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아는 만큼 건강해집니다]
우리나라 식약공용 농산물을 활용한 식치 예방법
충청남도 : 보음(補陰) 3총사 생지황, 구기자, 맥문동

한약을 복용할 때, 무로 만든 음식을 먹지 말라거나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생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간혹 환자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한약재가 검은머리를 희게 만들 수 있다면, 저는 노벨상 받아야겠어요.”라며 웃어넘긴다. 이 말은 마치 예전 할머니들이 밤에 손톱 깎으면 쥐나온다는 말처럼 어린 손주들이 어두운 밤에 손톱을 깎다가 자칫 살이 베일까 걱정되어 하시던 말씀과 같은 일종의 금기어다.

한약재에는 같이 쓰면 효능이 배가 되기도 하고 부작용이 나기도 하는 약재들 간의 관계가 있다. 소화불량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상극관계 중 하나가 숙지황과 무의 씨앗인 나복자라는 약재이다. 엄밀히 나복자는 무가 아닌 무의 씨앗이지만, 한약재에 혹시라도 숙지황이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흰머리가 생긴다는 금기어로 미리 조심시켰던 것이다.

금기어까지 있을 정도로 한약처방에 빈용되는 숙지황은 생지황을 구증구포(九蒸九曝,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함)한 약재이다. 생지황은 성질이 차가워서 내부가 뜨거워져 있는 사람에게 잘 맞는데, 생지황을 아홉 번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약재에 열성이 더해지게 되어 신장을 보하는 성질이 더 강해진다. 원래 구증구포는 인삼같은 보기(補氣)약보다는 지황, 황정, 희렴 등 주로 보음(補陰)약에서 양의 성질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했던 수치법이다. 그러니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안 되지만, 홍삼은 괜찮다는 말은 성분효능으로도, 성질효능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

충남 청양군은 구기자와 맥문동의 주산지이다. 전국적으로 약용작물의 경작면적과 생산량이 줄고 있는 만큼 맥문동도 201720.5ha 145농가에서 201915.3ha 135농가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대비 25%가량 매출이 오르는 등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맥문동의 성질효능은 차갑고 촉촉하여, ()을 길러준다. 그래서 열이 많고 진액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적격인 약이다. 한의학에서 진액이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인체가 살아있기 위해 필요한 정기에 가까운 것으로 말라버리면 열과 화를 제어하지 못해 각종 염증과 출혈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코로나19의 예방 식치(食治)와 치료 약치(藥治)에 꼭 필요한 작물이며, 후유증 개선에도 빠짐없이 활용되어야 한다.

한의사들에게 청양은 고추보다는 구기자로 더 유명하다. 구기자나무는 가지과에 속한 관목으로 실제 보면 빨간색 작은 가지가 나무에 달려있는 듯하다. 구기자의 성분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있는데 LDL(저밀도지방단백질, 나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치료하고 있는 고지혈증 환자 중 속칭 마른 고지혈증환자들이 있다. 정상체중인데다 육식이나 지방식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혈중 지질농도가 높다면 간기능을 개선시켜야 고지혈증 치료가 가능하다. 그래서 혈액검사 상 간수치의 문제가 없더라도 문진을 통해 간기능의 이상이 발견되면 반드시 들어가는 약재가 구기자이다. 구기자는 보음, 자윤하는 성질이 있어서 음이 충만해야 건강해지는 간과 신장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간의 기능이 좋아지면 눈이 밝아지고 신장의 기능이 살아나면 기력이 좋아지고 당뇨가 완화되며 허리와 무릎이 좋아진다.

 

- 최주리 한의사(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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