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현황 손금 보듯… 혁신 접목해 코로나 속 ‘나홀로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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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현황 손금 보듯… 혁신 접목해 코로나 속 ‘나홀로 흑자’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76
  • 승인 2020.08.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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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현대오일뱅크 ‘현장경영 CEO’ 강달호 사장
1985년 입사, 36년 근속한 베테랑
시행착오 겪으면서 노하우 축적

한 주 2~3차례 주유소 현장 탐방
침체기에 몸집키우기 도전 불사

스마트팩토리도 가장 먼저 도입
취임이후 ‘안전 최우선’원칙 고수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정말 깜짝 놀랄 실적이 발표됐다.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예상을 뒤집는 반전을 보여줬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사 중에 흑자경영을 한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현대오일뱅크를 꼬집어서 최소한 수백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예측했다. 그런데, 막상 실적을 보니, 100억대 순이익을 냈다. 전 세계가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떻게 현대오일뱅크는 깜짝 실적을 일궈낸 걸까?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은 25517억원을, 영업이익은 13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놀랄 만한 것은 영업이익이다. 유가가 떨어지고 대규모 정기보수 등으로 가동률이 감소한 탓에 매출은 1분기 대비 42%나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무려 5764억원이나 올라섰다. 1분기에 현대오일뱅크는 무려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 들어 반전의 흑자전환을 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공식 보도자료로 그 원동력을 2가지로 꼽았다. 원유를 정제할 때 발생하는 마진이 마이너스임에도 뛰어난 설비 경쟁력유연한 설비 운영으로 정유업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심플한 답변이지만, 정말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국내 정유사는 하나같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경쟁사들은 매 분기 정말 우울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4397억원을, 에쓰오일은 1643억원을 손해 봤다. 실적 발표를 코 앞에 둔 GS칼텍스는 3000억원 넘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나온다. 정말 정유업계가 혼란기에 빠져 있다.

코로나19의 무서움은 국가 간의 무역도 줄이고, 도시 간의 이동도 줄이고, 소비도 위축시키고 아무튼 보이지 않는 위기가 실물경제를 하나둘 쓰러트리고 있다. 정유사들의 기본적인 사업이라는 게 심플하게 보면 원유를 정제해서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건데, 역사적으로 봐도 정유사업은 세계경기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너무 컸다.

지금은 저유가 시대이고, 저성장 시대다. 버텨내지 못하면 정말 일생일대의 위기가 덮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유사들은 마이너스 손실 속에서도 어서 이 태풍이 지나가길바라고 있는 와중이다. 그렇게 정유업계 전반이 위축돼 가는 사이 현대오일뱅크만 2분기에 나 혼자 흑자를 낸 것이다.

 

정유4CEO중 유일한 공대출신

2분기 반전 흑자는 올해 하반기의 실적 개선은 물론 연간 흑자 전환도 노려볼 만한 신호다. 이쯤 되면 현대오일뱅크가 코로나19 역경을 이겨내고 남는 장사를 하는 노하우를 탐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CEO부터 살펴보자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경영 전략이 반전 드라마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특히 강달호 사장이 현대오일뱅크에서 36년이나 근속을 한 배테랑이다. 36년 동안 한국경제에 수많은 크고 작은 위기가 왔을 것이다. 그때마다 현대오일뱅크는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그걸 강 사장은 자신의 경영 DNA에 하나둘 주입했고, 위기에 강한 CEO로 거듭났다.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1985년 현대오일뱅크에 입사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생산부문장을 맡은 이후 2011R&D 기능을 통합한 현대오일뱅크의 중앙기술연구원이 설립될 때 초대 원장으로 역임했다. 이어 안전생산본부장을 맡아오다 2018년 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생산과 기술과 안전이라는 정유사업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업무를 두루 섭렵한 셈이다.

강 사장에게는 경쟁사 대비 특이한 DNA가 있다. 정유4CEO 가운데 유일한 공대 출신이란 점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에서 핵심 공장이라고 하는 곳이 바로 충남 대산공장인데, 여기서 20년 넘게 연구 엔지니어로 일했고, 생산부문장까지 역임한 것이다. 대산공장은 강달호 사장의 손바닥 안과 같다. 그는 CEO 취임 이후에도 일주일에 2~3회씩 대산공장에 출근하고 있다.

현장경영 CEO라는 타이틀은 그를 위해서 써야 할 정도다. 그가 현대오일뱅크 생산 공정을 정말 훤히 꿰뚫고 있는 까닭인지 모르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만큼은 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사 빅4 중에 1위다.

