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활동이 눈부시다. 지난 8월 불과 1년여 만에 혁신주도형 발전기반 구축, 낙후지역 자립기반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내놓았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돼 제2의 국가도약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연구자의 한사람으로 이 계획의 추진방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갖는다.
경제에서 실물과 금융은 사람의 몸과 정신처럼 균형을 이루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금번 제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지역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만이 다루어졌다. 거의 빈사상태에 있는 지역금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고려되지 않았다.
사람의 몸과 정신이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하면 장애인이 되듯이 실물과 금융이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하면 장애경제가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IMF 경제위기를 겪게 된 원인의 하나도 실물과 금융이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한데 있었다. 실물의 성장에 비해 금융이 크게 낙후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IMF 경제위기를 금융위기라고도 부른다. 물론 이번 계획에는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일 뿐만 아니라 지역금융과의 연계가 고려되지 않아 자칫 지역금융을 더욱 낙후시킬 우려마저 안고 있다.

‘균형발전계획’ 불균형 우려
주지하듯이 기업은 자신의 신용, 성장단계에 따라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로를 갖고 있어야 잘 성장해 갈 수 있다. 선진국의 중소기업이 지역발전의 핵심주체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이유는 잘 발달된 지역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자금조달시장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 특히 지방중소기업은 지역금융의 미발달로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IMF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지역금융회사의 상당수가 합병 또는 퇴출되면서 지방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됐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계층간·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면 안정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으로 마련한 ‘균형발전계획’이 지역금융 육성방안을 간과해 ‘불균형발전계획’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물·금융간 균형발전 해야
따라서 의도했던 지역균형발전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산업과 지역금융이 상호 상승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이 시급하다.
우선 소형지방은행의 신설, 지역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및 인센티브 확대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외환 및 국제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지역금융회사에 대한 BIS자기자본비율의 인상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역금융회사들이 전국규모의 은행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균형발전 차원에서의 고급인력 양성공급 및 평가시스템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신용평가능력의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종 기업정보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최근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기업CB(Credit Bureau)에 지역신용보증재단 및 지역금융회사연합회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금융회사와 지역 금융수요자간 거래의 활성화 및 신인도 제고를 위해 또한 자원배분의 효율극대화를 위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지역금융회사를 통해 배분하는 정책자금 전달시스템의 개편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개선은 중소기업의 은행이용 편중현상을 완화하고, 나아가서는 지역금융회사와 일반금융회사간 업종간 및 업종내 금융서비스 경쟁을 촉발시켜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국회, 학계, 특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모두의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관심과 의지이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실물과 금융의 진정한 균형발전이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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