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김남호, DB그룹 ‘새로운 50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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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김남호, DB그룹 ‘새로운 50년’ 준비하다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73
  • 승인 2020.07.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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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충실·디지털 전환’…코로나 돌파 승부수 던진 ‘젊은 리더십’



이달 회장 취임, 2세경영 첫발
‘변화보다 안정’체제구축 방점

금융부문 성과, CEO능력 검증
기존사업 발판, 미래동력 확보

신속·효율적 시스템 완비 주문
신사업·인수합병 ‘넘어야할 산’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71일 사령탑에 올라섰다. 이어서 10여일 만에 첫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계열사 소속을 유지하며 승진을 시켰다.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한 인사다. 창업주 김준기 회장에 이어 DB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김남호 회장 체제 굳히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2세 경영자가 등장할 때마다 언론에선 분석과 전망이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2세 경영자가 어떻게 경영권 바통을 승계하느냐는 그룹의 명운에 있어 절대적 변수다. 그 다음 변수는 새로운 경영자가 정말 그룹을 이끌 자질이 있느냐의 문제다. 그 다음 변수는 그룹이 도약할 재료가 있느냐다. 이거 말고 변수는 더 붙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2세 경영자의 등장은 수많은 변수의 첫 얼굴이다.

 

기업경영 기본에 충실 하겠다

김남호 신임 회장 등장 전까지 DB그룹은 고민이 많았다. 우여곡절의 기업사다. 김남호 회장의 아버지인 김준기 전 회장은 1969년에 동부건설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업했다. 그때 김 전 회장의 나이는 만 24. 지금으로 따지면 스타트업을 시작한 젊은이였다. 1970년대 중동 건설 열풍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미륭건설은 중동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철강 사업을 비롯해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대기업으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창업 30년 만인 2000년에는 어엿한 재계 1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동부그룹의 비상이었다.

그러나 동부그룹의 르네상스는 짧았다. 철강, 반도체 사업을 키우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게 문제였다.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맞는다. 2013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룹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였으니 시간도 급했다. 그래서 매각하게 된 핵심 계열사들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이다.

보통 그룹이 구조조정을 할 때 그룹의 모태는 지키려는 게 기업생리다. 하지만 동부그룹 뿌리였던 동부건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팔려나갔다. 뿌리가 흔들리자 재기를 위한 쇄신이 이뤄졌다. 보험, 증권, 반도체, IT 중심으로 주력 사업을 재편했다. 체질개선을 하면서 덩치는크게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DB그룹 자산 규모는 66조원이고 매출은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재계 순위는 39위까지 떨어졌다.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5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온 창업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김준기 전 회장은 암투병 중으로 경영복귀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김남호 회장의 새로운 50년이다. 김남호 회장의 취임사를 들여다 보자. 50년만에 교체된 오너십의 성향을 파악할 단초다. 우선은 그가 약속한 다짐은 총 네 가지다. 첫 번째 문장만 정리하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습니다.” “경청하고 소통하는 경영자가 되겠습니다.”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넷째,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이다.

김남호 회장이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당부한 메시지는 세 가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에 박차를 가해주십시오.” “젊고 역동적인 조직,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DB라는 기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져 주십시오.” 등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도 있고 곱씹을 말들도 있다. 그 중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守成), 수성보다 이를 넘어선 도전과 성공이 더 어렵다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 DB그룹 설립 50년 만에 이뤄진 첫 세대 교체를 함축하는 말이다.

김 회장은 경영의 기본을 다시 강조했다. ‘수성과 도전 그리고 성공은 무엇을 의미할까? 수성은 창업 보다 어렵다. 도전은 수성 보다 난해하다. 성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다. 오직 오너만이 성공을 확신하고 달려간다. 김남호 회장은 세 가지 유리구슬을 조심스럽게 화두로 꺼냈다. 그건 경영자에게 기본 철학이며 가장 복잡한 개념이다. 김 회장의 유리구슬에는 미래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리더십 검증 마치고 도약대 진입

김남호 회장의 어떤 인물일까? 그는 1994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근무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데 이어 UC버클리대에서 파이낸스 과정을 수료했다.

2세 경영자는 선대 보다 높은 교육수준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반면 리더십과 도전정신에 대해서는 선대 보다 약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김남호 회장은 어떨까? DB그룹에 입사한 시점은 20091월이다.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다양한 분야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5년에는 DB 금융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 계열사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경영 현장에 접목시키며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다.

특히 보험·금융 혁신 TF를 이끌며 영업·마케팅 다변화, 자산 운용 효율화, 해외 시장 진출을 견인해 금융업황 침체 속에서도 DB그룹 금융부문이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DB그룹 금융부문은 올 1분기 매출 5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기록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다른 성과도 있다.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등 계열사 매각 작업에 관여하면서 DB그룹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그룹의 방향타를 금융, IT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이끌었다. 경영 정상화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이 일궜던 50년의 역사에 비해 작은 성과들이지만 나름 CEO로의 검증 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의 길에 접어들다

김남호 회장은 이제 DB’를 향해 첫 발을 떼야 한다. 혼자서는 그룹을 완전하게 이끌 수 없다. ‘김남호의 사람들은 누구일까? DB그룹은 지난 13일 구교형 그룹 경영기획본부장(사장), 이성택 DB금융연구소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최현희 DB Inc 회장과 윤대근 금융연구소 회장은 그동안 그룹 회장직을 맡아 온 이근영 회장의 퇴임과 함께 용퇴했다.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과 그룹을 이끌어왔던 1세대 경영진이다. 후진에게 길을 터준 아름다운 행보다.

부회장 진용을 상세히 살펴보자. 구교형 경영기획본부장 부회장은 국제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삼성물산 등을 거쳤다. 2006DB그룹에 합류한 뒤 동부제철, DB하이텍에서 경영기획 및 재무를 총괄했다. 2019년 그룹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왔다.

이성택 DB생명 부회장은 197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4년 동부건설에 입사한 후 DB손해보험, DB생명, DB금융투자 등 주요 금융 계열사에서 경영진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DB금융연구소 사장을 맡아 왔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은 1979년 동부고속에 입사한 후 1984DB손해보험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영업, 보상, 신사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2010년부터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DB메탈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로 옮겨 시스템LSI 파운드리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2년부터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왔다.

이들 4인 부회장을 보면 세대교체와 조직개편을 위한 인사는 아니다. 2세 경영자의 첫 인사는 짧은 시간에 그룹을 장악하는 게 관건이다. 연륜 있는 경영진이 필요하다. 오너십의 교체에 있어 제1 목표는 안정화다.

그런데 그룹의 안정화를 위해 오너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위기. 위기를 외쳐야 구성원이 똘똘 뭉치기 때문이다. 마치 전장에서 언제 적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돌격대장처럼 긴장감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김남호 회장이 던지는 위기대응 극복의 메시지는 설득력이 있는 타이밍이다. 코로나19 만큼 어려운 시기가 없다. 모든 기업들의 앞이 가시밭길이겠지만, DB는 새로운 도전과제들이 즐비하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존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을 만들어가겠다기존 사업의 연장이나 연관 사업 진출과 병행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업을 치밀하게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그룹의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이 필요해 보인다. 김남호 회장의 두 어깨 위에 50년의 새로운 역사가 짊어져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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