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추격자’MK 대물림한 ES, 전기차 글로벌 톱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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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추격자’MK 대물림한 ES, 전기차 글로벌 톱 가속페달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84
  • 승인 2020.10.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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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현대차, 정의선 시대 개막
2025년까지 전기車 점유율 10%α 겨냥
MK‘품질경영’넘어 무한혁신 속도
“IT기업이 경쟁자”미래선점 도전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 앞.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가 있던 날이다. 청사 앞에는 취재진들이 몰려 있었다. 수소경제위원회의 회의 아젠다가 빅 이슈였다기 보단 이날 회의에 참석한 어떤 인물 때문에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바로 정의선 신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첫 행보로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바로 직전인 정의선 회장은 14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완성차그룹이자 세계 5위 기업. 이 글로벌 회사를 이끄는 수장이 바뀌었다는 건 한국경제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MK’의 시대가 지고, 20년 만에 새로운 경영체제가 스타트버튼을 누른 것이다.

정부청사 앞에 도착한 정의선 회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회장으로 앞으로 현대차를 어떻게 경영할 계획인가요?” 정의선 회장이 답변했다. “직원들에게 이미 보낸 메시지에 다 들어있듯 좀 더 일을 오픈해서 할 수 있는 문화로 바꿔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수렴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정 회장은 선임 직후 현대차그룹 임직원을 상대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거기서 그는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라며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 사업방향은 전기차였다. 이어서 강조한 것이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정의선 회장이 다른 일정에 앞서 정부의 수소경제위원회의 민간기업 대표로 참석한 이유도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움직여 줘야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시대가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청사로의 이동수단으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타고 왔다. 이미 수소경제의 시동키 중에 하나를 정의선 회장이 쥐고 있다.

 

5년내 전기차 100만대 판매 공언

앞서 정 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오는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해 전기차 부분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은 사실상 글로벌 1위를 의미한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업체인 도요타가 10% 남짓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또 질문했다.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특별히 당부한 얘기가 있었나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싶더니 빠르고 명확하게 답했다. “(정몽구 회장은) 항상 품질에 대해 강조하시고 성실하게, 건강하게 일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오셨습니다. 그 때문에 그것이 바로 당부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 이야기를 먼저 안할 수 없다. 시계를 돌려 20009월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2010년까지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납시다.” 2000년 당시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에서 명함도 못내미는 개발도상국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완성차에 대한 세계시장의 반응도 차가웠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MK

1999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연간 생산량은 213만대였고 생산량으로 따지면 세계 11위 수준이었다. 자동차 산업처럼 기업간 기술격차는 5위 밑으로 내려갈수록 협곡처럼 크고 깊었다. 자동차라는 게 수천 곳의 부품업체와의 협업 생태계가 발전해야 생산 가능한 제품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취임 일성에 대해 당시 국내 여론은 현실불가능한 공언이라고 치부했다.

그 불가능이 10년 만에 현실이 된다. 현대·기아차는 2010574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 자동차 시장의 5위에 등극한다. 현대차그룹의 전체 외형도 커지고 급성장한다. 2000년 그룹 출범 당시 재계 순위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05년 국내 자산 56조원, 매출 67조원으로 삼성그룹에 이어 2위에 오른다.

현대차그룹에 무슨 기적이 일어난 것인가. 미국 시사전문지 타임(TIME)’ 마저도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현대차 역사를 보고 세계 자동차 업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이라고 표현했었다. 그간 한국 언론은 현대차 기적을 다음의 3가지로 요약정리한다. ‘품질에 대한 고집’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등이다. 고집과 역발상과 뚝심이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만들었다는 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특히 품질은 현대차의 숙명과제였다. 기자들 앞에서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는 언제나 품질을 강조하셨다라고 답변한 것도 정몽구 명예회장이 재임시절 품질 경영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정 명예회장은 늘상 임직원들에게 품질은 우리의 목숨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말로만 설파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품질을 챙겼다. 정 명예회장은 수시로 공장을 방문했다. 그리곤 직접 몸을 숙여 차량 밑바닥을 시작으로 자동차 문틈 사이까지 손으로 만지며 품질을 지적했다. 이때 그룹 오너가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이 있다. 자신의 기준치만큼 품질이 나쁘면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고 다시 챙기게 하는 것이다. 또 예정된 신차 출시도 미루게 한다.

까다로운 그의 경영판단은 2000년 이전 세계시장에서 싸구려 자동차 이미지였던 현대차를, 품질 좋은 자동차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신차품질을 조사하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037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34위였다. 거의 꼴지였다. 그러다 20047위로 급격히 수직상승한다. 그리곤 2018년과 2019년에는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인 제네시스, 현대차, 기아차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다. MK의 시대의 상징적인 키워드는 바로 품질경영이었다.

 

보수 이미지 접고 열린문화 정착

정의선 시대를 여는 첫 주행에서 그는 아버지와 다른 자신만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고,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에 기아차 부사장이 됐다. 2005년에는 기아차 사장으로, 2009년에 현대차 부회장, 이어 2018년에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됐다.

20년간 차근히 밟아온 경영수업 기간이었다. 아무리 재벌기업이고, 오너십이 강력히 발휘되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경영 후계자가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만명의 임직원을 이끌어갈 명분이 없게 된다.

그는 20년 동안 매일 시험을 보는 자세로 뛰었다.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도입해 기아차를 흑자 전환시켰고, 현대차 부회장 시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를 뚫고 성장의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켰고, 시장에 안착을 시켰다.

특히 그가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지 2년이 지났다. 사실상 지난 2년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현대차의 ‘3세 경영의 풀 악셀을 밟아 왔다. 정 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현대차그룹의 엔진은 무척 뜨거웠다. 그만큼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거다. 그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주요 임원진의 세대교체부터 단행됐다.

이어서 인재채용, 인사관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이 개선됐다. 기업문화가 몰라보게 혁신했다. 보통 현대차의 사내문화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상명하복식 체계 말이다. 하지만 이제 현대차는 유니크하고, 재기발랄한 벤처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이 모든 변화에는 정의선 회장의 일관된 방향등처럼 경영원칙이 작동했다.

 

코로나·지배구조 넘어야할 산

그런데 이제 정의선 회장을 상징할 만한 헤드라이트의 방향성은 완성된 게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산업이 격변하고 있다. 테슬라 같은 비전통 자동차 기업이 미래차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 경기 불황도 고민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은 북미와 중국과 유럽이다. 모두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엉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정 회장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헤드라이트를 모두 비추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투자도 하고, 제휴도 한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도 만들고 있고, 인공지능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심지어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어떤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워야 합니다.” 이말에 현대차그룹의 한계점과 가능성이 모두 내포해 있다.

이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회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기업이 돼야 한다. 그게 전기차일수도 있고, 수소차일수도 있고,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일수도 있고, 아니면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일수도 있다.

현재는 현대차에게 이 모든 가능성에 있어 선도기업이 아닌 추격하는 쪽에 속한다. 이것이 정의선 회장의 최대 난관이 될 것이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경영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추격자로 성공했다. 그런데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품질만 강조하다간, 신생 전자기업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 애플이나 구글이 현대차의 경쟁자일 수 있다. 현대차는 현대가 아닌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거기서 정의선 시대가 기록될 히스토리가 나올 것이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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