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온 세상을 휩쓸며 짧은 기간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기존의 질서와 체제, 트렌드가 무너지고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김재인 학술연구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코로나 혁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혁명은 정치적인 비유가 아니라, 한 체제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다른 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건을 뜻한다. 코로나 혁명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흐름들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개념과 가치, 사상들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혁명은 근본적이다.

김재인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뉴노멀의 철학을 통해 뉴노멀의 질서를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형에서 근대 사상이 탄생하지 않을까 예측하며, 우리가 그러한 사상과 가치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텍스트를 분석하며 근대의 정체를 밝힌다. 근대가 성립했던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서 어떤 사상적 결실이 맺어졌는지 소개한다. 우리는 근대인으로서 근대적인 개념과 가치를 내면화하고 살지만, 그 배경과 의미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근대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근대적인 가치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마주하고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의료시스템이나 경제적 건전성뿐 아니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사상적 기반에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전제해왔던 개념과 가치,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영토’, ‘인권’, ‘사회계약같은 근대적 가치들이 더 이상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적절하게 지탱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애써 무시하고 미뤄왔지만, 이제는 정말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지금 이 혼돈의 시기가 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코로나는 크게 보면 사스와 메르스에서 이어진 감염병 대유행의 가장 파괴적인 국면이다.

이 혼란스러운 코로나19의 국면 속에서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급박하게 대응하며, 어쨌든 사태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 소위 서구 선진국들을 보며 당황했다. 사회적인 시스템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국가들의 본 모습을 이제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구축한 국가와 사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견고하고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이제 우리 앞에는 그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 놓여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장했던 전략은 선진국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선진국을 따라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따라 할 것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가장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회보다 먼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실험함으로써 보편성 있는 표준을 제시할 수도 있다. 사회적 역량의 축적과 보편성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상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 뉴노멀의 철학(김재인 지음)

 

- 한국출판협동조합 제공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