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1,353m)의 가을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풍철이 되면 가고 싶어 몸살이 날 것이다. 해풍이 불어대는 영동지방이라 영서지역의 단풍이 막바지를 달려 겨울 산의 모습을 보여줄 때에야 온 산이 홍엽으로 물든다. 행여 단풍 시기를 놓칠세라 노심초사. 서둘러 매표소에 전화를 했더니 밑에까지 단풍이 절정을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유난히 맑은 가을날. 차량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진부에서 오대천변을 따라 백봉령 길을 넘을 생각이다. 산행 시간을 계산하면서 긴 시간 달렸다. 이미 썰렁해진 정선 땅을 넘어서 고갯길에 차를 세우고 두타산을 보니 막 단풍이 들고 있는 산 풍광이 펼쳐진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산 풍치가 아직은 단풍의 운치보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산 밑자락에는 기대했던 단풍은 펼쳐지지 않는다. 아랫부분은 아주 간간히 색이 변해 있을 뿐 초록색이 만연하다. 어쨌든 목적지인 용추폭포까지는 올라가봐야 할 일. 매표소를 지나면 금란정과 무릉계곡을 곧바로 만난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넓은 반석에 앉아 감탄했던 곳. 빼어난 풍치에 반한 관광객들은 수많은 글자가 각인된 넓은 반석에 앉아 잠시 휴식을 즐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 자장율사가 지었다는 삼화사 절집에 잠시 들러 눈도장을 찍고 곧추 산으로 향한다. 절집에서 용추폭포까지는 2.5km.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이어서 급경사가 적어 거리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를 동반한 등산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는 길엔 팻말과 거리, 시간 표시가 잘 돼 있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드물다. 첫 번 가을 단풍의 정취는 가뭄으로 줄어든 수량 등으로 많이 줄었지만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단풍은 병풍바위 쪽에 다다랐을 때에야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 이내 선녀탕 다리를 건너면 쌍폭과 만나게 된다. 두타산에 골골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만 해도 30여 곳이지만 쌍폭과 용추폭포는 이 산의 으뜸으로 꼽는다. 폭포에 낙엽이 떨어져 가을 운치를 더해준다.
풍광에 반해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철책을 만들어 위험부담을 줄였다. 바로 위에는 용추폭포가 있다. 밑이나 위에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진다.
고개들어 산정을 올려다보면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과 기암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하게 된다. 폭포 앞으로는 큰 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있지만 아래로 내려갈 수 없도록 철책을 쳐 놓았다. 이 정도로만으로도 대만족스러운 트레킹이다. 하산길, 두타산의 아름다움을 한가득 가슴속에 채웠으니 세상의 시름은 다 사라진 듯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에도 산행의 욕심을 부려보기로 한다. 문간재, 하늘문, 관음암이라는 팻말을 향해 새로운 길에 도전한다. 이곳부터 삼화사까지는 2.1km. 병풍암 밑에 있는 철계단을 따라 산길을 걸으니 피마름골 계곡 바로 앞에 하늘을 향해 일자로 뻗어 올라간 철계단을 만난다. 계단 입구에는 ‘하늘 문’이라는 팻말이 있고 아슬아슬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오는 등산객을 만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계단. 말이 계단이지 실제는 ‘사다리’에 가깝다.
멋모르고 찾아든 아이를 동반한 하산객은 손에 땀이 솟는지 긴장감이 얼굴에 배어 있다. 오름보다 내림이 훨씬 힘들다는 이구동성의 말에 다소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긴장감은 늦춰지지 않는다. 계단은 6구간으로 꺾이고 위로 오르면 바위는 하늘을 향해 환하게 구멍을 뚫어 놓았다.
하지만 이 계단을 타고 올라올 충분한 이유가 있다. 환하게 트인 부근에서 산을 내려다보면 이곳이 선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 산에 붉게 물든 두타산 절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수십 폭 병풍을 두른 듯 한 바위와 홍엽이 어우러진 산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루를 더 유하고 싶은 생각을 간절하게 하는 절경.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한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 관음암을 만난다. 두타산에는 한때 10여 개의 절과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전쟁과 풍파로 대부분 없어지고 삼화사와 기도 도량인 관음암이 남아 있는 것.
관음암에서 삼화사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 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내려 왔다. 불행히도 달조차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야간 산행을 해야 하는 상황. 신경을 몇 배로 곤두세워 천만다행히 주차장까지 하산. 또 이곳까지 들렀다면 추암의 일출도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동해시 효가사거리에서 팻말 따라 우회전해 삼화동 쪽 42번 국도로 우회전, 약 5㎞를 달리면 왼쪽으로 무릉계곡 진입로가 나 있다. 진부~임계를 거쳐 백복령 고갯길을 이용해도 된다.
■별미집과 숙박 : 동해시에서 활기가 가장 먼저 생기는 곳이 묵호항이다. 새벽 4~5시경이면 시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밤새 조업을 마친 배에서는 활어를 쏟아낸다. 항구 시장 통 한 편에서는 일찍 어시장이 형성된다. 묵호항과 어달에서는 곰치국으로 조식을 해결할 수 있다. 부흥식당(033-532-0744)을 비롯해 여럿 있다. 또 동해역 앞에 있는 삼계 막국수촌(033-522-4388)이 괜찮고 무릉계곡관광단지 가는 길목에 있는 굴뚝새(033-534-9199-0)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관광지내에는 토속음식점이 다수. 숙박은 무릉계곡 쪽에 모텔이 있고 천곡동에는 화정원 찜질방(033-533-8605)이 있으며 동해역 주변에는 늘푸른장(033-522-4575)을 비롯해 여럿 있다.

◇사진설명 : 용추폭포의 빼어난 풍치에 반한 관광객들이 수많은 글자가 각인된 넓은 반석에 앉아 휴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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