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코로나 속 날아오른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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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코로나 속 날아오른 엔씨소프트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71
  • 승인 2020.07.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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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리니지M·2M 잇단 초대박 ‘황제주’ 등극 시간문제

나이키의 경쟁사는 누구일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2000년대 중반 주요 경쟁사로 닌텐도를 꼽은 적이 있다.

나이키의 핵심 고객은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 고객이 가정용 게임기에 빠져 스포츠와 야외활동은 등한시 하게 되자 나이키는 큰 위협을 느꼈다. 이처럼 게임은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밀접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나라별로 봉쇄령이나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시행하며 야외 활동이 축소된 데 따른 결과다.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부쩍 늘었다.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게임과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매출·영업이익, 가파른 성장세

신규 유저가 늘고, 휴면 계정이 되살아 났다. 기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 역시 길어졌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웹인덱스에 따르면 20203월 전 세계 응답자의 36%가 전보다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봉쇄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 이같은 경향이 더 했다.

하루 평균 게임 시간도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이동제한과 봉쇄가 본격화된 3월 넷째주부터 주요 국가에서 게임 이용시간이 급증했다. 미국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5% 늘었고 , 상대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이 짧은 독일도 20% 늘었다.

이같은 변화는 국내도 마찬가지. 구글플레이 판매 순위 1, 2위를 자랑하는 리니지2M과 리니지M을 보자.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3월 이후 하루 평균 게임 이용시간이 10~30분 가량 상승했다. 리니지2M3월 이전 110분대에서 3월 이후 120분대로, 리니지M3월 이전 60분대에서 3월 이후 90분 대로 늘었다.

리니지M 시리즈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사업 성적도 가파르게 올랐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에 매출액 7311억원, 영업이익 24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 103.8%, 203.6% 늘어난 수치다. 나이키의 매출 감소와 비교해볼 때 더욱 눈부신 성적표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된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쌍끌이 흥행으로 성장을 견인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후발주자였다. 3년 여 전만 하더라도 엔씨소프트는 P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 집중했다. 1998년 리니지를 시작으로 2003년 리니지2, 2008년 아이온, 2012년 블레이드&소울과 같은 PC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엔씨소프트가 PC 기반 MMORPG에 집중하는 동안 경쟁사 넥슨이 캐주얼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모바일 게임 분야에선 신규 업체들이 빠르게 확장을 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이들 업체들과 경쟁하는 대신 색다른 길을 걸었다. 2012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진 지분 14.7%를 넥슨에 넘겼다. 이로 인해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경영은 여전히 김택진 대표가 맡는 상황. 이 엉거주춤한 상황에 대해 엔씨소프트와 넥슨 측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라 밝혔다.

 

리니지 형제, 모바일게임시장 독주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김택진 대표는 넷마블의 도움을 얻어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해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고, 김택진 대표는 다시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가 됐다.

다시 홀로서기에 나선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반전을 꾀했다. 201612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시작으로 20172파이널 블레이드’, 그리고 같은 해 6월 리니지M을 출시했다. 리니지MPC게임 리니지를 모바일판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늦은 출발이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이미 성숙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엔씨소프트나 리니지가 모바일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리니지M은 출시되자마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했다. 리니지M의 사전 예약자만 550만명에 달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리니지M은 모바일 게임 시장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출시 첫날 일간 이용자 수는 210만명에 이르렀고, 매출은 107억 원을 기록했다. 리니지M의 성과에 힘입어 엔씨소프트의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엔씨소프트는 그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긴 17587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M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던 건 PC게임이던 리니지를 단순히 모바일로 옮겨오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색채를 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클래스를 더하고, 새로운 스킬을 더해 PC버전과는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굳이 독창성이란 말 대신 오리지널리티라고 쓴 건 2018년 김택진 대표가 리니지M 1주년 간담회에서 강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꿰찬 리니지M은 이후 25개월 동안 누구에게도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리니지M201911월에야 자리를 물러 났는데, 이를 대신한 건 후속작인 리니지2M이었다.

리니지2M은 리니지M을 뛰어넘는 기록으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사전예약자는 738만명으로 전작보다 34% 늘었다. 엔씨소프트 1분기 실적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던 것도 리지니2M 흥행에 따른 결과다. 리니지M과 리니지2M1분기에 각각 2120억원과 34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각 23억원, 38억원 수준의 매출을 일으킨 셈이다.

실적과 함께 주가도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서 게임회사가 시가총액 20조원을 넘긴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월 넥슨이 20조원을 돌파하긴 했지만 그건 일본 증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201977억원, 종가는 92만원. 코스피 상장 기업 가운데 14(시가총액 기준)에 올랐다.

 

코스피 시총순위 14위 도약

증권사들은 연말까지 엔씨소프트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을 비롯해 많은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최대 120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연말까지 상승 모멘텀이 많다. 리니지M 출시 3주년 프로모션, 리니지2M 대규모 업데이트, 리니지2M 해외진출,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등이 기대를 부풀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준 영향은 얼마나 될까. 정량적으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출간한 자료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5-6월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엔씨소프트의 최근 성과에 대해 신작 효과와 함께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언택트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게임 산업의 선전에 눈길을 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게임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고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산업의 최근 10년 연평균 성장률은 9.8%로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성장률(3.2%)보다 3배 이상 높고, 2018년 게임산업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8.8%를 차지한다. 또한 영업이익률이 월등히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코로나19 덕분에 규제가 완화되고 게임산업이 재조명 받게 됐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마냥 호재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봉쇄령이 완화되고, 야외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세상은 또 뒤집힐 수 있다. 실내에 억류됐던 이들이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온라인 게임의 인기는 시들해질 수 있다. 나이키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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