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금강’의 수려함과 ‘한국제일’의 일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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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금강’의 수려함과 ‘한국제일’의 일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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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1527
  • 승인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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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이 시작되던 날 진도를 찾았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말에 모두들 여행길을 자제하던 시기였다. 빗길을 가르면서 진도를 찾아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진도씻김굿 등의 토요일 민속공연을 보기 위함이었다. 진도대교를 건너 읍내로 지나치는 길에 도로변에서 금골산 5층 석탑이라는 팻말을 보고 잠시 차창으로 눈길을 던졌는데 삼각형으로 우뚝 솟아있는 산 형태가 기이하다. 그날은 차량통행이 가능한 석탑과 절집 보는 걸로만 만족했다. 산 뒤쪽에 미륵불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해는 서산으로 지고 있는 상황. 진도에서 이름난 운림산방을 거쳐 길이 잘 나있는 유명 관광지만 들러보는 것으로 족했던 진도여행.

이후 무안의 회산 백련지에 백련꽃이 만발했음을 알고 재촬영을 한 후, 금골산(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으로 향했다. 무안에서 목포를 거쳐 진도까지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요하게 한다. 근 두어 시간 쉬지 않고 달렸다. 산행을 할 수 있을지, 모처럼 맑은 날 세방낙조까지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앞세우고 군내면에 차를 세웠다. 몇 해 전 진도에 들렀다가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군내 근처 기사식당에서 방앗잎 넣은 추어탕 집을 만난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진도에 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집이었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눈에 띄질 않는다. 그래서 요기를 하고 산행 정보를 얻기 위해 금골식당(061-542-6199)에서 자장면으로 배를 채운다. 주인내외는 자주 오르는 곳이라면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단다. 자장면은 느끼함이 없어서 생각보다 음식 맛이 괜찮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애불 갈림길로 오르는 길에는 유자밭이 있다. 아직 익지 않은 청록색 유자밭을 지나면 산길이 나온다. 길은 절집 동쪽으로도 연결이 돼 있다. 절집 근처에 차를 세워두면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근 주민들만 찾아왔는지 흔한 산악인 표지가 한 장도 걸려 있지 않다. 언덕길을 오르니 바위 능선이 펼쳐지는데 옆이 확 트여서 사방팔방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치 항공촬영을 하는 것처럼 한눈에 둔전평야가 발아래 펼쳐지고 눈길을 들어보면 세방낙조의 발가락 섬까지 눈에 잡힌다. 앞을 가리는 수목이 없으니 가슴은 금세 시원해진다.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긴바지를 챙겨 입어야 될 정도로 강한 억새풀이 다리를 스쳐온다. 거의 정상부근에 오르면 벼랑에 떨어지지 말라는 듯 철책을 박아 두었다. 금골산(135m)은 아주 낮은 산이지만 가볍게 볼 정도는 아니다. 일명 상골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석수가 수만 년에 걸쳐 예술품을 조각해 놓은 듯한 기암절벽은 기둥인가 하면 구멍이고, 구멍인가 하면 기둥이고, 사람인가 하면 짐승인 모습을 보여주며 색깔 또한 황색, 백색, 흑색, 회색 등으로 다양하다.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기암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옆 바위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눈앞을 막지 않아 막힌 가슴을 한순간에 터주는 듯하다.
풍치에 취해 잠시 숨을 돌릴 즈음에 등산객 한사람과 맞닥뜨린다. 인기척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제주도에서 진도로 발령받아 왔다는 50대의 중년남자.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한달정도 매일 산에 오른다고 한다. 읍내 뒷산을 오르다가 이날은 동료가 추천해주어서 왔다는 그와 함께 미륵불을 찾아간다. 원래 이 산에는 세 개의 석굴이 있다고 한다. 그중 맨 왼쪽 굴 북쪽 벽에는 1470년 전후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좌우 3.5m 크기의 마애여래좌상(전남 문화재자료 제110호)이 있다.
마애불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절집 아래로 내려가는 형상인데 바위에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홈을 만들어 길은 잘 나 있지만 위태롭다. 철책에 몸을 의존하고 석굴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다. 누군가 치성을 드리러 왔는지 정화수 한 그릇이 놓여 있다. 머리를 들어 동굴 위를 바라보면 풍상에 씻겨 나갔는지 형체가 선명하지 않은 마애불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애불 배꼽에는 선운사 마애불에서 본 것처럼 네모난 구멍이 있다.
