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일이었죠. B급 감성이 충만한 광고 영상 한편에 대중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중년 남녀 4명이 일렬횡대로 늘어서서 군인처럼 절제되고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의 각오를 복창했습니다. 이어서 맨 오른 편에 서 있던 첫 번째 남자가 외쳤습니다.

, 쌍방울 대표 김세호는 편안한 호흡을 책임지는 마스크를 만들겠습니다!” 뒤이어 쌍방울 관계 계열사의 대표들이 하나씩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공약을 내놓았는데요. 각각 이규화 남영비비안 전 대표(720일 손영섭 대표가 새로 취임함), 선종업 미래산업 대표, 양선길 나노스 대표였습니다. 이들의 각오는 다름 아닌 마스크 사업강화였습니다. 마스크 생산설비를 첨단화하고, 패션기업답게 디자인도 혁신하고, 세계에 널리 유통하겠다는 세부적인 계획도 알렸는데요.

이색적인 사업 공약이 알려진 지 석달이 지난 지금, 쌍방울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마스크 사업의 진척을 내고 있을까요? 여기서 짚고 갈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이 마스크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선언은 이해가 갑니다. 섬유패션 기업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른 계열사인 미래산업과 나노스가 전혀 관련 없는 마스크 사업에 진출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미래산업은 반도체 검사 장비를 만드는 제조기업이고, 나노스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곳입니다. 4명의 대표가 내놓은 공약에서 볼 수 있듯 쌍방울은 그룹 차원에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쌍방울은 마스크 생산, 남영비비안은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전담 중입니다. 미래산업은 반도체 장비업체에 걸맞게 마스크 생산설비를 만들고 있고, 나노스는 쌍방울이 만든 마스크를 국내외로 유통하는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른 바 쌍방울 사단이 신사업으로 마스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겁니다.

쌍방울은 그동안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했습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쌍방울이 김세호 대표 체제 이후 반전을 꾀하게 된 건데요. 김세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 시장에 편승해 마스크 중심의 사업 재편을 시도 중입니다.

김세호 대표는 42세의 젊은 나이로 지난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새 얼굴입니다. 쌍방울 창립 이래 최연소 대표로 상징적인 인물인데요. 지난해 6월 차장에서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고 불과 10개월 만에 사장이 된 겁니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가업승계 일정에 맞춰 CEO에 등극한 건 아닙니다. 그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 2003년 공채 출신으로 쌍방울에 입사한 그는 18년 동안 영업, 기획, 마케팅, 영업관리 등을 두루 거치면서 내공을 쌓았습니다. 현장의 실무감각과 혁신의지가 가득한 CEO입니다.

막상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초고속 승진을 한 김세호 대표에게는 험난한 회사 경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쌍방울의 경영난이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매출액 1000억원이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쌍방울 매출은 965억원에 그쳐 전년 1016억원 대비 5% 정도 감소했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수익성 악화입니다. 2018년 흑자로 돌아섰던 쌍방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다시 103억원대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가는 중입니다.

쌍방울은 시급하게 체질을 바꾸고 새 먹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쌍방울의 마스크 사업 도전은 1년 전부터 뛰어들었던 준비된 사업이었습니다. 지난 6월 본격 추진을 선언한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지오영에 708억원 규모의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쌍방울은 마스크 생산 투자를 계속 늘릴 방침입니다. 전북 익산에 마스크 공장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요. 129억원을 연내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생산 전담인력도 충원 중입니다.

일단 쌍방울은 연간 마스크 생산량 4억장이 목표인데요. 4억장은 국내 마스크 전체 생산량으로 따지면 2~3주 분량이나 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시장도 급격히 확대되고 지속 성장할 조짐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쌍방울이 마스크 시장의 수요와 공급 변동성을 잘 읽어서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분명 실적개선과 흑자전환의 기회가 조만간 올 것으로 기대가 모아집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