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사업은 입지 선정이 전부입니다. 유통업 같으면서도 부동산 사업입니다. 그래서 최근 현대백화점이 서울 강북 지역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경쟁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소식입니다.

서울 강북은 여타 백화점들이 신경을 좀 쓰지 않는 곳인데요. 그 사이에 현대백화점이 미아 사거리에 가까운 길음 뉴타운 개발 호재를 예상하고 미아점의 리뉴얼에 나선 겁니다. 미아점은 성북구에 있는 유일한 백화점이고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미아 사거리역 중간에 있습니다.

강북 지역을 잡는 최전선에 현대백화점 미아점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미아점은 반짝 변신 중입니다. 백화점의 차별성을 위해 전문식당가를 리뉴얼했고, 생활용품 중심의 리빙관도 신설했습니다.

특히 식당가는 완전 오픈된 다이닝을 추구했습니다. 매장 간의 구역을 나누는 벽이 없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출입문도 없습니다. 마치 맛을 즐기는 대광장을 연출했습니다. 리빙관의 핵심은 삼성과 LG를 입점시키는 겁니다. 특히 두 회사의 프리미엄 스토어가 오픈해 있습니다. 단순한 일반 대리점이 아니라, 백화점의 위상에 맞는 최고급 제품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백화점 입구마다 카페를 놓고 레스토랑을 입점시켰는데요. 이건 백화점의 하드웨어 구조상 특이한 사례입니다. 백화점 출입구에는 상품이 전시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 돈을 소비하는 쇼핑 공간이 아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식사하는 미팅 장소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현대백화점의 실험적인 전략은 최근 길음뉴타운이 들썩이고 있어서입니다. 뉴타운은 총 6개 구역에 약 7300세대가 입주를 완료했습니다.

내년초까지 약 4000세대가 추가로 입주합니다. 길음뉴타운에만 8000세대 가까운 소비층이 탄탄하게 생성된 겁니다. 뉴타운 입주로 추정되는 신규 입주 인구가 약 4만명입니다.

서울에서 일시에 4만명의 소비자, 그것도 뉴타운이라는 어느 정도 소비여력을 갖춘 입주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면 유통사들이 공략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지난해 매출 3701억원을 기록해 서울지역 백화점 20곳 중 중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에 매출 4000억원을 넘는다면 10위권도 예상됩니다. 미아점은 위치상 성북구와 강북구를 모두 공략하는 요충지입니다. 뉴타운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얼마나 그 세력을 확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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