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범벅은 옛말차이나의 차이 나는 맛, 北京이 답이다

점점 무르익어가는 여름 더위와 잦아들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지친 오늘 조금 더디기에 더욱 찬란하고 행복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며 책과 함께하는 스테이케이션을 즐겨보는 것은 어떠한가?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머물다의 stay와 휴가 vacation를 합성한 신조어로 가족과 함께 근교에서 안전한 여행 활동을 선호하거나 휴가를 포기하고 집에서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것을 뜻한다.

언론사 특파원으로 3년째 베이징에서 거주하고 있는 맛객 김진방 기자의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는 단순히 베이징 맛집 소개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의 혀끝을 지나 정신과 마음까지 풍족하도록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마중물이 되어 줄 식문화를 이야기한다. 노포부터 시작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가게까지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인이 가진 베이징에 대한 인상은 도심을 가득 메운 초미세먼지, 더러운 거리, 소란스러움, 신뢰할 수 없는 곳, 영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기름 범벅의 맛없는 음식, 싸구려 공산품 등 한마디로 후지다로 귀결된다.

저자인 김진방은 이런 일반상식을 한 번쯤은 뒤집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서울의 28배 크기인 베이징이 온통 우리가 생각하는 쓰레기장 같은 꼴을 하고 있을 리 만무하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흥겹게 즐길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이 젖과 꿀처럼 흐르고, 요샛말로 힙한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아성을 넘보면서 주요 2개국(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수도이자 인구 2100만명이 넘는 베이징에 책 한 권을 채울만한 명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더 어불성설이 아닐까.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더 큰 오해를 낳고, 오해는 또 다른 비호감을 낳는 악순환의 수레바퀴는 지금도 돌고 있다. 무관심과 반복된 오해 속에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한국과 수교를 맺었을 때 처음 본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미세먼지처럼 우리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중국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어 보기 위해서다. 또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맛 좋은 음식과 멋진 공간,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전한다.

베이징에서는 이 걸림돌을 간단히 뛰어넘을 수 있다. 중국 각 성()과 주요 도시는 베이징에 정부 대표처를 두고 있다. 이를 베이징 주재 사무소라는 의미로 주징반이라 부른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시스템인데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사무처만 있는 게 아니라 각지의 음식, 문화공연, 특산품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미식을 비롯해 각지의 문화를 벼락치기로 훑기에는 베이징이 제격인 셈이다. 미식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베이징은 그야말로 대륙의 식탁이라 할만하다. 주징반 다샤(빌딩)나 식당에 가면 현지의 전통 의상을 입은 종업원이 손님을 맞고,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식도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광둥, 산둥, 쓰촨, 화이양 등 중국 4대 요리 지방정부 대표처가 운영하는 다샤나 식당을 찾아가면 되는 식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단체관광 가이드 손에 이끌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먹던 기름 범벅의 중국 요리 대신 현지 맛에 가깝고 제대로 된 수준의 조리를 거친 중국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베이징의 경제 수준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중산층의 생활수준은 한국인의 평균 생활수준을 넘은 지 오래입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인 쇼핑 역시 가장 대중적인 전통 시장부터 고급 마트, 대형 쇼핑센터, 명품 전문 백화점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베이징이다. 세계 명품 매출 2위를 차지하는 SKP 백화점이 베이징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명품 한정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베이징 시내 SKP 백화점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중국인들의 재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하필 베이징이냐?’는 물음에 답을 해볼 차례가 된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베이징은 왜 안 돼?”

 

-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김진방 지음/ 홀리데이북스)

- 한국출판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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