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주체로 중기중앙회 추천
법안실효성·활성화에 큰 기여
무엇보다 ‘상생인식’ 공유 중요

이면헌 동반성장위원회 운영부장
이면헌 동반성장위원회 운영부장

납품대금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기업 간의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납품하는 수탁기업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고, 위탁한 대기업은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예민한 문제임에도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는 탈 없이 넘어가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납품대금은 소위 갑을 관계에서 을의 위치가 고스란히 증명되는 현장이 되기 일쑤다.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호소한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중소기업위상지표를 보면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알 수 있다. 먼저 영업이익률을 보면 대기업이 9.06%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5.35%에 그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도 대기업은 61.92%인 반면 중소기업은 42.07%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대기업이 61.51%이고 중소기업은 137.72%로 나타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더구나 금년 들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위축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신규 판로 개척인데, 설사 새로운 판로를 찾더라도 납품단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자금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거래처로부터 제 때 제 값의 대금을 받지 못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하도급 계약기간 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도는 2008년 도입됐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원자재 값이 턱없이 올라도 원사업자, 즉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하도급업체들이 납품 가격 협상을 제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본래 연동제로 시행이 고려됐으나 시장원리 훼손, 중소기업의 혁신의지 약화, 해외부품으로 대체 위험 등의 우려가 있어 납품단가 조정협의만 의무화 됐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대기업들은 수급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중 특히 비용전가성 납품단가인하를 지속해왔다. 비용전가성 납품단가인하란 완성품 생산업체가 자신이 부담하는 것이 마땅한 비용을 부품구매가격 인하를 통해 부품납품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납품대금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된 것이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인건비, 재료비, 경비 등 공급원가 변동에 따라 납품대금 조정이 필요할 때 수탁기업은 상생법에 따라 위탁기업에게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는 최근 큰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달 20일 개정된 상생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개별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 대신 위탁기업과 납품대금을 협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수탁기업은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중소기업중앙회에 납품대금 협의를 대신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이 개정안은 하위법령 정비 등을 위해 6개월간의 경과 기간을 두고 20214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듯 수위탁거래의 납품대금 협상 주체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추가되는 것은 법안의 실효성 강화와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현실성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생협력이 동반성장의 필수적인 선행조건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이면헌 동반성장위원회 운영부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