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관계 증진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소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모델 모색’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하락은 결국 대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성공적인 대·중소기업 협력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부품 국산화 中企 지원해야
중소기업연구원 송장준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기업환경은 시장개방 확대와 상품의 생명주기 단축 등으로 하도급거래 위주의 전통적 협력관계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관계의 증진을 위해서는 양자간 거래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술과 자금, 정보 등 제반 분야에서 대기업과 수급기업인 중소기업 사이에 격차가 크다”고 지적하고 “생산에 있어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자동차나 조선 등의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부품수요가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만한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할 목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며 “이는 수급기업의 납품단가를 인하시켜 2차·3차의 수급기업을 양산, 중소기업의 영세화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따라서 “대기업과의 거래에 있어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공급물량의 확보”라고 전제하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절감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과의 거래에 있어 납품단가의 인하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대기업의 부품에 대한 해외의존도를 높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대기업은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납품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중소기업의 부품을 구매하는 대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구매액의 일정비율을 소득·세액공제하는 혜택을 도입하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大·中企 협력 질적 전환 필요
삼성경제연구소 이갑수 수석연구원은 “현재 경제상황은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치열한 국제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한 신 성장동력 창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대·중소기업들간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돼 있지만 실제 협력은 부진하다”며 “이는 협력에 대한 상호간의 입장 차이가 상당부분 존재하기 때문으로 특히 납품단가 문제나 기술·품질 수준에 있어서는 양자간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소기업간의 입장차이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협력관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대·중소기업간 협력관계를 △협력심화형 △관계독립형 △협력유도형 △선별협력형 △관계소멸형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한적 역량을 갖고 있어 선별적 협력은 가능하나 장기적 협력관계구축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선별협력형 기업과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나나 기술외적 역량이 다소 미흡해 경영지도·인력파견에 주력하면서 협력을 유도하는 협력유도형 기업을 기술적 경쟁력과 기술외적 역량이 모두 탁월해 대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기술개발, 자본참여 등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한 협력심화형, 관계독립형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인식 변화가 우선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은 대·중소기업간의 협력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톨릭대학교 김기찬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협력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규모와 돈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능력의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병역특례나 교육기회 제공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부품소재연구단 이덕훈 소장은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경제 전체의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벋어나 부품소재의 수요·공급이라는 관계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품·소재 기업의 대형화가 필요하며 대기업이 우수 협력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납품처 다양화 유도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과 역할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김낙훈 부장은 “중소기업이 모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평가시스템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화시키고 중소기업에 대한 교육은 정부가 맡아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모델 모색’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삼성경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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