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 송재일 명지대학교 법학과 부교수

송재일 성명지대학교 법학과 부교수
송재일 명지대학교 법학과 부교수

1966년 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은 산업구조개선과 시장경쟁 촉진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 법은 규제법이 아닌 조성법으로 법의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이 되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 법인과 개인사업자 중에서 따로 법률에 정하는 중소기업 시책에 부합해야 했다.

1982년 개정된 법에서 비로소 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도 중소기업에 포함했으나, 정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인지 판단할 때 중소기업 시책이라는 특별요건을 따로 부가해 실제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 법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1995년 개정된 법에서 중소기업자로 인정받으려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규모의 기업이라는 규모성 요건에다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기업이라는 독립성요건을 더해 독과점 관련 기업은 빼는 것으로 정리됐다. 타당한 개정이다.

2012년과 2014년 잇따른 개정을 통해 비영리법인인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일반 협동조합(연합회)도 규모성 요건 및 독립성 요건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된다. 2019년에는 소비자생협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이제 비영리법인도 중소기업이 된다.

문제는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규모성, 독립성 요건에다 여전히 중소기업시책에 부합해야 한다는 이중 삼중의 특별요건이 부가돼 중소기업자로 인정받기가 일반 협동조합에 비해 아주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불편하고 부당하며 정의롭지 못하다.

먼저 법의 기능 측면에서, 중소기업 시책 부합 여부는 오로지 각 개별법과 주무부처의 재량에 달려 있기에 중소기업협동조합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실제 사례를 보자.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설치한 시험·연구원을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아 지원받고자 했으나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참여할 수 없었다가 위탁 운영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추가자료 제출 및 소명, 중소기업중앙회 협조요청 공문발송 등을 통해 지원시책에 어렵게 참여하게 됐다.

 

규모성 등 각종 특별요건 부가...중소기업자로 인정받기 난망

헌법상 평등원칙 반하는 차별,정부지원 참여방안 마련 시급

 

또한, 한국제약공업협동조합도 조합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산업단지의 오폐수 처리설비에 대한 악취저감기술 지원을 받고자 했으나 무산될 뻔했지만 추가자료 제출과 소명을 통해 어렵게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청년채용 확대 및 중소기업 장기근속 유도 등을 위한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에 따른 청년 내일채움공제 등 지원을 받기 위한 중소기업협동조합들도 비슷한 난관에 빠졌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자로 인정받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이는 일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시책 부합 관련성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법이란 신호등처럼 예측가능한 약속이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법 개정을 통해 협동조합기본법상 협동조합(연합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쉽게 인정받는 것과 비교할 때,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 시책에 부합하는지까지 주무부처와 개별법으로 다시 한 번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 차별이며 합리적 이유도 없다 할 것이다. 법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어 꼭 시정돼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이자 협동조합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경제의 살림살이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살림꾼이지만, 정작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협동조합법제에서도 중소기업법제에서도 차별받고 소외받고 있어서 국민경제로서는 엄청난 잠재력을 손해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이라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한다는 법언에 맞게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일반 협동조합처럼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에서 간결하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 정의와 고른 성장을 통한 경제민주화에 더 부합할 것이다. 공동사업(공동 생산, 판매, 구매, 보관, 운송, 상표 등)을 수행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중소기업자로 인정해 협업(공동행위)을 통한 혁신성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시책에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중소기업자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조속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타 법령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과 달리 오직 중소기업의 육성·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으로만 구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특수성을 감안해 중소기업이 조합을 결성해 다양한 협업과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정부 지원시책에 단절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진정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기본법의 개정과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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