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소기업과 한국의 장래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노 연구자께서 필자에게 열정어린 음성으로 10여 시간에 걸쳐 우리 경제와 후손들이 2만불, 3만불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각 경제참가주체들이 해야 할 일 들 - 중소기업인이, 정부가, 연구자와 교수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한 바를 여러 독자들과 나누려고 한다.
2003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는 약 1천만 명(86.7%)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 3만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0%이하의 고용을 차지하는 대기업만 잘 되서는 불가능하고 사회 기층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임금수준이 2~3만불 시대에 맞게 올라가 주어야 한다.
환경변화에 유연한 적응, 창업·퇴출의 원활로 요약되는 중소기업의 강점 때문에 우리가 중소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의 중추, 고용창출의 주역, 국가균형발전의 열쇠로 또는 산업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소득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국민들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동반 발전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소기업의 국민경제적 역할을 폄훼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직시해야 올바른 비전과 정책이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떨어지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증가한다는 사실로 중소기업이 고용창출의 주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의 고용이 증가하는 속내를 들여다 보면 소기업에서의 고용은 늘어나는 반면 중기업에서의 고용은 대기업과 같이 줄어들고 있다.

2만불 달성위해 中企역할 중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사업·인력구조조정으로 중기업이 대기업의 사업을 물려받고, 중기업에서 하던 사업을 소기업이 물려받는 구조로 갔기 때문에 중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고 고용이 줄어든 반면 소기업들은 생산성이 대체로 낮은 사업에 집중하게 되어 고용이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영세소기업이 창출한 고용이 과연 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냉정하게 얘기해서 중소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소기업의 상향식 정책수요 수렴을 통한 정책지원이 장래 우리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중소기업 상황이 이태리, 독일 등 중소기업이 강한 국가들과 같으면 중소기업이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중소기업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단계별 맞춤형 지원정책 긴요
이러한 관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는 최근의 중소기업 정책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으나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 줄 것인가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부족해 보인다.
중소기업을 크게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1단계의 기업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혁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기업, 2단계로 혁신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정보의 부족과 방법을 몰라 혁신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는 기업, 3단계로 환경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자발적인 혁신이 가능한 기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3단계에 있는 기업은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이나 2단계에 있는 기업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보의 전달, 기술의 중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1단계에 있는 기업에게는 범용기술의 지도, 경영지도 등의 지원을 해 2단계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정부 지원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구조를 혁신선도형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단계에 있는 기업이 3단계로 진입하고 1단계에 있는 기업이 2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원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단기간에 나올 수가 없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꾸준한 인내가 필요하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아는 지역 전문가의 양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하부조직과 기술·마케팅 자문회사 등의 형성과 원활한 의사소통·교환, 대학·연구소의 연구인력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의 구축과 적절한 유인제공, 지원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성과 단계까지 정밀한 평가 체계의 구축 등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우리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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