 커머스를 붙였다. 건강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다노샵을 오픈했다. 20145월의 일이다. 수익창출도 수익창출이지만, 이 역시 이용자들의 필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노 언니가 다노앱에서 식단을 추천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찾아 먹어야 하는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시중에 파는 각종 건강 관련 식품 중에는 당분이 과도하게 들어간 것도 적지 않았다. 이에 다노가 직접 나서서 건강한 식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상품화 시켰다.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심콩두유와 같은 제품은 기획 단계서부터 주변에서 많은 우려를 표했다. 이게 정말 팔리겠냐는 것. 하지만 다노 언니가 직접 나서서 이용자들에게 영양성분표를 설명하고 과장 없는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심콩두유의 과거 풀네임은 맛없는 두유 심콩두유였을 정도. 그럼에도 심콩두유는 현재 다노샵의 주력상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해 말엔 운동 프로그램을 연계시켰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같은 전문 코치와 이용자를 11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마이다노를 런칭했다. 오프라인 전문가와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O2O서비스다. 유료다.

6월 현재 이용자들은 월 3~10만원 가량의 돈을 내고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전문 코치에게서 나에게 맞는 운동, 내 상황에 맞는 식단을 콕 찝어 관리 받고, 끊임 없이 동기부여와 훈련 과제를 제시 받는다. 코치와 11 대화로 관리를 받을 수도 있고,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일방향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 퍼스널 트레이닝 PT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노 측에선 운동처방사, 영양사, 트레이너, 심리상담사, 스포츠 영양코치 등 다양한 전문가를 모집해 4주간 교육시킨 뒤 코치로 투입 시키고 있다.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 영양과 운동, 심리를 모두 케어해주고 있는 것. 코치가 수시로 이용자와 소통하며 다이어트를 중도 포기하지 않게 이끌어주는 게 차별점이다.

코치의 세션당 수입은 일반 헬스장의 퍼스널 트레이너보다 적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 그래서 경단녀(경력단절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들의 다이어트 문제를 해결해주는 동시에 경단녀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적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200여 명 여성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100여 명의 경력단절여성을 포함하고 있다.

마이다노 서비스는 특히 코로나19사태 이후 사용자가 더욱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2월 당시 회원수는 1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정도 증가했고, 이후로도 계속 늘고 있다. 수강 문의 역시 하루 평균 20% 가량 늘었다.

 

다노 언니가 살아있는 롤모델

다노가 가진 저력, 장점, 차별성을 보면 다음과 같이 꼽아볼 수 있다. 많은 다이어트 상품들이 단기간에 살을 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달리 다노는 단기적인 다이어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가치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습관성형을 지향하며 굶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즐겁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추구하고 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라는 회의감에 대해서는, 다노 언니 이지수 대표가 살아있는 롤모델로 제시 되고 있다. 그리고 광고와 연계되지 않은, 진정성 있는 정보를 SNS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파시키며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 푸드, 피트니스 코칭 서비스가 연계되며 다이어트를 보다 체계적이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노가 말하는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평생 유지가 가능한 방법이라야 하고, 스스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음식과 운동이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 다노의 서비스에는 이렇게 다 계획이 있다. 모두 고객의 필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계 사업이 파생되며 다노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다이어트 정보, 다이어트 식품 그리고 피트니스 트레이닝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관련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연 매출액은 240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특히 건강 다이어트 식품 쇼핑몰인 다노샵은 연평균 220% 이상씩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이다노 누적 수강생수는 10만 명이 넘고, 다노가 운영하는 SNS 채널의 구독자수는 총 300만 명에 달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도 순조롭게 유치시키고 있다. 2015년엔 GS홈쇼핑과 아주IB에서 22억원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엔 뮤렉스파트너스, SV인베스트스, GS홈쇼핑, 아주IB투자로부터 40억원 상당의 시리즈B투자를 유치했다. 총 누적 투자금은 65억원. 투자자들은 다노를 국내 다이어트 시장을 선도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원. 코로나19로 홈트 열풍이 분 덕에,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홈트 자체 PB상품인 요가 매트 등도 절찬리에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다노는 수평적 기업 문화를 가졌다는 장점도 있다. 직급에 상관 없이 소신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 ‘셀프 피드백이란 행사도 그 중 하나다. 다노는 매달 셀프 피드백 시간을 마련해, 임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성과나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무실 내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는 쉽게 목격된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본사는 오래된 4층 건물을 개조해 쓰고 있다. 실내 구석구석 예쁜 카페처럼 꾸몄는데, 독특하게도 계단과 난간은 1970년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레트로와 모던이 상충하며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재미난 건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다. 한 직원이 잠옷이나 다름 없는 옷을 입고 있어 눈에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휴게실로 올라와 소파에서 잠을 청한다.

그것도 대표가 인터뷰를 하는 바로 옆에서. 회사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행복한 다이어트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직원도 행복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물론 직원들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진정성이 체감되는 기업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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