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는 단기차익 노린 헤지펀드에 놀이터 내주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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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제는 단기차익 노린 헤지펀드에 놀이터 내주는 꼴
  • 이권진 기자
  • 호수 2274
  • 승인 2020.07.2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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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기획소송’이 대표사례
입법시 기업동력 상실 불보듯

상법 제3편 회사의 규정을 살펴보면 실질적 의미의 회사법은 회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을 말한다. 여기서 회사의 규정 범위는 개별이다. 즉 개별회사법이다. 기업집단을 고려해 규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는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회사법을 기업집단으로 전제하고 간다는 점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상 문제에 대해 소를 취할 수 있다. 심지어 손자회사의 경영진(임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처럼 모회사 주주가 계열사로 통칭할 수 있는 직간접 종속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한다는 것인데, 이것의 전제조건은 상법상 회사가 기업집단이냐는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일단 회사법에는 개별로 보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모회사의 주주는 모회사에 대해서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회사의 감사가 자회사 감사권까지는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면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게 유용할까? 한국 상법이 1962년에 만들어진 이후 대표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아직까지 100건도 안 된다. 대표소송은 이사, 감사, 발기인, 청산인 또는 불공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행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표소송 건수가 적은 이유는 자명하다. 주주가 회사 임원에게 소송을 거는 행위 자체에 별 다른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소를 제기한 주주가 이겼다면, 경영상 손해를 입힌 임원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된다. 배상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상금은 주주의 개별 통장에 입금되는 게 아니라 회사의 일반회계로 잡히게 된다. 주주가 굳이 대표소송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개별회사 안에서의 대표소송도 가끔 있고, 실익도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 손자회사까지 경영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의 활용 수는 더 적을 게 뻔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 제도 도입을 은근히 반기는 주주가 있다. 이른 바 기획소송을 하려는 세력들이다.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판결 과정에서 이사회로부터 금전적 합의를 원하거나 임원의 경영권을 넘보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걸 진행할 주주는 비상장회사라면 발행주식의 1%, 상장회사라면 0.01%의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개인은 어렵고 글로벌 펀드가 시도할 만한 일이다.

지난해 2월 기획소송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45000억원)와 현대모비스(25000억원)7조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엘리엇이 보유했던 현대차그룹의 보유지분(지난해 3월 기준)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각각 2.9%, 2.6%, 2.1%였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10억달러(11000억원)이었다.

엘리엇은 2015년에도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한 전력이 있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실물자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목표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회사에 투자한다기 보단 단기이익이 목적이다. 과거에도 SKKT&G도 각각 소버린자산운용과 칼 아이칸이라는 헤지펀드의 공세로 경영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투기자본에게 놀이터를 열어주는 꼴이다.

다중대표소송제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등이 모두 투기자본에게 공격형 무기를 안겨주는 꼴이 될 것이다. 법인은 하나의 회사이고, 권리능력의 주체다. 모회사의 간섭 없이 계열사의 일은 알아서 계열사의 주주들이 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또 기업경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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