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검사는 특별 대우를 해준다면서요?’
‘아, 그거야 당연한 일이죠. 검사는 조폭의 천적 아닙니까!’
몇 년전 한 골프장 사장과 나눈 말이다.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는 그럴 듯 하게 들렸었다. 한동안 조폭들이 골프장에 나타나서 행패를 부리는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왜 특별대우를 해주는 겁니까?’
‘아,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정치인이 나타나면 검사도 피하잖아요’

골프장 특혜 폐지키로
그동안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국회의원은 그린피 면제의 혜택을 주어왔다. 어떤 국회의원은 동반한 부인을 특별대우하지 않았다고 호통을 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11월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국회의원, 장차관, 검사 등 고위직 입장객에 대해 골프장 입장료를 면제해 주거나 깍아 주던 특혜를 폐지하기로 의결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엉뚱한 혜택은 지난 1977년부터 ‘일부 입장객 예우에 관한 사항’을 제정하면서 시행되었다고 하니 무려 30년 가까이 된 관행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의 입회비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회원들이 최우선적으로 대우를 받아야 하고 회원들의 주장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한 세도가들이 회원과 동등하게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이들은 입장료 혜택만 받아온 것이 아니라 주말 부킹 혜택까지 받아왔다. 심지어는 아는 사람 부킹 청탁까지 하면서 골프장을 난처하게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장 경영협회는 ‘일부 입장객에 대한 회원대우는 골프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는 등 폐단이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혁신 필요성 커져
이번에 협회에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최근 경기침체로 내장객이 줄어들면서 경영혁신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대규모 골프장 공급 발표 이후 회원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회원들의 불만과 권리주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 전반적인 권위주의, 특권의식이 개혁분위기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넷째, 국세청이 비회원에 대한 회원대우가 접대비라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에 대한 각종 세금추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협회는 30년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결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협회는 국가대표와 상비군, 골프 꿈나무에 대한 할인 혜택은 존속시킨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는 스포츠이며 엔터테인먼트이고 중요한 서비스 산업이다. 게다가 골프장비, 골프의류, 골프미디어, 스포츠 마케팅 등 연관 산업효과 또한 적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미 LPGA, PGA무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관행이 30년씩이나 존속해 온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골프장 경영자협회의 각성 못지않게 그동안 부당하게 특혜를 받아온 고위직들도 대오각성을 해야 할 것이다.
개혁이란 사회 각 분야에서 바로 이런 낡은 관행을 깨는 일이 아닐까!

윤은기
IBS컨설팅그룹 대표·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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