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최승범(입소스코리아 수석컨설턴트)

최승범(입소스코리아 수석컨설턴트)
최승범(입소스코리아 수석컨설턴트)

지난 71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며 주요 세부 계획의 하나로 그린 뉴딜 정책을 선정했다. 정부 뿐이 아니다. 맥킨지, 딜로이트,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컨설팅/투자 회사들도 코로나19 로 인해 더욱 중요해질 사회 트랜드로 친환경, 가치 소비 등으로 전망하고 이에 부합하는 기업의 사회 공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정계와 업계 모두 환경 보호, 사회적 가치 등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지속적인 아젠다임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기는 불황이지만, 잠시나마 둔화된 인류의 경제 활동이 지구환경 회복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인류가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코로나 대유행 현상을 일종의 지구 자정활동으로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인류가 지구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환경 보호, 지속가능성은 너무 익숙해서 사람들에게 더 이상 경고로 인식되지 않는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둔화, 재택근무로 인한 조직운영난 등 눈앞의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기업인들에게 먼 미래의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올해 하반기의 매출과 기업 운영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논하는 것은 잘나가는 대기업 그룹사나 할 법한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러한 생각의 근본 원인은 사회 공헌 활동이 이익 추구를 위한 기업 활동과 별개이며 기업의 이윤 추구가 충분할 때 남은 여력으로 진행하는 사회 공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과거 기업 자선 활동 (Business ethics, Charities), 기업의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le) 이라는 용어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Social value), 소셜 임팩트 (Social impact) 라는 용어로 전환되고 있다. 별도의 기업 사회 공헌 활동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영업 활동 혹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에 대한 공헌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 임팩트라는 용어는 구글에 이미 171천만건 이상 검색된 단어로 글로벌 시민들에게는 매우 익숙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SNS채널에 소셜 임팩트를 위한 자사 활동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을 사지 말고 수선해 쓰라는 역발상 광고로 유명한 파타고니아 (Patagonia) , 최근 회사의 비전을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로 변경했다. 파타고니아 회장은 환경위기로 인한 극도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회사의 사명 (Mission) 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여러 국내외 기업들도 변화하는 사회 공헌 트랜드에 맞추어 회사의 비전과 사명을 비즈니스 모델과 맞추고, 환경문제/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회사의 목표를 조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 운영을 사회 공헌 트랜드에 부합하게 바꾼다면 기업에겐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직접적으로 직원의 조직에 대한 태도, 즉 조직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평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동료에게 전해 들은 말이 있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은 무턱대고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스타트업, 벤쳐회사라면 일단 관심을 보이고, 처우가 좋지 않더라도 가려는 경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조직구조와 충분치 않은 보수와 복지, 높은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들이 사회 경험 없이 시류만 좇는다고 나무라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청년들이 인식하는 두 조직의 대표적 차이는 회사의 비전 제시 방식이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희망,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 등을 보고 스타트업에 모이는 것이다. 몇 명의 동료들과 작은 오피스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IT 기업이 된 회사의 비전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더 연결된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애플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인간적인 도구들을 제공하여,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꾼다.” 구글은 10가지 철학 중 하나인 사악한 짓을 하지 않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등이 당시 스타트업이던 회사의 비전이다. 이를 현재 우리 회사의 비전과 비교해 보자. 뭔가 거룩한 용어의 나열로 이루어진 익숙한 구호가 보이지 않는가? 인재는 누구나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어떠한 문제를 보고 도전하는 자이고 그런 인재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회사의 (사회를 향한) 비전이다.

물론 인재 채용/유지를 위해 눈속임으로 비전을 제시하거나 피상적인 사회 공헌을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수익 구조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점검하자. 각자의 이익만 추구한 채 환경을 파괴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거나, 우리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불행을 야기하지 않는가 고민해보자.

언뜻 들으면 쉬운 일 같으나 이러한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하는 것은 기존의 비용, 수익 등을 중시하는 경제학적 관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즉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아니라 나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가 처한 문제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에 기반한 기업 운영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조직문화에 대한 기준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기에는 경영자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건강하고 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코로나로 인재 양성과 보유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비전과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사회에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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