이 마애불 배꼽에서 쌀이 나와 석굴에서 깨우침을 얻으려는 수도자들의 양식이 됐다고 한다. 노스님과 상좌가 같이 있었는데 매일 둘만이 먹을 수 있는 쌀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 손님이 찾아와 식량이 부족해서 구멍을 쑤셨더니 그 이후로는 한 톨의 쌀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금골산은 1498년 정언벼슬을 지낸 이주(李胄)가 무오사화 때 이곳에 유배돼 금골산의 아름다움에 감탄, ‘금골산록’을 지어 서거정의 동문선에 실려 오늘에 전해오고 있다. 서거정의 금골산록 편에는 “영험이 많은 금골산이 매년 빛을 발해 유행병 등 재앙을 막았으나 마애불이 조성된 후 빛을 발한 적이 없다”라고 전해온다. 마애불은 얼굴이 둥글고 이목구비가 다소 토속적으로 생겨 친근미를 나타내면서도 부풀게 나타낸 것이 특징. 고려시대 불상이 지방화한 양식의 한 면을 보여 준다. 쌀이 나왔다는 가슴의 네모난 홈은 사각형 복장품을 넣었던 장치로 보인다. 금골산 아래에 있던 고려 때 해원사(또는 해언사) 절집은 사라지고 지금은 개인절집이 들어서 있다. 이 아름다운 산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진도에 볼거리가 많아서 뒤쳐진 것 이외에도 개인 땅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절집의 흔적은 금성초등학교 교정 안에 5층 석탑(보물 529호)으로 남아 있다. 등산은 주차장에서 왕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산행을 마치고 해가 질 무렵이면 ‘세방낙조’길을 찾아야 한다. 가기 전에 동석산(240m, 산면 심동리)에 천종사를 들러봐야 한다. 동석산은 외지인에게 낯선 곳이지만 바위가 매우 독특하게 장식된 산이다. 낙조는 ‘동석산 정상’이나 ‘세방낙조대’나 ‘급치산’으로 가면 된다.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곳은 세방낙조 길이다. 낙조 전망대로 가는 길인 바다 쪽으로 옹기종기 수많은 섬들이 떠 있다. 2백30여개의 섬들. 옥색의 바다 위로 뉘엿뉘엿 해가 기울 때면 생김새도 신기한 섬들이 짙은 실루엣으로 변한다. 섬과 섬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순간에는 숨이 막힌다. 손가락섬, 발가락섬. 사자섬 등 기묘한 섬들을 찾아보는 것도 독특한 재미다.
■대중교통 : 광주, 목포에서 진도행 직행버스(수시운행) 이용. 녹진 하차 녹진에서 진도읍 방면 군내버스(1시간 간격) 이용, 둔전리 군내우체국 하차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 나들목에서 빠져 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를 지나면 진도 방향 77번 국도와 연결된다. 진도대교를 건너 18번 국도 이용. 구도로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진도대교-녹진-둔전리/낙조대:진도읍내 거쳐서 801지방도 이용. 석교래에서 지산면 세방낙조대로 향하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 : 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는 간재미요리와 홍주를 꼽는다. 사랑방식당(061-544-4117)은 진도군청에서 소개하는 집이고 옥천횟집(061-543-5664)은 소문났지만 가격이 고가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진도대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원각횟집(061-542-6464)은 통나무로 잘 지어놓아 운치있고 깔끔해서 회 즐기기에 좋다. 읍내의 복지회관식당(061-544-4570)은 5천원으로 푸짐한 쌈밥을 맛볼 수 있다.
숙박은 상만리의 폐교를 개조해 이상은 화가가 만들어 놓은 ‘나절로 미술관’(011-9457-8841)을 이용하면 된다. 폐교는 개조해 미술관을 조성하고 있고 민박도 가능하다.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 놓아 인근에서는 입소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 외는 읍내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도 기억해두세요
진도를 빠져나오기 전에 찾아볼 여행지가 용장산성과 벽파진이다. 삼별초난의 항거지로 사용했던 용장사에는 삼존석불이 모셔져 있다. 무엇보다 벽파진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벽파진은 본래 국방상 중요지역의 하나였던 진도의 관문 역할을 하던 곳.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에는 수군영을 두었으며 이순신의 전첩비가 있다. 커다란 바위가 마치 바다가 변해 육지가 된 듯 착각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추자도와 제주도간 여객선이 운항하지만 잠시 쉬고 있다.

◇사진설명 : 금골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마을은 눈 앞을 막지 않아 막힌 가슴을 한순간에 터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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