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두산그룹은 구조조정 중입니다. 재계에서는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등 주요 계열사 매각이 속도를 내면서 연내 대규모 자금 마련에 성공할지 관심도 쏠립니다. 특히 두산그룹 골칫거리였던 두산건설이 조만간 매각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두산그룹이 한시름 놓는 분위기입니다. 매각금액은 2000~3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 전자소재 계열사인 두산솔루스 매각도 속도가 나고 있는데요. 매각가격을 7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에서도 알짜 계열사입니다. 우리에겐 좀 낯선 기업명이지만 말이죠.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과 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용 소재가 주요 생산품입니다.

그래도 구조조정을 완성하기 위해 갈 길이 멉니다.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모트롤BG, 두산타워 등의 매각 작업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죠. 두산그룹이 뼈를 깎듯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서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자금으로 36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전제조건이 3조원 넘는 그간의 빚을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이 순조롭게 될 경우 사실상 두산그룹에 남은 핵심 계열사는 두산중공업 그리고 두산밥캣 2개 뿐입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중공업을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발 맞춰 원전사업을 축소하고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건데, 구조조정과 함께 이뤄지는 핵심 계열사의 혁신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요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하고 있는 두산그룹은 지난 1896년 설립된 한국경제에서 보기 드문 최장수 대기업입니다.

특히 위기에 강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앞둔 1995년부터 과감한 혁신과 체질 개선으로 오비맥주 등 소비재 기업을 매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두산그룹은 소비재 기업이었습니다. 경제위기의 순간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사들였고 지금의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 재편한 겁니다. 2020년 현재, 두산이 다시 한번 생존 기로에서 대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박정원 회장의 청사진은 분명해 보입니다. 두산그룹을 친환경사업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건데요. 과연 성공할까요? 일단 박 회장은 두산밥캣을 최대한 지키며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사업 전환을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것 같습니다. 사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두산중공업 정상화자금 36000억원을 받는 대신에 그룹을 친환경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말이죠.

그룹에 친환경 전문 계열사는 있습니다. 연료전지계열사 두산퓨얼셀과 수소드론계열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이 한국판 뉴딜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적습니다. 두 회사 합쳐도 2300억원이 안됩니다. 지난해 두산그룹 전체 매출이 12조원 가량이었는데, 2%도 안되는 거죠.

그래서 박 회장은 두산그룹 사업재편의 중심에 두산중공업을 두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미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등 친환경발전 관련 신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 들어 주력 사업으로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문제는 재무안정성입니다. 두산중공업은 별도기준으로 2015~2019년까지 5년 가운데 2017년 순이익 158억원을 기록한 걸 빼고는 4년 동안 순손실을 봤습니다. 이 기간 누적 순손실이 무려 18871억원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사업재편의 중추 역할이라면 재편 과정에서 자금 밑천이 되줄 곳이 두산밥캣입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은 45000억원 정도입니다. 그룹의 40%가 이 회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주력 시장이 북미에서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도 장밋빛입니다.

두산밥캣을 지키지 못한다면 박 회장은 이익 창출능력이 부족한 두산중공업과 규모가 작은 두산퓨얼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그룹을 꾸려야 합니다. 두산그룹이 대내외적으로 친환경사업 중심으로 재건한다고 했지만, 무리가 따르게 된다는 소리죠.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