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에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무렵에 행여나 해서 찾아 나선 방태산 휴양림. 휴양림은 영동과는 달리 영서의 찬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계곡엔 초록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붉은 단풍이 들었다. 그 때를 기억해 부랴부랴 방태산으로 향한다. 다른 곳보다 빨리 들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금세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휴양림
방태산이 있는 기린면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천혜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펜션 등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으레 숙박지 등 편의시설이 필요한 법. 도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은 그대로 보면서도 먹고, 자는 것만은 도심처럼 하고 싶어 한다. 가는 골짜기마다 생겨난 번듯한 산중 펜션을 탓할 필요는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번듯한 펜션 들에 눈이 가려서 애써 옛 모습을 그려내야 할 정도가 됐다.
입구의 방골계곡까지는 약간씩 단풍이 들고 있다. 단풍이 얼마나 붉은지 지도상에는 ‘적가리골’로 표기돼 있는 곳이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안고 있는 곳이 휴양림 내다. 옛 모습을 떠올리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휴양림 안쪽으로 들어간다.
계곡 가에 들어선 활엽수에는 붉은 단풍나무가 많아서 눈이 부실 정도다. 하지만 무엇인가 달라진 듯하다.
몇 해 전 폭풍 매미의 탓으로 계곡도 유심히 살펴보면 예전 같지 않았던 것. 강원도 대부분 계곡들이 그러하니 이 정도로만 남아 있어도 얼마나 다행인가. 예전처럼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느낌은 없어도 유실 흔적이 남아 있는 계곡이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익혀온 학습이다.
휴양림 산막 앞에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야외데크를 만들어 두었다. 산막 앞 계곡에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당폭포가 있다. 계곡에는 몇 가족이 둘러앉아도 자리가 남을 만큼 넓은 바위가 있다.

■마당바위와 2단폭포
휴양림 숙소 위쪽에 자리한 ‘마당바위’는 대패질 한 것처럼 평평하다. 여름철이면 시원한 물놀이객들이 가득 차겠지만 지금은 한적하기만 하다. 모두들 이단폭포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저 눈으로만 점을 찍고 곧추 2단 폭포로 향한다. 여러 번 다니면 이렇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 한편으로는 너무 익숙해진 탓에 아름다운 절경에 느끼는 감동이 해가 갈수록 감해진다는 아쉬운 점도 있다.
2단폭포는 휴양림입구에서 2km 떨어진 지점으로 그리 멀지 않다. 산막에서는 지척이다. 폭포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정자가 있다. 노란 단풍이 들어 단풍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목적지인 2단폭포를 만난다. 워낙 절경이라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든다. 어김없이 계곡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리싸움도 만만치 않다.
높이 4m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다시 받아 내려 ‘계단폭포’라고도 부른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윗 폭포 주변으로만 붉게 단풍이 들었다.
중간 부분이 텅 빈 듯 아쉽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치를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단풍 구경을 하려면 서둘러 떠나야 하리. 날씨가 추워지면 이 풍광도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모를 일이다.
폭포를 나와 더 위로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계곡은 연이어지고 임도가 있지만 차량 통행은 이제 끝이다. 이곳부터는 구룡덕봉(해발 1,388m)과 주억봉(해발 1,443m)으로 트레킹을 해야 한다. 산이 높고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다.
나오는 길에 인접하고 있는 방동약수 들르는 일은 필수코스. 약수터까지 가는 길은 한해 사이에 포장이 다 돼 있다. 입구까지지만 이것도 생소하기만 하다. 게다가 언제 들어선 절집(약수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염불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변화를 사랑하자면서도 자꾸 목구멍에서는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방동약수
어쨌든 방동약수는 자연보호중앙협의회에서 ‘한국의 명수’로 지정할 만큼 효험이 있는 신비의 물이다. 1670년 산삼을 캐러 나선 어느 심마니에 의해 발견됐다고 전한다. 탄산성분이 많고 철, 망간, 불소가 들어 있어서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소화촉진에도 좋다고 한다.
방동약수는 엄나무 아래 깊이 팬 암석 사이에서 나오는데 한사람 정도만 들어가 물을 뜰 수 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물을 뜨러 오는 사람도 많다. 손에 들린 물통은 셀 수도 없다. 물맛을 보려면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 물맛은 여느 약수터보다 맛이 좋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물맛이 흐려진 듯한 느낌이다. 자연이 준 선물을 욕심을 버려야만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근하고 있는 오색약수터의 물길이 없어진 것을 감안해 본다면.
시멘트를 칠해 놓아 멋없어 보이는 개울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약수터 주변으로는 장작불을 지피는 민가가 두어 곳 있다.
■대중교통 : 상봉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현리행 시외버스 이용. 현리터미널에서 방동교까지 운행되는 1시간 간격 시내버스 이용. 인제-현리간 버스가 1시간 간격 운행되며 현리에서 방태산 가는 버스가 1시간 30분 간격 운행. 20분소요
■자가운전 : 서울~양수교~6번 국도~용두리삼거리~44번국도~홍천4거리 철정3거리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 이용. 고석평교에서 31번 국도이용. 현리 못 미쳐 팻말 따라 우회전. 353번 지방도 따라 7.9km가다 휴양림 팻말 따라 우회전-마을 초입에 방태산과 방동약수가는 길이 나눠 진다.
■별미집과 숙박 : 주변에 메밀막국수, 순두부, 토종닭 등을 파는 강원도 토속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방대교에서 2km 정도에 있는 고향집(033-461-7391)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오래전부터 소문난 두부집. 필자도 이번 취재때 처음 알게 된 곳. 직접 쑨 두부와 채마밭에서 키운 야채를 이용한 반찬들. 모두 들기름을 이용해 식당 안은 구수한 냄새가 배어 있다. 또 진동계곡 가는 길에 있는 두무대송어횟집(033-461-6700)이 괜찮다.
숙박은 방태산 자연휴양림(033-463-8590)이나 솔잎향기 펜션(033-463-0340)을 이용. 솔잎향기는 은행원이었던 서정석씨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정성스럽게 펜션을 만든 것. 잣나무 향이 가득한 깔끔한 숙박동. 그 앞에 맑은 계곡이 흐르고 있으며 온통 숲이 둘러싸여 웰빙 펜션으로 손색없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 설피마을과 곰배령
방동리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있는 설피밭. 가는 길도 70리로 먼 거리였지만 최근에 포장이 돼서 접근이 훨씬 용이해졌다. 설피마을은 점봉산(1.424m) 자락을 기대고 사는 마을에는 본 토박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은 너무 유명해진 탓에 거의 상업화돼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곰배령을 올라가려는 산악인. 그저 호기심에 들른 사람이라면 천천히 강선마을까지만 들어가도 좋다. 아니면 필례약수터를 거쳐 주전골로 향해도 좋다.

◇사진설명 : 계곡 사이로 흐르는 2단폭포는 물이 너무 맑아 단풍빛이 우러날 듯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