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손봐야 할 ‘묻지마’ 부정당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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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손봐야 할 ‘묻지마’ 부정당제재
  • 중소기업뉴스
  • 승인 2020.06.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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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처벌관행 청산 시급…시대 맞는 전면개선 바람직
정 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 원(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공공계약시스템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 보다는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 왔다. , 부정당제재로 알려져 있는 공공발주제한의 제재사유가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제재수위도 계속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계약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사고, 환경적·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위반행위 또는 계약상 책임으로도 이미 충분한 처벌이 이뤄진 경우에 대해서까지 예외없이 공공발주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부정당제재처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함에도 해당 처분의 부과는 필연적으로 선금지급제한, 2년간 공공입찰에서의 감점, 보증보험증권 발급제한, 제재사실 공표를 통한 수출 제한 등을 동반하게 된다. 사실상 부정당제재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실제 10년 가까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공납품을 해 오던 계약업체가 유일한 공급원이었던 원자재업체 화재로 10배 넘는 금액을 지불해 가며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충분한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일부 납품을 이행하지 못한 사안이 발생했다. 해당 발주기관은 계약업체에 대해 계약이행보증금 국고귀속 등의 계약상 책임을 묻는데 그치지 않고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6개월 부정당제재를 부과했다. 해당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발주기관은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공급업체를 영원히 잃게 됐다. 사실 위와 같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심한 경우는 발주기관의 잘못 마저도 어떻게든 업체에 전가해 제재처분을 부과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계약특수조건을 통한 책임전가 목적의 발주제한 확장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협력(하청)업체 위반행위를 이유로 한 계약업체에 대한 묻지마식 제재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철저하게 보호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최악의 경제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 역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정책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로 기업 문닫는 일 없게 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긴급자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공공계약을 둘러싼 불필요한 기업규제와 왜곡된 처벌 기준과 관행을 청산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와 보여주기식 처벌로 손발이 묶여 있는 기업들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라도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의 단기 대책으로는 행정대사면을 통해 산업붕괴를 방지하고, 공공발주기관들이 필요최소한의 제재원칙과 기준을 정립해 시행함으로써 불필요하고 무리한 제재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실수로 인한 단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제재 대신에 경고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역대 정부는 직면한 경제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정대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가까운 예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6815일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2110일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5815일에 각 행정대사면을 실시했다. 최악의 총체적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주요 공공발주처, 경제단체, 국회, 주무부처별로 행정사면의 필요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과거 행정대사면은 건설산업을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 검토해야 할 행정대사면은 당연히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검토돼야 한다.

부정당제재제도를 시대와 시장 상황에 맞게 전면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제재사유를 삭제하고 필요적 제재사유와 선택적 제재사유로 구분해 시행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과징금대체부과 확대 등 제재 수단을 다변화하고 제한의 효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발생한 해당 업종에 국한시키는 등의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공공발주처가 기업들에 군림하면서 비용과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몰아치게 될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산업경제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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