그의 현장경영이 빛을 발한 때가 있다. 지난 6월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곳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 결정으로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숫자로 업계 2위로 도약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만년 3등이었다. 지난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1100여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업계 3위를 오래 지속하다가 이번에 무려 20년 만에 순위 갱신을 한 것이다.

이때 눈길을 끈 것이 인수한 뒤 영업 첫날 강달호 사장의 공식 일정이었다. 그는 임직원들을 대동하고 새롭게 간판을 바꾼 서울 강남구의 오천주유소를 찾았다. 그날만큼은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하며 직접 고객을 맞이했다. 흔한 이벤트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도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주유소 현장을 찾는 걸로 알려졌다. 대산공장부터 현장 주유소까지 거미줄처럼 펼쳐진 전국의 현대오일뱅크 공급망 체계를 자신의 손금 내려다보듯이 하는 사람이 바로 강달호 사장이다.

 

업계 첫 무인순찰차량 도입

강달호 사장은 혁신적인 CEO. 설비 증설을 위해 경쟁사와도 기꺼이 손잡을 줄 아는 유연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처럼 항공유 수요가 급감할 때 생산설비를 유연하게 운영해 항공유 대신 경유 생산에 집중하기도 했다. 대신 경유는 트럭 수송과 전기 발전용 등에 쓰이는데 이건 코로나19 영향이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앞서 설명한대로 강 사장은 극심한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경쟁사 주유소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연함과 도전정신이 남다른 인물이다.

특히 대산공장 내 각종 신기술을 도입해 정유업계에서도 스마트팩토리전환에 가장 빠른 곳이기도 하다. 생산현장을 몇%의 자동화 시설로 만드느냐가 사실 모든 제조공정의 경쟁력일 수 있다. 강달호 사장은 우선 공장의 안전관리부터 하반기에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을 총 동원해 무인순찰 24시간 운행과 공장 내부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서 생산성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 무인순찰차량과 지능형 CCTV는 업계 최초다. 정밀 GPS와 유해가스 감지센서, 열화상 카메라 등을 갖추고 있는데 비상상황으로 인식되는 정보를 수집할 경우 통합관제센터에 신속히 전달해 대형사고 발생을 막아주는 구조다. 정유 공장 운영에 있어 가장 핵심은 안전이다.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일부 공정이 멈추게 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5월 대대적인 정기보수를 했다. 정기보수 기간은 생산공정률을 낮추고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시기다. 마치 농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땅을 갈아엎고 준비를 다잡는 일과 비슷하다. 이때 강 사장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유해가스 감지시스템을 도입시켰다.

이 시스템은 정유 탱크·타워 등 밀폐 공간에 설치된 센서로 유해가스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 관련 정보를 통합관제센터로 전달한다. 비상시 즉시 경고음이 울리며 현장 작업이 중단돼 작업자는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고 예방의 목적도 있지만, 사실상 디지털 기반의 안전 시스템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중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첨단화, 자동화도 가능하지만, 생산일정과 공장가동률을 고려한다면 스텝 바이 스텝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럴 때 아주 중요한 요소가 바로 CEO가 안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강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변하지 않고 밀고 있다.

 

기업공개 통해 증시상장 박차

기술력과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원래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 빅4 중 생산능력이 가장 낮은 곳이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다가 꾸준한 설비 확장으로 정제능력이 경쟁사와 비슷해졌다.

특히 그간 대대적인 고도화설비 투자를 한 덕분이었다. 고도화설비라는 건 값이 싼 중유에서 황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뒤에 높은 열, 압력을 가해 고가인 경질유(휘발유, 경유)로 바꾸는 설비다. 고도화시설 비율은 정유업계에서 기술투자를 비교할 척도 중에 하나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율이 40%까지 올라와 있다. 경쟁사는 20~30% 초반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남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3분기 업황도 어려울 게 뻔하다. 2분기 영업이익이 오르며 선전했지만,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2%가 줄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연말 기준 136%까지 올랐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주유소 2위 업체다. 최근 SK네트웍스 주유소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주유소 시장 경쟁은 정말 치열하다. 폐업도 잦다. 전국을 다니다 보면, 편의점처럼 주유소가 없는 곳이 없다. 강달호 사장은 심상치 않은 시장환경과 대외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임원진의 급여 반납 등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상장도 준비 중이다. 또 한번의 도약이다. 시장에선 기업가치가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할 정도로 대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은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19 악재도 언제 멈출지 오리무중이다. 현대오일뱅크가 가야할 길은 멀다. 강달호 사장은 각종 악재를 뛰어넘어 쾌속 실적 유지와 IPO라는 과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숙제가 많이 남았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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