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발목 잡는 상법개정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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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발목 잡는 상법개정은 안된다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74
  • 승인 2020.07.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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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전경련, 경총,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6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공동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감사위원 중 1명이상을 이사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토록 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소수 주주권 행사요권 완화 등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주주가 기업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시 상장사는 모회사 발행 주식총수의 0.01%, 비상장사는 1%만 가진 소수주주도 지분 50%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사업 추진시 책임경영과 효율적 경영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결국 자회사 설립 취지가 퇴색하고,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개입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진국 중 다중대표 소송제를 채택한 나라는 드물며, 미국은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경우만 인정하고 있다. 1989년부터 2005년도 미국 23개주가 다중대표소송을 막아준 결과 회사의 소송위험을 낮추어 신기술 특허가 증가했고, 기업의 혁신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사회 일원인 감사위원 중 한명이상을 처음부터 분리해 뽑고 최대주주 의결권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총 3%로 제한토록 하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안도 우려되는 측면이 많다.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감사위원을 뽑겠다는 취지이지만 개별 주주들이 연합하거나 자회사 펀드를 통해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해 해당기업의 정보를 열람하고, 누출시키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될 우려가 있다.

2004SK와 경영권 분쟁을 벌린 소버린은 보유주식 14.99%5개 자회사 펀드로 분산시킨 사례가 있으며, 2019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자동차에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자기편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넣어 경영권을 흔들려고 했다. 현재도 상당수 상장기업들은 3%룰 때문에 감사인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직후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315개로 전체 상장사의 14%가 넘는다. 이는 지난해 149개보다 2배이상 늘었고, 56개사였던 2년전 보다 5배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21대 국회 출범이후 상법개정안에 대한 다수의 의원입법이 발의됐지만 이중 중소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도 상당수 있다. 이사 임기 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자는 안이 대표적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동종의 경쟁기업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데 매년 이사를 선임하라는 것은 기업을 경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경영진은 미래성장을 위한 장기투자계획보다 본인의 연임을 위해 단기성과에 치중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이 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주주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법무부의 이번 상법 일부 개정안의 입법취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면 중소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2018년기준 상장사 2193개 중 중소기업은 942개로 가장 많은 비중(42.9%)을 차지하고 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상장을 통해 마케팅, 인력채용, 신규투자 등 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고용·수출·투자규모가 3~4배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44.5%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으며, 대기업 수급 중소기업은 매출액의 80.8%가 협력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경영권 침해 우려에 투자를 줄이면 협력 중소기업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대주주의 경영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하지만 그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기업활동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진돼야 한다. 기업인이 본연의 경영활동보다 경영권 방어에 더 신경을 쓰다보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규투자를 어렵게 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미래가치를 훼손하게 되고, 일반주주는 물론 협력 중소기업과 대한민국 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 19사태의 장기화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투자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극복의 최우선 과제는 기업활력부터 되살려야 한다.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도 입법과정에서 현장 기업인의 고충을 배려해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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