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5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가족기업(개인유사법인)의 초과유보소득에 대해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소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본지 817일자 사설과 이어진 매일경제 후속보도(8.25) 이후, 중소기업중앙회에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문의와 도입하면 안 된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논란의 핵심은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유보소득이 있으면 배당이 없더라도 개인사업자 사업소득처럼 주주에게 간주 배당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언론보도 이후 초과유보소득 과세와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기업 규모 등에 관계없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 법인기업의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법적용에서 제외되는 중소법인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조세부담대상자를 임의 지정하는 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가족기업의 지분율이 80%를 넘지 않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사모펀드도 있다고 한다. 일정 지분을 사모펀드가 매입해 법인기업이 과세대상이 되지 않도록 돕는 대신, 시중금리에 몇 배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명의신탁이다. 탈세와 사적 자금유용을 일삼는 편법기업을 잡겠다고 신설된 조항이 또 다른 편법을 낳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사내유보금은 기업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로 생긴 자본잉여금을 지칭한다. 잉여금은 재무상태표에 기록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현금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은 대부분 유·무형 자산으로 투자돼 있고, 일부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현금성 자산비율은 21.4%. 특히 대규모 기계 및 설비투자와 재고자산을 쌓아두어야 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현금성 자산 비율은 각각 16.3%, 12.7%로 더 낮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적립하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한 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해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기계설비, 부지매입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껴두는 돈이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쓰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사용되는 사내유보금을 과세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단순히 소득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쌓아둔다거나,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기업은 현금이 많으니까 추가로 과세해도 괜찮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사내유보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더욱 위축시켜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의욕을 떨어트리고 혼란만 가중시키는 가족기업, 즉 중소법인에 대한 초과유보소득 과세는 철회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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