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기업이나 공채 중심의 문화는 뿌리가 깊습니다. 보수적이지만, 조직을 응집하는 힘이 공채 문화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때입니다. 외부에서 전문 리더십을 수혈해 미션을 완성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신세계그룹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세계는 내부승진으로 CEO를 다는 게 일반적인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해 이마트는 2분기 적자 쇼크 직후 조기 인사를 단행하고 강희석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99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신세계에서 첫 외부발탁한 CEO가 강희석 대표였는데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강희석 체제 1년 이후 이마트는 할인점과 전문점, 트레이더스와 SSG닷컴 등 4대 부문에서 동시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이마트 매출은 1441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150억원 대비 18.6% 증가했습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강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시키며 또 한번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냐면, 지난 1년간 강 대표의 권한은 범위가 한정돼 있었습니다. 이마트 단일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이마트 계열사 전반을 지원하는 이마트부문의 기획전략 부서가 이마트 밖에 상위조직으로 있었습니다. 특이한 구조죠. 강 대표는 이마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더라도 지휘할 명분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싹 달라진 겁니다. 이마트의 상위조직으로 있던 이마트부문 기획전략 조직을 이마트에 귀속시켰습니다.

이어 정기인사를 통해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 단일부문이 아닌 전 계열사를 총괄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습니다. 그의 1년의 실적과 리더십을 인정하고 그룹차원에서 전면 지원하겠다는 변화입니다.

사실 강희석 대표는 지난 1년 혼자 외롭게 신세계그룹 임직원들과 호흡했습니다. 통상적으로 CEO를 외부에서 영입하게 되면, 팀이 움직입니다. 영입된 CEO를 지원할 자기사람들과 함께 옮기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강 대표가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따로 데려온 인물은 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정용진 부회장에게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경영능력입니다.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가 신세계그룹에 합류한 때는 지난해 11월입니다. 당시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로 이마트 컨설팅을 맡았던 인연이 있었습니다.

강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엘리트 관료 출신입니다.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소비재·유통 부문 컨설턴트로 일해 왔습니다. 그는 유통업계 컨설팅 부문에 있어 브레인으로 통합니다.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을 연구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강 대표가 지난해 취임하고 바로 추진한 것이 이마트 점포 30% 리뉴얼 작업이었습니다. 말이 리뉴얼이지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구조조정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삐에로쑈핑, 부츠 등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반면 노브랜드와 같이 반응이 좋은 사업에는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런데 유통업계는 보수적입니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유통현장 경험 보다 컨설팅 영역에 있던 CEO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들이 많았는데요. 정용진 부회장은 어떻게 보면 신세계그룹 전체에 충격요법을 가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유통업계도 지난 1년이 흐른 지금 강희석 대표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도 있고 온라인 유통업체의 공세도 컸는데, 흑자를 유지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 대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강 대표는 쓱닷컴 대표를 겸직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너지 효과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쓱닷컴 규모 확장과 원활한 물량 소화의 최대 걸림돌인 물류기지 증설도 추진할 걸로 보입니다. 신세계의 혁신 2악장이 시작됐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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