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인지, 경제는 내리막길인데 위기의식이 없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능력은 생각 않고 결과의 평등에만 집착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평등주의 아젠다를 추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쓴 사설이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 모든 국력은 경제에 집중됐다. 모두가 열심히 일했다. 오늘날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것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문제점과 부작용도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의 긍정적 효과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지금은 IMF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 때의 충격은 되살리기 싫지만 ‘금 모으기’에서 보듯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적 결의가 넘쳐흘렀다. 지금은 어떤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일로 바쁜 세월을 보내는 게 우리 사회다.
어려울 때일수록 분명한 정책방향과 지도력이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역사상 가장 재무구조가 좋고 가장 이익을 많이 내고 지금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 투자여력도 많다. 그런데 그런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경제위기를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이는 대통령의 경제인식이다.
기업은 왜 투자를 꺼릴까. 전망이 분명한 사업이라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동원해서 투자하는 게 기업이다. 돈이 있는데도 투자를 않는다면 그럴 까닭이 있을 것이다. 투자하지 않는다고 기업을 윽박지를 수 없는 일 아닌가.

‘평등’집착 말아야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해도 “무리하게 영양제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부양책이라는 이름을 감추고 한국형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투자를 해서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까지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에 대해 경기부양효과가 적다고 했다가 세계적 추세와 어긋나는 금리인하결정을 했다.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이고 투자부진과 경기침체는 금리가 높아서가 아닌데도 말이다. 한국형 ‘뉴딜’이나 금리인하는 대통령이 언급한 영양제 안 쓰겠다는 정책과 앞뒤가 안 맞는다. 문제는 영양제의 투입여부가 아니라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따라서 경기부양이라는 말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경제에 국력 집중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연간 7% 경제성장을 공약했다.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는 그런 공약을 내거는 건 당초부터 바람직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성장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비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6%를 공약하기에 “약이 올라서 7%로 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외국순방에서 언급했다. 이는 우리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고 선거공약의 합리성과 실천가능성을 의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다른 공약, 예컨대 수도이전도 그런 식으로 발상해서 선거에 이용한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성장의 역사는 위기극복의 역사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위기도 극복 못할 리 없다. 그러려면 정부와 여당은 정책의 불확실성과 혼선부터 걷어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제몫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급하다. 다시 말해 국력을 경제에 집중해야하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논란을 하거나, 위기를 외면하고 경제에 문제 없다고 큰소리칠 때가 아니다. 각종 단체가 파업을 할 때는 더욱 아니다.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생산도 기업의 몫이다. 돈이 남아돌아도 투자를 망설이는 대기업의 고민과 운영자금이 모자라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함께 헤아리는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우리는 10년 또는 20년 후를 대비하며 뛰어야한다. 먼 훗날을 대비하기는 커녕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yood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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