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과거의 성장활력을 잃고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와 특소세 폐지에도 불구 2002년 하반기부터 내수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세계경제성장 둔화와 IT 공급과잉으로 수출증가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21개월 연속 6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 안팎으로 전망하고 장기불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장기불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지난 10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열린 유통분과위원회(위원장 신용원 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 회의에서 백석대학 마케팅정보과 배달수 교수는 ‘불황기 중소기업의 마케팅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일본의 장기불황 기간중에도 웰빙형상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며 “그러나 단순한 웰빙보다는 웰빙분야의 신기능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불황이라 해서 무조건 저가전략을 고집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며 “불황일수록 적정가격의 고품질제품을 생산,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제발표의 주요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브랜드 중시경향 ‘뚜렷’
日 기업들의 불황기 소비트랜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기간중 소비변화는 △웰빙산업 지속 △알뜰형 소비증가 △일점호화소비와 브랜드 중시 심화 △중년소비자 소비주도 등 네가지 행태로 요약된다.
88년부터 주5일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일본은 80년대에 형성된 웰빙성향이 90년대까지 이어졌다. 불황이 한창이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에도 음이온 가전, 아미노산과 녹차음료, 배기차단 청소기 등 웰빙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하나 불황기 일본 소비자의 변화중 눈에 띄는 것은 상품 선택이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싸면서도 좋은 물건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맥주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금회피로 가격을 대폭 내린 ‘발포주’는 일본 맥주시장의 40%를 점유할 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고급품을 구입하기위해 다른 소비를 희생하는 소비행태인 ‘일점 호화소비’(一点 豪華消費)와 브랜드 중시경향이 심화된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불황기 일수록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2002년 일본 루이비통이 전년대비 15%나 증가한 사상최대 매출을 올린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끝으로 불황기 일본의 소비는 대부분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50대)와 이들의 자녀(20대 중반~30대 초반)에 의해 이뤄졌다.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주택할부금 상환이 거의 끝나고 자녀교육도 끝나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로운 세대다. 일본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들 세대가 가전, 주택 등 부문에서 고급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슈머마케팅 적극 활용
불황기대응 마케팅 전략은= ①기업은 무작정 웰빙 트랜드를 추구하기 보다는 사업기회가 있는 분야를 우선 발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기존상품에 웰빙속성을 첨가해 차별화 하거나 기존제품이 제공하지 못하는 웰빙욕구를 찾아내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②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저가상품을 원하는 반면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상당히 엄격하므로 저가전략만을 고집하기보다는 EDFP(everyday fair price)전략, 즉 적정가격 전략을 펴야한다. 고품질 제품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조합, 디지털가전과 같은 신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불황기일수록 여성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장기불황속에서도 10대 여성의류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국내의 경우도 대형 인터넷쇼핑몰 매출 1위품목이 컴퓨터에서 의류로 바뀌었다.
④프로슈머마케팅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프로슈머마케팅이란 소비자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상품개발에 참여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LG IBM과 삼성 SM5도 온라인상에서 동호회의 건의를 제품사양에 반영한 바 있으며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 2002 기능 또한 절반정도가 이용자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⑤유통채널을 다변화하는 전략도 필수다. 잠재성만을 보고 신규채널을 무작정 채택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새로운 채널과 기존채널의 갈등소지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개인딜러를 통해 유통해오던 굿이어 타이어가 대형할인점에 진출하려 하자 이미 그 채널을 선점해 있던 미쉐린 뿐만 아니라 개인 딜러들의 큰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채널변경시에는 기존채널과 고객군이 상충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설명 :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유통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배달수 백석대학 마케팅정보과 교수가 ‘불황기 중소기업의 마케팅전략’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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