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 엘깡백 대표

늦은 시작이란 없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자체제작 가방 브랜드 ‘엘깡백’ 강유진 대표는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엄마나 아내라는 타이틀을 떼고 스스로를 가슴 뛰게 하는 무엇, 그것이 창업의 가장 큰 밑천이었다.

멋스러운 가방, 착한 가격으로 만나요.

옷을 갈아입듯 가방도 때와 장소 맞춰 바꿔 들 순 없을까? 트렌드에 따라 가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방은 없을까? 엘깡백 강유진 대표는 평소 의문을 가지던 질문에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자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트렌디한 디자인에 합리적 가격의 가방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엘깡백’은 ‘엘리트한 디자인, 깡패같은 가격’의 줄임말이에요. 20~3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방을 여러 개 구입하기는 부담스럽잖아요. 엘깡백은 3~4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가방을 옷을 갈아입듯 부담없이 소장하는 것에 목적을 둔 브랜드입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감을 살려 직접 디자인을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공장을 섭외한 열정 덕에 디자인과 가격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공감형 소통이 더해지면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고객들을 ‘소녀’로 칭하며 가방 제작기를 상세히 나누다보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벽은 사라지고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듯 서로 응원하며 몰입하게 된다.
“제가 절대 특별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크게 욕심도 없고요. 단지 제가 만든 가방으로 여러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즐거울 뿐이지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하루 2~3시간 쪽잠을 청하며 분주하게 뛰고 있지만 강유진 대표에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자체제작 브랜드를 이끌며 마주하는 어려움과 불합리 또한 별 일 아니라는 듯 툴툴 털어버리는 편. 덕분에 고객들 사이에서는 ‘인성 좋은 CEO'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강유진 대표의 이 긍정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엘깡백의 정체성으로 스며든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는 엘깡백의 가방은 일상의 즐거움으로 통한다.

다음은 강유진 대표와의 QnA를 정리한 내용이다.

자체제작 가방 브랜드를 직접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원래 옷과 가방을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의상디자인 전공한 안목을 살려 가방과 의상을 골라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뭔가 아쉽더라고요. 의상은 비브랜드 옷을 입어도 가방은 포인트로 좋은 것을 들자는 생각이 있을 정도로 가방수집에 취미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원하는 가방을 모두 사려면 가격 감당이 안 되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가방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지요. 그때가 2015년입니다.

이전까지 사회경험이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초창기 가방제작 프로세스를 꾸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부분 독학이고, 무작정 뛰어다녔지요. 가방 디자인을 혼자 공부하고, 가방공장이 몰려 있는 면목동에 가서 함께 할 공장을 개척했습니다. 경험도 없는 저를 크게 반기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믿고 제작을 맡아준 공장들과는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엘깡백 브랜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자체제작 가방이라는 명분으로 처음부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유명한 다자이너도 아니잖아요. '내가 소비자라면 어떨가?'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디자인, 소재, 가격을 설정합니다. 그때 그때 유행하는 것을 빨리 캐치해서 제작하고, 많은 수량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박리다매로 국내 제작 가방임에도 단가를 낮출 수 있었지요. 한달에 하나의 신제품은 출시하려고 합니다.

대표적인 가방을 소개해주세요.

6월 15일 ‘엘깡 양면 에코백’이 신상품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킹업체크와 조각페이즐 패턴으로 각각 양면을 구성해 뒤집어서 2가지로 연출할 수 있어요. 국내 제작 원단, 국내 제작 제품이지만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캔버스 원단과 애나멜 와니 소재의 믹스가 신선했던 엘버킨백도 인기 제품으로 손꼽습니다. 면 원단을 쓰면 조금 저렴할 수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거든요. 마직 원사의 조직도까지 선별하여 두께감 있는 베이지톤 마직 컨버스 원단을 고른 기억이 나네요.

판매 채널은 네이버 블로그에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운용하고 있나요?

블로그에 신제품 제작 스케줄을 공유하고, 신제품 제작창이 열리면 주문서 작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빠르면 30분 만에 매진이 되기도 해요. 과장해서 꾸미기보다는 솔직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점이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가방 착용샷을 다양하게 올려 고객들의 이해를 높이되 포토샵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짧은 동영상으로 가방의 특징을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도 활발합니다. 노하우가 있을까요?

좋은 사업장을 이루기위해서는 진짜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친구처럼 고객들을 대하고 유대관계를 쌓으려고 노력합니다. 가식 없이 솔직하게 가방 제작기를 나누고, 고객들의 힘든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함께 울고 웃으며 판매자와 고객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었지요. 5년이라는 시간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을 돈 버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계산 없이 마음을 쌓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눔활동의 일환인 ‘만남의 광장 플리마켓’을 이끈 것도 인상적입니다.

100여 명의 셀러를 한 자리에 모아 인기 물품을 판매하고, 참여자들을 위한 선물과 추억의 뽑기 등 다양한 즐길거리까지 마련한 플리마켓입니다. 플리마켓 입장료 전액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해 나눔활동으로 연결시켰고요. 제가 고객들에게 받는 관심과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획한 행사에요. 코로나19로 지금은 잠시 멈췄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고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나눔까지 펼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워킹맘으로서 사업을 이끌기 어렵지는 않나요?

오히려 워킹맘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이가 없는 미혼 여성이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했을까?’ 아마 덜 간절했을 것 같아요. 사실 엘깡백 사업이 하나의 탈출구이자 쉼터가 될 때도 있거든요. 일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이 주는 성취감이 크고, 그 에너지가 다시 일상에서 발휘되는 것 같아요.

글: 강현숙 / 사진: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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