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 추석 이모저모]
조선시대에도 전염병 유행시 차례 포기
상차림엔 정답없어 ‘정성’이 가장 중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차례상의 모습. 하지만 예법전문가들은 출처도 역사도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차례상의 모습. 하지만 예법전문가들은 출처도 역사도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아직 유행중이지만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은 다가왔다. 추석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추석 이모저모를 알아보고자 한다.

조선 시대에도 전염병이 유행할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전국에 역병이 돌아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도 지금의 코로나 처럼 전염병이 유행할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코로나로 고향을 찾지 못해 마음이 불편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5일 소장하고 있는 일기 자료 가운데 역병이 유행한 탓에 설, 추석과 같은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를 공개했다.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경북 예천에 살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2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며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쓴 일기에는 증손자가 홍역에 걸려 아파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안동 예안 계암 김령은 계암일록’(160955, 사진1)에서 역병 때문에 차례(단오)를 중단했다고 했다.

51일 일기에는 홍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퍼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은 하와일록’(1798814)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안동 풍산 김두흠은 일록’(185135)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종실록(1668)에는 팔도에 전염병이 크게 퍼져 사람이 많이 죽었다홍역과 천연두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당시 홍역과 천연두가 크게 유행한 탓에 백성들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 예로부터 집안에 상()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 차례는 물론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는 유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즉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다.그러나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려는 의지 표출인 셈이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조선시대 홍역과 천연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한 전염병이다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하루속히 되찾기 위해 조선 선비처럼 과감히 추석 차례를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퇴계 종가의 10월 시제 차례상. 소박한 모습이다.
퇴계 종가의 10월 시제 차례상. 소박한 모습이다.

홍동백서’, ‘어동육서출처없어, 조상이 좋아하는 음식이면 OK

홍동백서, 어동육서 등 제사상에 제물을 올리는 규칙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처럼 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례상 규칙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근거가 없는 규율이라고 한다. 차례상은 유교 문화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엄격한 진설법이 후대에 등장했을 뿐, 모두 잘못된 용어나 규칙이라 말한다.

공식적인 기록은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인 당시 문화공보부가 1969년에 발행한 민속종합조사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남 지역 일부의 사례라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이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차례상의 공식처럼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우리가 통상적으로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는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만 권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 성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로 유명한 퇴계 이황의 종가는 명절 차례를 안지내고 성묘만 지낸다.

조선시대 예법의 뼈대가 된 중국의 주자가례’, 또 이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에 편찬된 가례집람’, ‘사례편람등의 예서에는 차례 상차림에 대한 언급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주자가례에는 그때 나오는 제철 음식을 올린다고 써있다. 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만 지낼 뿐 명절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차례상 문화는 명절 날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죄송해 조상께도 음식을 올리면서 생겼다. 여기에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는게 유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또한, 차례상에 전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유교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잘못 전해진 예법의 대표적 예다.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기름 쓰는 음식을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절의 예법이 혼용된 사례다. 오히려 기름으로 부친 전을 제사에 쓰지 말라는 기록도 있다. 그러면 과일은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과일이라고만 나와있을 뿐 종류나 위치는 가가례(家家禮·각 집안마다의 예법)에 따르면 된다고 한다.

결론은 차례는 우러나오는 마음에 따르면 될 뿐 정답이나 공식이 없다. 조상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나 과일을 차례상에 올려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유사 어종에 속지마세요 진짜참돔·참조기·민어 구별법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자주 올라가는 제수용 생선들과 생김새가 비슷한 값싼 유사 품종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18일 소개했다.

대표적인 제수용 생선 중 하나인 참돔은 생김새가 황돔과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참돔은 황돔과 달리 등 부분에 파란 반점이 있는 특징이 있다. 반면 황돔은 반점 없이 몸통 전체가 전반적으로 노란빛을 띤다.

제수용뿐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자주 쓰이는 참조기부세와 혼동되기 쉽지만, 머리 모양으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참조기는 머리에 다이아몬드처럼 돌기가 튀어나와 있지만, 부세는 머리 윤곽이 참조기와 달리 둥글고 매끈하다.

국민 물고기민어와 동부 대서양 열대해역에서 주로 잡히는 영상가이석태는 머리와 지느러미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민어는 입이 붉고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노란빛을 띤다. 반면 영상가이석태는 머리가 작고 등지느러미가 둘로 나눠 있으며 가슴··뒷지느러미에 검붉은 반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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