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0%대 이자에도 예금액 최대치 기록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0%대 이자인 정기예금 상품의 비중은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예금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 공포로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0년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4월보다 0.08%포인트 내린 2.81%다. 이는 1996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한 영향이다.

(제공=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52%로, 0.06%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크고, 보금자리론 금리(2.2%)가 동결된 영향으로 하락 폭이 제한됐다.

기업대출 금리는 0.06%포인트 오른 2.83%였다. 대기업은 일부 기업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 증가로 0.10%포인트 오른 2.75%, 중소기업은 저금리 대출 비중 축소 영향으로 0.02%포인트 오른 2.88%였다.

 예금 금리는 내렸다. 5월 중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0.13%포인트 하락한 연 1.07%였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1.07%), 시장형금융상품 금리(1.05%) 모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은행권 예대 마진(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차이)은 1.75%포인트로, 0.15%포인트 커졌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5월(연 1.76%)에 근접한 수준이다.

 5월 중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0%대인 상품의 비중은 31.1%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영향으로 0%대 금리의 정기예금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자를 2%대로 붙여주는 상품 비중은 4월 0.1%에서 5월 0.4%로 소폭 확대됐다. 2% 미만 금리의 정기예금 비중은 99.6%였다.
제2금융권의 예금금리는 모두 하락했다. 대출금리도 상호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렸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한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미국 은행의 예금 보유액이 처음으로 2조달러(약 2423조 원)를 돌파했다. '코로나 불안감'에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쌓아두고만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의 개인 저축률은 33%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잔액 5000달러(약 600만원) 미만인 계좌가 코로나 이전보다 40%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 또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4개 국가에서 3~4월 중 가계의 예금 규모가 1000억유로(약 135조 원) 이상 증가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불확실성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들이 평소처럼 외출하고 지출하려는 욕구가 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축률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올해 1분기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실업이 미래 지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 경기부양책을 통해 개인이 소비를 촉진하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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