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정책브리프]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공공조달·구매 혁신
지역구매 우선비중 상향이 핵심, 부처별 칸막이 제거가 선결조건

허문경(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허문경(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영국 북서부 랭카셔의 프레스턴시는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제조업 쇠퇴와 함께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2008년 금융위기에는 공공부문 긴축재정으로 인해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프레스턴은 노동자협동조합의 모범사례인 미국 러스트벨트 클리블랜드 모델을 도입했다. 전략적 목표는 경제의 지역화.

경제의 지역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기업·협동조합·비영리기관·공공기관이 경제의 중심이 되며 연기금을 지역에 투자하는 한편, 지역개발을 지원할 공공은행을 설립하고 앵커조직(공공기관·병원·대학)이 고용을 보장하고 조달체계를 혁신해 소기업·종업원지주회사·사회적기업·협동조합·커뮤니티비즈니스를 육성하고 공공부문 토지와 시설을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지역순환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조달체계 혁신은 행정-앵커조직-조달업체 간 거버넌스로 이뤄졌는데, 협동조합방식의 협업을 통해 지역의 소규모 업체가 조달에 참여함으로써 기술력과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했다. 2013년 프레스턴 내 12개 앵커조직의 공공조달 지출액 중 5%만이 지역기업 생산품이었으나 4년 후인 2017년에는 18.2%로 증가했다. 광역지자체인 랭커셔 권역으로 확대하면 39%에서 79.2%로 늘었다.

프레스턴조달실무단에 의해 수행된 이 작업은 조달체계의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프레스턴을 유럽연합을 망라하는 조달 네트워크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프레스턴 모델의 성공은 실업률이 20146.5%에서 20173.1%로 영국 평균인 4.6%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영국 노동당은 이 같은 프레스턴 모델을 정책화하기 위한 당내 조직을 구성해 전국적인 확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조달혁신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세계적인 보건위기로 인해 지역 일자리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전북 군산을 비롯한 8개 지역이 주력산업쇠퇴로 인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지역고용정책은 여전히 특정 산업에 의한 낙수효과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고 현재의 대응체계로는 위기가 심화하는 경우 한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개발과 지역 일자리 확충을 위한 첫걸음은 공공조달체계의 혁신일 수 있다. 우리나라 공공조달제도에는 지역제한규정을 두고 일정 정도 지역 소재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소기업·창업자를 우선하고 있는데, 조달청의 지역별 지역제한 실적 비중을 보면 7.5%에서 50.6%까지 광역자치단체별로 상이해서 지역별·산업별 혁신의 여지가 있다.

혁신의 포인트는 지역구매 우선비중을 높이고 해당입찰의 제한 기준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의한 공동계약방식으로 풀어나가 지역 소재 기업의 참여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공동계약방식의 이점은 프레스턴 모델에서도 증명됐고,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공공조달 상생협력 지원제도’, ‘상생협력 멘토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에만 해당해 지역의 소규모기업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지역 현장에는 여전히 부처별로 이뤄지는 조달행정의 칸막이와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 일반의 낮은 인식으로 인해 협업에 의한 공동계약을 어렵게 하는 미스매칭이 존재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기반으로 공공조달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허문경(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지난 9월 전주에서 열린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에서 기고자가 강연한 내용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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